정치
안철수 신당과 손학규계 ‘대권 플랜’
야권 적자 가를 호남…孫 측근 줄줄이 등판
  • 정찬대 기자
  • 16.01.13 10:35
  • facebook twitter 카카오스토리 구글플러스
  • 글자크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
  • print
  • |
  • list
  • |
  • copy

△손학규 전 더물어민주당 상임고문(사진=손학규 전 고문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의 탈당과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 창당이 야권의 지형 재편 흐름과 맞물리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역할론으로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전남 강진 토굴에 칩거 중인 손 전 고문은 “겨울용 땔감을 충분히 준비해뒀다”며 이 같은 시선을 일축했다.

 

바빠진 손학규계…물밑 움직임 활발

 

손 전 고문의 요지부동에도 그의 측근 인사들의 움직임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더욱더 빨라지고 있다. 보폭은 커졌고, 정치적 결단(탈당선언)은 한층 단호해졌다.

 

지난달 20일 광주지역 국회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김동철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고, 이달 초(4일) 김유정 전 의원도 당을 박차고 나갔다. 12일에는 수도권의 최원식 의원이 탈당 흐름에 동참했다. 손학규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모두 안철수 신당 행을 택했다. 손 전 고문의 무게 중심이 신당에 있음을 방증한다.

 

실제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손 전 고문은 더민주 이개호 의원을 통해 “탈당 결심은 본인의 판단을 믿으라”고 조언했으며, 이낙연 전남지사는 최근 손 전 고문과 만난 사실을 털어놓으며 정치적 언급은 없었지만, ‘언제 조용히 한번 보자’며 나름 의미 있게 들리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 지사는 특히 “안철수 신당이 등장하고 더민주 의원들이 탈당하는 등 야권의 현 상황에 대해 손 전 고문의 고민이 있을 것이란 추측이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측도 손 전 고문 주변 인사를 접촉하며 합류 여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신당 측에 합류한 손학규계 한 인사는 11일 <커버리지>와 통화에서 “의원급 외 인사들(참모진)도 신당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손학규계와 안철수 신당 간) 직간접적인 접촉이 이뤄지고 있고, 앞으로도 참여 인사는 늘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손학규 전 더물어민주당 상임고문(사진=손학규 전 고문 페이스북)

 

손학규, 총선 이후 등판 유력

 

손 측 인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손 전 고문이 당장 나서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야권의 지형 재편이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에서 굳이 등판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정치학 박사는 <커버지리>와 통화에서 “야권 대통합 과정 속에서 손 전 고문이 함께할 여지는 있지만, 당장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는 문제도 반쪽짜리 야당에 몸을 싣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고, 또한 신당이 앞으로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당장의 합류는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며 손 전 고문의 조기 등판 가능성을 낮게 봤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도 기자와 통화에서 “총선이 끝난 뒤 야권이 전반적으로 재편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며 “총선 이후 손 전 고문이 복귀한다면 모를까, 그 이전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손학규계 핵심 인사는 최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총선 전에 손 전 고문이 나설 가능성은 제로”라며 “야권이 정리되고 어느 정도 질서가 집힌다면 모를까, 현 상황에서 현실 정치에 복귀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지난 2014년 7·30재보선 당시 경기 수원병에 출마한 손학규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사진=더불어민주당)

손학규-안철수 ‘빅딜’…安 킹메이커 가능할까?

 

이런 가운데 여의도 안팎에선 안 의원과 손 전 고문 간 ‘빅딜’이 오갈 수 있다는 풍문이 나돈다. 안 의원이 손 전 고문의 ‘킹메이커’ 역할을 자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뒤 차기 총리로 지목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후 차차기를 노릴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커버리지>와 통화에서 손학규-안철수 연대 가능성에 대해 “결국은 역할 분담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안 의원이 대권의 꿈을 늦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도 “안 의원이 당권을 쥐고, 손 전 고문이 대권에 나선다면 일은 쉽게 풀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손학규 대권-안철수 총리’ 구도와 관련해 “책임총리라면 모를까 허수아비 총리에 불과한 현 정치 상황에서 안 의원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더욱이 “이 문제는 개헌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어쨌든 더민주에서 손 전 고문이 대권을 꿈꾸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총선 이후 안철수 신당이 제1야당이 되거나, 총선 과정에서 앞으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다면 손 전 고문이 움직일 여지는 있다”고 조심스런 관측을 내놨다.

 

△안철수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국민의당’ 창당 발기인대회에 참석한 김유정 전 의원. 김 전 의원은 손학규계 핵심 인사로 지목된다.(사진=김 전 의원 페이스북)

손학규계 잇따른 광주출마, 이유는?

 

야권의 지형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손학규계 인사들의 잇따른 광주행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그리고 천정배 의원이 추진하는 국민모임 등은 향후 야권의 적자를 두고 상호 경쟁이 불가피하다.

 

물론, 판가름은 호남 민심에 달려있다. 이는 향후 대권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손학규계 인사들이 호남에서 그 첨병 역할을 수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가능하다. 손 전 고문의 대권 가도에 상당부분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광주에서 승부수를 던진 인사는 김유정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더민주 3선 강기정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북구갑(甲)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 전 의원은 “상징적인 곳에서 승부수를 던지고 싶었다”며 진검 승부를 다짐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시절 비서실 부실장을 지낸 이남재 동아시아미래재단 전략기획본부장도 광주 북구을(乙) 공략에 나섰다. 동아시아미래재단은 손 전 고문의 씽크 탱크다. 현재 더민주 당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탈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율 교수는 “호남에서 대권 가능성이 가장 큰 정치인으로 역시 손 전 고문을 지목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손 전 고문의 힘을 통해 호남에서 어느 정도 교두보를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커버리지 정찬대 기자(press@coverage.kr)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