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황교안 총리 지명과 새정치연합의 정치적 함수
문재인 ‘맑음’, 비노 ‘흐림’, 朴대통령 ‘매우 흐림’, 황교안 ‘흐림’
  • 신율 칼럼
  • 15.05.2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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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새 총리에 지명됐다. 황교안 총리 지명자는 청문회를 거쳤고, 통합진보당 해산 문제도 순조롭게 처리하는 등 나름의 수완을 보였다. 그래서 총리 후보자 청문회도 별 문제 없이 통과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문제는 황 내정자가 공안에 정통한 인물이란 것이다. 이 때문에 야당에 공격 포인트를 제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욱이 야당은 지금 내홍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은 내우를 외환으로 돌려 진화한다는 고전적인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새정치연합은 이번 청문회를 내우를 잠재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표로서는 뜻하지 않은 구세주를 만난 셈이다.

 

반면, 비노(비노무현) 측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비노의 입장에서는 친노(친노무현) 진영을 공격할 모처럼의 기회가 왔음에도, ‘황교안’이 등장해 기회가 날아갈 위기에 처했다.

 

비노들은 아마도 투 트랙 전법을 쓰려들 것이다. 즉, 한쪽에서는 문재인 대표체제에 대한 공격을 끊임없이 가하면서도, 또 다른 쪽에선 황교안 총리 지명자에 대해 공격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그런데 하나만 공격하는 것보다 여러모로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비노 측의 고민이 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본의 아니게 문 대표를 도와준 셈이 됐다.

 

정국은 이제 새정치연합의 내홍으로부터 황교안 총리 지명자에 대한 청문회 정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대표체제는 이번 청문회에 자신들의 명운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런 이유 때문에 청문회를 한번 통과한 황교안 장관에게도 이번 총리 지명자 청문회는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청문회에서 황교안 지명자에 대한 약간의 문제라도 발견되면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은 상당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더욱이 지금 그런 치명타를 맞게 되면 보다 빨리 레임덕이 올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 때문에 청와대도 야당과 일전을 불사할 각오를 다지고 있을 것이다.

 

황교안 장관의 총리 지명은 정국을 청와대 대 야당의 구도로 바꾸어 놓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는 문재인 대표가 당연히 기대했던 구도이기도 하다. 재보선 참패와 광주에서의 홀대로 정치 지도자의 이미지가 심히 훼손된 문 대표로서는 정국이 자신 대 박 대통령의 구도로 흘러가는 것이 나쁘지 않다. 이를 통해 실추된 이미지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국 이는 ‘자신보다 센 놈하고만 붙는다’는 정치인들의 속설을 뒷받침해준 것이기도 하다.

 

지금 시점에서 정치인들의 상황을 날씨로 표현한다면 문재인 ‘맑음’, 비노 ‘흐림’, 박근혜 대통령 ‘매우 흐림’, 그리고 황교안 ‘흐림’ 정도가 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변수가 존재한다. 야당 지도부가 어떻게든 이 기회를 살리겠다고 무리하다가 오버할 경우 상황은 완전히 반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정치는 때로는 짜증나지만, 때로는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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