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독기 품은’ 박지원…‘檢 전면전’ 선포
“조동원은 봐주고”…반격 나선 국민의당
  • 정유담 기자
  • 16.07.1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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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새누리당이다. 조동원 전 홍보기획본부장의 홍보비리 의혹에 당이 발칵 뒤집혔다. 얼마 전까지 국민의당에 퍼부었던 비난은 부메랑이 되어 그대로 새누리당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조동원 홍보비리’ 의혹 사건을 고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야당으로부터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선관위와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을 한 목소리로 비판하며 대여공세를 압박하고 있다. ‘홍보 리베이트 의혹’ 사건이 국민의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자연스레 옮겨가는 모양새다. <편집자 주>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제대로 ‘뿔’났다. 본인 스스로 “독기를 품었다”고까지 했다. 4·13총선 ‘홍보 리베이트’ 의혹 사건에 대한 선관위와 검찰의 수사 태도를 강하게 문제 삼은 것이다. 비슷한 사건,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앞서 선관위는 지난 8일 오후 새누리당 조동원 전 홍보기획본부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뒤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4·13총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홍보 관련 업무를 총괄하던 조 전 본부장이 동영상 제작업체로부터 8천만 원 상당의 인터넷 광고 및 홈페이지 게시용 선거운동 동영상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것이 선관위 고발의 주요 골자다. 선관위는 조 전 본부장과 A홍보국장이 동영상 제작업체 B대표로부터 가액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간주했다.

 

조동원 의혹, ‘제2의 김수민 사건’ 되나

 

‘조동원 홍보비리’ 의혹은 국민의당 사건과 상당부분 닮아있다. ‘제2의 김수민 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역 의원 내지 당 수뇌부까지 사건이 확대될 경우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조동원 개인 일탈”이라고 밝힌 새누리당이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곧바로 당 진상조사단을 꾸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사단은 13일 조 전 본부장과 함께 근무한 홍보 관련 실무자들에 대한 면담까지 착수한 상태다.

 

조 전 본부장은 선거홍보 동영상을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가 된 동영상은 총 39편, 가액 8천만 원 상당이다. 가액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정치자금법상 정당이 정치활동에 사용한 물품을 법에서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수수하는 행위는 금지돼있다. 혐의가 확정되면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여기에 2012년 총선과 2014년 7월 재보선 그리고 지난 4월 총선까지 당 홍보 업무를 전담하면서 주로 공개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홍보 대행업체를 선정한 것도 문제시되고 있다.

 

만약, 허위계약서를 작성해 선거비용을 보전 받았거나 리베이트 정황이 포착될 경우 불똥은 당으로 튀게 된다. 새누리당이 “관련법 숙지 미숙으로 인한 실무진의 단순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일 뿐, 이른바 허위계약서 작성, 자금세탁을 통한 리베이트 조성, 허위 선거비용 보전 등과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서둘러 선을 그은 것도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영입 인사인 조 전 본부장은 새누리당 선거 홍보를 5번이나 진두지휘했다. 2012년 총·대선을 앞두고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상징색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꾸는 등 파격적인 홍보전략으로 선거승리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런 만큼 당내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14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터질게 터졌다”고 했다. 그는 “광고쟁이가 정치인처럼 행동하면 되겠느냐”며 “이번 사건은 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 일탈로 몰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선관위에서 금액은 확인하지 않고 영수증만 확인하기 때문에 홍보본부장과 사무직원이 입을 맞추면 언제든 그렇게 할 수 있다”며 당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거듭 부인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진상조사단 자체조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큰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욱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자제조사 중이고 당의 입장은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는 것”이라며 “자세한 내용에 대해선 얘기하기 곤란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 사태를 강하게 비판해온 새누리당이 정작 자당 의혹에 대해선 느긋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있다.

 

박지원 “‘모초’ 지시 따라 선관위 늦장 발표”

 

국민의당은 여당과 광고제작 업체의 특수관계 여부, 광고제작비의 구체적 내역 등을 밝히라며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있다. 아울러 새누리당 영상제작비가 4억원 내외이며, 30편 이상의 영상을 무상으로 받았다고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무상으로 제공받은 동영상은 현재까지 39편인 것으로 조사됐다. 선관위는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홍보영상 무상제공만 밝혔을 뿐 개수를 특정 짓진 않았다.

 

국민의당은 “선관위에서 고발 의결을 해놓고도 보도자료 배포를 연기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새누리당 비위의혹을 최소화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지난 11일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선관위가 모처의 요구로 인터넷 언론사가 모두 퇴근하고 신문 제작이 사실상 마감됐으며, 방송사 뉴스제작엔 시간이 촉박한 금요일 오후 6시30분에 조동원 사건 보도자료를 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당 자료는 오전 9시30분에 내고, 새누리당 자료는 오후 6시30분에 내 보도를 축소시켰다”며 “이것 자체가 신 보도지침의 잘못”이라고 따져 물었다. 박 비대위원장은 ‘모초’에 대한 물음에 “그건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고 답했다.

 

박 비대위원장 측 핵심 관계자도 15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선관위와 검찰이 정치적 편향성을 띠고 수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사건 자체는 비슷한데, 수사 방식은 전혀 다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확실한 오더(지시)를 받고 선관위가 늦장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파악됐다”며 “청와대인지 새누리당인지 언급할 순 없지만, 확실히 제보 받은 것은 맞다”고 거듭 강조했다.

 

선관위는 강력 반발했다. “어떤 외부압력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김용희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13일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에 고발한 게 오후 5시, 검찰에서 최종적으로 서류 접수가 완료된 게 오후 6시가 넘은 시간이었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보도자료 배포 지연’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어 “국민의당 사건은 제보에 의해 시작됐지만, 새누리당 사건은 회계보고에 나와 있지 않은 내용을 선관위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조사해서 찾아낸 것”이라며 “선관위가 부도덕하고 정치적 중립을 해하는 집단이었다면 새누리당 ‘홍보비리’ 고발 건은 외부에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칼 빼든’ 박지원…“검찰개혁 강구”

 

박 비대위원장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사건이 불거지자 곧바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만나 야권 공조를 합의한데 이어, 선관위 소관 상임위인 국회 안전행정위 전체회의 개최를 결정했다.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 사건으로 수세에 몰린 국민의당이 ‘조동원 홍보비리’ 의혹 사건으로 국면전환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여기에 12일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 재판부에 의해 기각되면서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정치적으로 움직였던 검찰이 결국 정치적으로 깨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동원 사건이 재판부의 영장 기각에도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진경준 검사장 비리의혹까지 언급, 검찰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검찰개혁을 위한 단호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엄포했다. ‘독기를 품은’ 박 비대위원장이 반격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검찰의 기소독점권에 대한 비판이 상당하다”며 “그간 야권에서 논의됐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추진과 검찰개혁에 대한 대책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국회의원 전체 힘보다 검찰 하나의 힘이 더 강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검찰 기소권은 무소불위”라며 “이에 대한 적절한 견제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비대위원장이 검찰개혁을 언급한 만큼 앞으로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야권이 공조해 검찰개혁 문제를 풀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커버리지 정유담 기자(media@covera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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