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친박, 유승민 고사작전…‘누가 이기나 해보자’
23일까지 결정유보 가능…24일 전 탈당계 제출?
  • 정유담 기자
  • 16.03.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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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사진=새누리당)

4·13총선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새누리당이 유독 유승민 의원에 대한 컷오프 결정만을 보류한 채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 친박계에선 고도의 정치 전략적 판단이라며 결정이 쉽지 않다는 반응이지만, 비박계에선 ‘유승민 고사 작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21일에도 유 의원 문제를 매듭짓지 않았다. 최고위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고, 공천관리위(공관위) 역시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결정을 유보했다. 공관위는 앞서 15일 현역의원에 대한 공천 여부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현역의원 가운데 20대 총선 공천이 결정되지 않은 곳은 유 의원 지역구(대구 동구을)가 유일하다.

 

새누리당은 22일 저녁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시 한 번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공천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23일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총선 후보 등록일은 24일과 25일이다. 당적을 바꿔 출마하기 위해선 적어도 23일 저녁 12시까지 탈당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넘기며 당적을 옮겨 출마하는 것이 불가하다. 이런 이유로 유 의원의 공천은 물론 무소속 출마까지 원천봉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24일부터 당적 변경이 금지되는 점을 친박 측이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유 의원은 자진 탈당이나 불출마는 고려하지 않는다며 배수진을 친 상태다. 하지만 지역 사무소에는 무소속 출마에 대한 만반의 대비책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23일까지 컷오프가 결정되지 않을 경우 자정 전 탈당계를 제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박계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스스로 물러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유 의원에게 공천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친박계 핵심 홍문종 의원도 “내부적으로 어떤 결론이 나 있는 것 같다”며 “리더로서 당당히 걸어나가라”고 자진 탈당을 압박했다.

 

홍 의원은 또 공관위의 결정 유보에 대해서도 “처음 공천이 시작되면서부터 컷오프에 대한 시그널이 보내졌다”며 “(결정 유보는) 유 의원에 대한 예우다. 그나마 우리가 애정 표시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알아서 나가라’는 것이다.

 

친박계가 이처럼 탈당을 압박하는 것은 공천 탈락 후 쫓겨나는 것보다 피해자 이미지가 적어 ‘유승민 동정론’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다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이를 통해 ‘비박연대’ 결성에 따른 후폭풍을 차단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현재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권은희(대구 북구갑) 의원, 안상수(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 등이 비박계 탈당파로 분류되며, 친이계 임태희(경기 성남 분당을), 강승규(서울 마포갑) 전 의원도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더욱이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과 대구 3선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까지 탈당을 심각하게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적잖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결국, 친유승민계 조해진, 권은희 의원과 주호영 의원, 그리고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을 필두로 영남과 수도권에서 각각 ‘비박연대’ 또는 ‘무소속연대’를 구성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유 의원의 결단이 서면 앞서 컷오프된 이종훈, 유성걸, 김희국 의원 등도 자연스럽게 합류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조해진 의원은 “좋은 뜻을 같이 하는 분들, 가치를 공유하는 분들이 서로 힘이 되는 길이 있다면 연대 논의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비박연대를 통해) 선거판을 한번 뒤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홍문종 의원은 이에 대해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탈당했고, 그분들이 바람을 일으킨다면 대구뿐만 아니라 수도권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비박연대의 스크럼’을 우려하면서도 “유 의원을 공천 배제할 수밖에 없는 공관위원들의 어려움도 있으리라 본다”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커버리지 정유담 기자(media@covera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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