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손학규-박지원-김종인’ 정계개편 시나리오
손학규發 ‘새판짜기’, 야권통합 흡수전략
  • 정찬대 기자
  • 16.07.0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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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까지 1년 6개월, 야권 권력지형 재편의 시계추가 빠르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는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 사건으로 평의원 신분이 됐고, 더불어민주당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을 위한 신경전이 뜨겁다. 보이지 않는 물밑전쟁은 향후 있을 혈전을 예고한다. ‘친노 적장’ 문재인, ‘새정치 신드롬’ 안철수, ‘구원 등판론’ 손학규의 차기구도 싸움은 명확히 예고돼 있다. 특히, 정계복귀 수순을 밟고 있는 손 전 고문은 더민주 김종인,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으며, ‘행마(行馬·돌 주변에 새 돌을 놓아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의미하는 바둑용어)를 준비 중이다. 정계개편 모티브가 될 수 있는 그의 행보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편집자 주>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사진=손 전 고문 페이스북)

 

“가을쯤 유력하다” “구체적 계획은 없다” “좀 더 지켜봐 달라”

 

정계복귀를 앞둔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 측근 인사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하지만 주변 분위기와 달리 손 전 고문의 대권 시간표는 예상보다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그의 또 다른 측근 더민주 정장선 총무본부장이 “(손 전 고문 표정에) 미묘한 변화를 느꼈다. 곧 정치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의 동반 사퇴는 손 전 고문 정계복귀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혼란스런 상황의 틈바구니를 적극 활용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돈다.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 여파로 안 전 대표가 타격을 입게 된 상황과 맞물려 손 전 고문 움직임도 빨리질 것이란 전망이다. 안 전 대표 지지율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추락할 경우 당 안팎에선 ‘대안론’이 힘을 얻을 가능성도 높다. 손 전 고문에게 명분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손 내민’ 박지원, 손학규와 ‘딜’ 가능?

 

안 전 대표가 사퇴한 이튿날 국민의당은 ‘손학규’를 불러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지난 30일 “더민주에는 문재인이라는 분이 계시기에 기왕 우리 당으로 와서 (안철수 전 대표와) 경쟁하는 게 좋지 않겠나 한다”고 ‘손학규 영입’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는 “손 전 고문이 당 대표,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겠다는 분도 아니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계시지 않느냐”며 “그간 여러 차례 러브콜을 보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번 비대위 구성과정에서 손 전 고문에게 ‘비대위원장 맡아 달라’, ‘비대위원 맡아 달라’ 하는 것은 결례”라며 “앞으로 비대위원장을 하면서 그 분도 만나고, 다른 분들을 만나서 우리 당에 함께할 수 있도록 권유할 것”이라고 전했다. ‘맨입으로’ 오라는 의미다.

 

손 전 고문 측 핵심 인사는 <커버리지>와 통화에서 “박지원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서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겠다는 것 아니냐”며 “그런 상황에서 손 전 고문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인사도 “(손 전 고문의) 국민의당 합류가 (대권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지금 시점에서 국민의당 합류가 꼭 필요한가도 의문”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특히 “국민의당은 안철수에 의해 만들어진 당이다.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에 합류한들 ‘안철수 사당화’를 깰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의 손학규화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한편, ‘국민의당 합류가 손 전 고문에게 도움이 된다면 들어갈 수 있냐’는 물음에는 “그건 잘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 국민의당 상황이 그러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일각에선 박 원내대표가 외부 비대위원장으로 손 전 고문을 전격 영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돈다. 더민주 당적을 갖고 있는 손 전 고문 입장에서도 ‘외부인사 영입론’은 부담이 덜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박 원내대표와 손 전 고문 간 ‘정치적 밀약’이 가능하다. 대권과 당권의 전폭적인 상호 지지다. 두 사람 모두 이러한 안전장치 없이 섣불리 움직일 이유도 없다.

 

이와 관련해 손학규 측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설마하니 그렇게 하겠느냐. 다른 당에 당적을 둔 인사가 경쟁 정당의 비대위원장을 맡은 전례는 우리 헌정사에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14년 9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비대위원장은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현 국민의당 비례의원)를 공동비대위원장에 내정한 바 있다. 이 교수는 당시 비대위원장 내정을 불과 며칠 앞두고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여기에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 역시 박근혜 정부 출범의 일등 공신인 점을 감안할 때 진영을 넘나든 인재영입은 더욱더 과감해지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앞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후보 만들기’를 위한 ‘이해찬-박지원 담합’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번에는 손 전 고문과 손을 맞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달 초 목포에서 ‘막걸리 회동’을 통해 흉금을 터놓을 정도로 두 사람 간 정치적 간격은 가까워졌다.

 

박 비대위원장은 오랫동안 당권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선 ‘이제야 소원을 풀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손학규 영입에 성공할 경우 그의 정치력은 또 한 번 빛을 발하게 된다. 물론 차기 당권에서 국민의당 내 적잖은 손학규계 인사들의 지지 또한 약속받을 수 있다. 박 비대위원장이 염원한 당권 장악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 되기 위해선 앞서 언급했듯 지금의 영광을 손 전 고문에게 내줘야 하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한시적으로나마 당권을 쥐게 된 박 원내대표에게 이는 적잖은 고민이다.

 

김종인과 손학규, 그리고 야권통합

 

지난달 24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손학규 전 고문이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조우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서울은 언제 올라오실 거냐. 빨리 올라오시라고 (이 자리에서 손을)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을 당내 유력 대권주자로 분류해 온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적잖은 정치적 해석을 낳았다. 친노라는 공통의 적 앞에 양측이 의기투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더욱이 손 전 고문은 “이제 올라가야죠”라며 화답, 정계복귀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손 전 고문도 더민주 내에서 더 이상 자신의 역할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손학규계 핵심 인사는 <커버리지>와 통화에서 “더민주 내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결국은 당을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손 전 고문이 탈당할 시 당내 손학규계 인사들의 합류 여부다.

 

이와 관련해 이 인사는 “손학규계가 쉽게 손 전 고문을 따라나서진 못할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손 전 고문의 제3지대 행보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야권 통합이나 후보단일화를 추진할 시 손학규계 인사들이 당내에서 적잖은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은 가능하다. 친노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더민주 내 손학규계 인사는 20여명이 손꼽힌다. 결코 적지만은 않은 숫자다. 여기에 비주류 구심점인 김 대표가 외곽의 손 전 고문과 손을 맞잡고 당내 문재인 전 대표를 견제할 경우 상황은 또 다른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

 

김종인 대표와 박지원 비대위원장의 두터운 친분 역시 손 전 고문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여기에 두 사람 모두 기본적으로 야권 통합론자란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박 비대위원장은 일단 안 전 대표 독자노선에 “옳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는 언제까지나 안 전 대표가 ‘깃발’을 들었을 때 얘기다. 안 전 대표가 대권 경쟁에서 밀릴 경우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김 대표 역시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류 친노가 부담스럽다. 이념적 순혈주의(純血主義)를 앞세운 이들에게 김 대표는 끝까지 ‘객’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김 대표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두 사람에게 친안과 친노는 향후 정치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4·13총선 이후 비공개로 이뤄진 두 사람 간 조찬회동이 의미심장하게 해석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과적으로 김종인, 박지원 두 사람이 손학규를 매개체로 당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도 이러한 복선이 깔려있다.

 

손 전 고문은 명분주의자다. 그의 한 측근 인사도 “아직 명분이 안 서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 또 다른 인사는 “손 전 고문이 통합된 야당에서 정치를 하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손 전 고문의 새판짜기는 결국 야권통합을 통한 정권교체다. ‘비주류의 반란’은 조용히, 그리고 기민하게 이뤄지고 있다.

 

커버리지 정찬대 기자(press@covera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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