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람in] 박지원 대표 “문재인, 손학규에게 좀 배워라”
“야권 통합? ‘마이웨이’ 안철수가 옳았다…국민의당 주도로 정권교체”
  • 정찬대 기자
  • 16.05.23 14:49
  • facebook twitter 카카오스토리 구글플러스
  • 글자크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
  • print
  • |
  • list
  • |
  • copy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정계복귀를 시사한 가운데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손 전 고문에게 좀 배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 전 대표는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19일 <커버리지>와 인터뷰에서 “대권을 꿈꾸는 사람, 지도자는 자신의 말에 책임져야 한다”고 전제한 뒤 “손 전 고문의 경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강진 토굴로 들어가서 자숙 중”이라며 “그런 신뢰 때문에 당과 국민이 손 전 고문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표도 광주에서의 정계은퇴 발언에 책임지고 양산 토굴로 들어가 겸허히 반성하라”고 꼬집었다.

 

그는 자신의 당권·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저에게는 정권교체와 호남발전의 두 가지 시대적 과제가 있다”며 “현재 원내대표로서 20대 국회에 충실해야겠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러한 요구를 회피하진 않을 것”이라고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는 야권 통합론자로 분류된다. 반면 안철수 대표는 독자노선을 꿈꾼다. 박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국민의당은 정권교체를 위한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갖췄다”며 “국민의당이 주도하는 정권교체를 하라는 것이 총선에 반영된 민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안 대표 생각이 옳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야당의 선명성을 언급하며 “우리는 야당이다. 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총선에서 호남은 국민의당에 기회를 준 동시에 숙제를 준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는 새누리당과의 연정 가능성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원내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로 청와대와의 협치가 깨진 것과 관련해 “보훈처장이 대통령 지지까지 어기는 이 정부가 과연 제대로 된 정부냐”며 “나이롱 정부는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만 “정부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이로 인해 대화를 전면 거부할 수도 없다”며 소통과 협치를 이어나갈 것임을 내비쳤다.

 

한편, 20대 국회 (院)구성 문제와 관련해 “국회 내 견제와 균형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서로 다른 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의장은 민의를 수용한다는 측면에서 제1당이 맡는 것이 원칙”이라며 “다만, 김대중 전 대통령도 총재 시절 1당임에도 양보한 사례가 있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야당이 의장직을 맡은 전례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회 상임위 분할 및 통합에 대해선 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의 경우 교육과 문화체육관광을 분리하고, 윤리위원회는 운영위원회로, 정보위원회는 국방위원회로, 여성가족위원회는 안전행정위원회로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음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커버리지: 20대 국회 원(院)구성 협상에 앞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직 문제를 두고 여야가 줄다리기 중이다.

박지원: 국회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곳이다. 입법 과정 및 예산 심의과정은 엄격해야 하며, 견제와 균형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서로 다른 당이 맡아야 한다. 국회의장은 민의를 수용한다는 측면에서 제1당이 맡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도 총재 시절 제1당이었지만 양보한 사례가 있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집권 여당이 아닌 야당이 의장직을 맡은 전례도 있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 원칙이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커버리지: 상임위 분할을 두고 ‘밥그릇 늘리기’란 비판도 있다. 분할 및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임위는 어떤 곳인가.

박지원: 국민의당은 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 경제를 살리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렸다. 상임위 조정은 결코 상임위 쪼개기가 아니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조정하자는 것이다. 그간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는 교육 현안이 발생할 경우 문화관광체육 분야도 함께 멈췄다. 21세기 문화관광예술체육의 경제·사회적 중요성이 커진 만큼 이런 악순환이 반복돼선 안 된다. 또 유명무실한 윤리위원회도 운영위원회로, 정보위원회는 기능이 유사한 국방위원회로, 여성가족위원회는 안전행정위원회로 통합해 조정하면 상임위 수는 늘지 않되, 예산 절감 및 국회 운영에도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


커버리지: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를 평가한다면?

박지원: 우상호 원내대표는 제가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를 할 때 당 대변인을 역임하는 등 8년 간 같은 당에서 활동했다. 정진석 원내대표 역시 저와는 30년의 인연이 있고, 지금은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서로를 잘 아는 만큼 소통도 원활할 것으로 기대한다. 20대 국회는 최악의 평가를 받는 19대 국회와는 달라야 한다. 새누리와 더민주의 당내 사정을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지만, 하루 빨리 원구성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여러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커버리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어버이연합 게이트, 세월호 특별법 문제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적지 않다.

박지원: 지난 13일 청와대 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께 이 같은 현안에 대해 빠짐없이 얘기했고, 이 과정에서 우상호 원내대표도 동일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여대야소인 19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할 경우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서 이러한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처리할 방침이다.


커버리지: 대권 도전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당권 도전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박지원: 정치인은 시대적 과제를 정식화하고 여기에 도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저에게는 정권교체와 호남발전이라는 두 가지 시대적 과제가 있다. 총선 유세과정에서 호남과 김대중 전 대통령 지지 세력으로부터 ‘정권교체를 위해 박지원이 당권이든 대권이든 도전해서 호남의 가치를 실현시켜야 한다’는 강한 요구를 받았다. 그리고 저는 그러한 요구를 수락했다. 현재는 (원내대표로서) 20대 국회에 충실해야겠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러한 요구도 회피하진 않을 것이다.

 

커버리지: 야권연대와 관련해 안철수 대표와는 생각이 좀 다른 것 같던데.

박지원: 저는 야권 통합론자다. 이번 선거에서 호남 민심은 국민의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고, 정당 지지도에서도 제1야당으로 만들어줬다. 정권교체를 위한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갖춘 셈이다. 결국 국민의당이 주도하는 정권교체를 하라는 것이 민심이고, 그런 측면에서 지금은 안 대표 생각이 옳다고 평가한다.


커버리지: 국민의당의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더욱이 안 대표와 호남 구민주계가 어색한 동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박지원: 그것은 기우다.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연찬회에서도 우리가 소수정당, 신생정당이기 때문에 똘똘 뭉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매우 강했다. 당선자 38명이 갈등하고 분열한다면 국민은 금방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 당직 인사 등에서 당 안팎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원외를 배려하며, 그간 야당에서도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전북(출신)을 배려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커버리지: 국민의당은 기본적으로 ‘중도’를 지향한다. 하지만 호남은 정치적으로 진보성향을 띄고 있다. 결국 국민의당 행보에 따라 호남이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도 존재하는데.

박지원: 우리는 야당이다. 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 싸울 때는 싸우고 또 양보해야 할 때는 과감히 양보해야 한다. 호남과 국민의당 간극은 없다. 저는 이러한 이념적 차이보다는 오히려 더민주가 호남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남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국민의당이 호남에 무관심하고 이들을 소외시킨다면 호남은 우리 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호남은 국민의당에 기회를 준 동시에 숙제를 준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커버리지: 문재인 전 대표의 광주발언(정계은퇴 발언), 어떻게 생각하나.

박지원: 문재인 전 대표는 야권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대선 후보다. 대권을 꿈꾸는 사람, 지도자는 자신의 말에 책임져야 한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했다. 저는 문 전 대표가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게 좀 배우라는 말을 하고 싶다. 손 전 고문은 재보선 패배 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강진 토굴로 들어가서 자숙 중이다. 그런 신뢰 때문에 당과 국민이 손 전 고문을 찾는 것이다. 문 전 대표도 자신의 말에 책임지고 양산 토굴로 가서 겸허히 반성한다면 당과 국민이 언젠간 찾을 지도 모르겠다.

 

커버리지: 박 대통령과의 ‘소통의 협치’가 벌써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박지원: 지난 13일 청와대 회동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 문제를 세 번이나 거론했을 때 박 대통령은 국가보훈처에 좋은 방향으로 지시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회동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청와대와 교감했기에 사실 기대를 좀 한 것도 있었다. 그런데 작금의 사태로 귀결됐다. 보훈처장이 대통령 지시까지 어기는 이 정부가 과연 제대로 된 정부인지, 나이롱 정부는 아닌지 강하게 비판할 수밖에 없다. 20대 국회가 시작되면 국민의당은 더민주와 공조해 5·18 기념곡 지정을 위한 법안과 박승춘 보훈처장의 해임촉구결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커버리지: 청와대와의 관계 어떻게 전망하는지. 아울러 관계 개선을 위해 박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박지원: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에서 보여준 정부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이로 인해 대화를 전면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산적한 현안이 우리 앞에 놓여 있고 경제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국가와 국민 입장에서 서로 소통하고 협치해 나갈 것은 그렇게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우리 당의 이 같은 뜻을 존중하고 야당과 소통하는 것으로 화답할 것을 거듭 촉구하는 바다.

 

커버리지 정찬대 기자(press@coverage.kr)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