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최경환 당권 찍고 ‘대선 밑그림’ 그린다
‘정치적 노림수’…친박 없인 ‘대권’도 없다
  • 정유담 기자
  • 16.05.09 14:50
  • facebook twitter 카카오스토리 구글플러스
  • 글자크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
  • print
  • |
  • list
  • |
  • copy
자숙은 끝났다. 친박(친박근혜)계가 또 다시 전면에 나섰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號’ 출범 이후 당권에서 밀려나는 듯했던 친박이 존재감을 드러낸 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시계는 6월로 예상된 전당대회와 내년 대선에 맞춰져 있다. ‘당대표-원내대표’에 이어 대선 밑그림까지 손수 짜겠다는 계산이다. 친박계 신좌장격 최경환 의원이 그 ‘정치적 노림수’의 중심에 서있다. <편집자 주>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사진=최경환 의원 공식 홈페이지)

 

친박(친박근혜)이 정치 재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모멘텀은 박근혜 대통령 ‘두바퀴 수레론’과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 선출이다. 지난달 26일 박 대통령은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여당과 정부는 수레의 두 바퀴”라고 말했다.

 

선문답 같은 박 대통령 발언은 총선 패배 이후 청와대와 각을 세우려는 비박계에 대한 경종임과 동시에 자칫 친박이 와해될 수 있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실제 간담회 다음날 친박계 몇몇 인사들은 회동을 갖고 향후 진로를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원내대표 경선에 대한 얘기도 자연스레 오갔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총선 참패 이후 첫 당내 선거에서 친박은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자숙 모드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냄으로써 당 주류임을 재인식시켰다. 결국 이는 앞으로 있을 전당대회에서도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또 다시 친박계가 당권을 쥘 수 있다는 얘기다.

 

친박 핵심인 유기준 의원의 원내대표 도전은 친박의 와해와 각자도생으로 읽혔다. 최경환 의원은 “친박이 낸 후보가 아니다”는 말로 ‘마이웨이’를 보인 유 의원에 제동을 걸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계파색이 옅은 인사에게 원내대표를 내주는 대신, 친박계가 당권을 쥐는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친박계의 ‘정치적 노림수’가 숨어있었다는 지적이다.

 

유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7표를 얻는데 그쳤다. 현 정부에서 해양수산부장관까지 지낸 그로선 영(令)이 안서는 결과다. 반면 충청 맹주로 떠오른 정진석 원내대표 당선자는 119명(122명 중 3명 불참) 가운데 과반을 넘긴 69표를 얻었다. 이를 두고 친박의 몰표를 받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계파색이 옅은 그는 엄밀하게 범친박계 인사로 분류된다. 더욱이 이완종 전 국무총리 이후 박 대통령 신임을 받는 충청권 유력 인사가 가운데 한명이다. 이 때문에 ‘돌고 돌아’ 또 다시 친박이란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친박계 ‘당권 도전’ 하마평

 

과반 의석이 무너지고 원내 1당을 내준데다, 3당 체제까지 돌입하면서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 축소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적어도 20대 국회에선 ‘독주 체제’의 종말과 ‘협치의 정치’를 맞이할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이 때문에 친박이 원내대표 대신 당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도 파다하게 들린다. 임기 말 원내 보다는 대선에 집중하겠다는 계산이다.

 

친박계에선 홍문종, 이정현 의원이 공개 도전장을 낸 상태다. 홍 의원은 4일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나름대로 지역구로부터의 명령이 있다.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으며, ‘진박’(진실한 친박) 이정현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새누리당을 완전히 뒤바꿔놓겠다”며 당권 도전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현재 당대표에 가장 근접해 있는 인물은 친박 좌장격인 최경환 의원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전당대회에 대해선 마음을 비운지 오래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또 “누가 등을 떠밀어도 (당 대표 선거에) 나가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며 총선 참패 이후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다만 불출마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데 대해선 “전당대회를 언제할지 그림도 안 그려진 상황에서 내가 ‘출마한다, 안 한다’를 얘기하면 이것 자체로 또 논란이 된다”며 기자의 질문을 비켜갔다.

 

최 의원은 그간 사석에서 “유력 대선주자도 없는 상태에서 내년 대선을 치러야 하는 당대표직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라고 강조했다. 가능하면 피하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박계는 “최 의원이 당 대표를 ‘안 하고 싶다’고 했지, ‘안 한다’고 했느냐”며 여전히 그를 의심하고 있다.

 

당권 쥔 친박, 대선 밑그림 구상

 

지난해부터 친박계는 ‘반기문 대망론’을 띄워왔다. 일각에선 친박이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을 비롯해 대선 후보군을 정리 중이란 말까지 들린다. 당권을 쥔 친박이 대선후보까지 직접 옹립할 것이란 관측이다.

 

새누리당에 정통한 한 정치권 인사는 <커버리지>와 통화에서 “내년 대선을 진두지휘하기 위해 친박계가 반드시 당권을 쥐려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친박이 비박에 대권을 넘겨줄 것 같냐”고 반문한 뒤 “대선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도 최경환 의원이 당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홍문종 의원은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론’을 내세워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야권은 일제히 “장기집권을 위한 정략에만 골몰하는 친박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논평을 냈다. 반 총장에 대한 검증작업이 한층 강화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여권 내 ‘반기문 카드’는 유효하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김무성 전 대표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친박이 반기문 대망론을 띄운 것 아니냐”며 “친박이 당권을 쥔 뒤 대선후보를 세우려는 것은 목적이 아닌 생존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 연고지가 충청인 만큼 이 지역을 중심으로 반 총장에 대한 얘기도 더 적극적으로 오갈 수 있다”고 전했다.

 

원내대표 선출을 마친 새누리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역할을 놓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부딪히고 있다. 전당대회를 관리할 실무형에 그칠 것이냐, 쇄신을 주도할 실질적 권한을 주느냐가 쟁점이다.

 

친박계 실세인 최경환 의원은 이에 대해 “어렵게 외부 인사를 데려온들 몇 달 만에 무엇을 바꿀 수 있겠느냐”고 말했으며, 홍문종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뽑히는 당대표가 신임 원내대표와 함께 당이 환골탈태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며 ‘비대위 생략론’까지 제기했다. 총선 참패 이후 상당기간 친박의 자숙이 요구되고 있지만 여전히 친박은 당 주류로써 건재함을 드러내놓고 있다.

 

커버리지 정유담 기자(media@coverage.kr)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