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박지원-정동영 막전막후…‘호남맹주’ 혈전 예고
‘원톱 굳히기’ 박지원…‘재기’ 노리는 정동영
  • 정유담 기자
  • 16.08.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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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정동영 의원 모습.

국민의당이 시끄럽다. 노정된 사당화 문제가 이제는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겸직문제로까지 확산됐다.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난상토론이 벌어졌고, 당내 일각에선 ‘안철수당에서 이제 박지원당이냐’는 비아냥까지 새어나왔다.

 

지난 9일 국민의당 의총장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상당 수위의 발언이 터져 나온 터라 어떤 돌출 발언이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됐다.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전선은 한층 가라앉았다. 조배숙 유성엽 황주홍 의원 등이 대선 전략과 당 조직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는 수준에 그쳤다. 허나 전당대회와 당 체제 정비 속도에 대한 당내 불만 및 불안감은 모두 발언 곳곳에 스며있었다.

 

“분리하라”…“기다려라”

 

지난 2일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직문제를 놓고 격론이 오갔다. 황주홍 의원은 “박 위원장 결단만 기다려야 하느냐. 이렇게 가면 당이 지리멸렬 한다”고 질책했으며, 유성엽 의원은 “총선 직후 원내대표를 합의 추대한 것부터 잘못됐다. 이젠 모두 까발리고 얼굴 붉히더라도 터놓고 결정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인화 의원은 ‘박지원 겸직체제’ 문제를 지적하며 “전대가 늦으면 대선준비도 늦어진다”고 조기전대를 촉구했다.

 

앞서 황 의원은 박 위원장 면전에 두고 “38명 의원들이 배제되고 주요 문제는 핵심들이 결정한다. 자잘한 것만 38명에게 물어본다”며 “의사결정 과정이 지도부 중심의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 당 위기를 심화시켰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나도 생각이 있다’고 버티면 안 된다”며 박 위원장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이들의 공통된 지적은 박 위원장이 겸직 체제를 유지하면서 당내 막강한 권한과 권력을 틀어쥐고 있다는 비판이다. 사당화 논란을 불러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박지원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박 위원장이 그나마 간판으로 있으니 당이 이렇게라도 굴러가는 것 아니냐”며 “현실적인 대안 없이 무조건 끌어내리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박 위원장은 당내 요구에 “8월 말 당헌당규가 제·개정된 이후 로드맵을 갖고 전대 개최 시기와 겸직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다만, “정기국회 중에 전대를 개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조기전대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겸직 문제와 관련해서도 “뭐라 하지 마라. 치열한 토론도 좋지만 중복된 얘기를 하면 당 분란으로 비친다”며 자중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전남과 전북으로 나뉜 호남당

 

박 위원장에 대한 비판은 당내 무게 중심이 광주·전남에 쏠려 있는 점과 무관치 않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광주)전남 쪽에 무게 중심이 있다 보니 전북 홀대론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며 “지도부 흔들기는 당내 역학구도에 따른 샅바싸움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황주홍 의원 등 일부 전남지역 인사들의 반발에 대해선 “기득권과 비기득권 간 다툼의 측면이 크다”며 “호랑이(안철수) 없는 굴에 너도나도 주인이 되고자 하는 심리 아니겠느냐”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지난 6월 국민의당 소속 전북지역 국회의원들은 당 운영과 관련, 내부투쟁까지 시사하며 지도부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유성엽 의원은 당시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에게 “왜 약속을 안 지키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당 워크숍에서 박지원 원내대표 추대 수용과 함께 전북에 최고위원, 국회부의장, 상임위원장을 배려해달라는 방침을 전달했으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데 대한 항의성 발언이었다.

 

조배숙, 유성엽 의원은 국회부의장과 원내대표직에 각각 도전했지만 조 의원은 경선 문턱을 넘지 못했고, 유 의원은 합의추대를 이유로 뜻을 접었다. 한정된 국회 보직과 당직에서의 실리도 자연스레 광주·전남의 몫이 됐다.

 

전북지역 한 인사는 “전북은 정치적으로 늘 변방이었다. 호남정당 내에서도 광주·전남이 주도권을 쥐어왔다”며 “당권 변화 시기 어떻게든 헤게모니를 잡음으로써 중앙에서 목소리를 키우고 싶어 하는 의지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북 정치’ 복원과 정동영의 등판

 

전북은 현재 정동영 의원을 중심으로 세 결집에 나선 상태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전북지역 의원들이 매주 모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전당대회는 물론 현안 등을 논의, 협의하기 위해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인사 역시 “전북의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돌파구를 찾기 위한 나름의 행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 의원은 4·13 총선 공약으로 “전북을 변방에서 중심으로 끌어 올리겠다. 전북정치를 복원해 호남정치를 부활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전북이 지역구인 유성엽 의원은 총선 전 ‘정동영 영입’의 핵심 인물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유 의원이 정 의원을 전북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정 의원의 당권 도전과 관련 “본인은 그럴 여지가 없어 보이지만, 주위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직접 팔을 걷어붙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당권 도전에 대한 자신감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북 좌장격인 정 의원은 지난달 1일 최고위-중진 연석회의에서 비대위원장-원내대표 분리론을 제기했다. 박 위원장 독주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정 의원 문제제기에 일부 의원이 가세하면서 당내 긴장감은 극도로 팽팽해졌다. 겸직 분리와 조기전대론도 한층 탄력이 붙은 상태다.

 

허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아직 “박지원 정도의 커리어를 가진 사람이 없는데다, 이후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여기에 정 의원이 당 전면에 나설 경우 국민적 거부감이 적지 않다는 현실론도 담겨 있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박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서 무난하게 당을 이끌 사람”이라며 “괜히 정 의원이 나서서 전남-전북을 가를 필요는 없다”고 당 분열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12월 전대 유력…박지원 도전 가능”

 

국민의당은 당초 내년 초에 전당대회를 치를 예정이었다. 당 정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9월 정기국회와 10월 국정감사 그리고 이후 예산심의 등 굵직한 정치 현안을 감안한 일정이다. 허나 조기전대 요구가 강해지면서 내부적으로 변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김영환 사무총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대위 마감 시기를 당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며 “전당대회를 앞당기자는데 동감한다. 내년 2월에 하기로 돼있던 것을 당겨야 하기 때문에 연내에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체제 정비가 덜 돼있는 상태에서 첫 전당대회를 맞는다”며 “연말까지는 맞춰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12월 전당대회 가능성을 유력하게 언급한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도 “당원 전수조사, 당헌·당규 개정 등 당내 정비작업도 이제 막 시작 단계”라며 “현실적으로 당장 전대를 치를 순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12월이 유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총선 전에 국민의당에 입당해 주요 당직자로 지내온 나도 엊그제(10일) 당원 확인 전화를 받았다”며 “당 상황이 이렇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4월 총선 직후 3만 명 안팎이던 당원은 현재 12~13만 명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호남 일부 지역에 한정돼 있어 전국단위 당원선거를 치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란 지적이 많다. 박 위원장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 “당원이 15만~20만 명 되면 바로 전당대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당 일각에선 박 비대위원장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뒤 당대표 선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박 위원장이 전당대회 작업만 마무리되면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직을 털고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내대표 사퇴에 대한 명분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애당초 내년 대선을 지휘하기 위해 당권 도전을 염두에 뒀던 분 아니냐”며 “국민의당으로 정권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가장 큰 명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인사도 ‘박지원-정동영 당권 경쟁’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 의원은 정치 재기의 꿈이 강한 사람”이라며 “그가 나설 경우 (광주)전남에 박지원, 전북에 정동영이 맞붙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호남 맹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양측이 맞붙을 것이란 설명이다.

 

커버리지 정유담 기자(media@covera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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