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무릎 꿇은 우원식…친노에 밀린 ‘손학규’
문재인-손학규’ 대리전…당권·대권 ‘전초전’
  • 정유담 기자
  • 16.05.14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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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좌)와 손학규 전 상임고문.

 

이번에도 친노가 승기를 잡았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선출을 두고 하는 말이다. 더민주의 20대 국회 제1기 원내대표 경선은 ‘문재인-손학규’의 대리전으로 치러졌다. 문 전 대표 측에선 우상호 후보가, 손 전 고문 측에서는 우원식 후보가 나섰다. 결과는 더민주 내 다수파인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이 범주류인 우상호 후보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일단락됐다.

 

우 원내대표는 ‘86그룹’(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 운동권)의 대표격으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의 공보단장을 맡으면서 친노와 정서적으로 가까워졌다. 특히,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를 위해 안철수 캠프 김성식 공동선거대책본부장과 진검 승부를 겨루기도 했다. 안 후보 측 양보를 이끌기 위해 우상호 단장이 내세운 ‘큰형님론’은 단일화 과정에서 두고두고 회자됐다.

 

우 원내대표와 결선투표까지 간 우원식 의원 역시 운동권 출신이지만 우 원내대표와는 결이 다르다. 그는 고(故) 김근태 전 상임고문의 정파그룹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핵심 인사다. 더욱이 2012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손학규 캠프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뒤 줄곧 손학규계로 분류됐다. 한 사람은 문재인, 또 다른 한 사람은 손학규를 택한 셈이다.

 

우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1차 투표에서 우원식 의원(40표)에 뒤진 36표를 얻어 2위에 그쳤다. 하지만 결선투표에서 우 의원을 7표 차로 뒤집으면서 최종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우원식 의원이 손 전 고문과 가깝다는 점에서 친문 진영의 ‘손학규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 최대 계파를 형성하고 있는 친노·친문은 20대 국회 당선자 123명 가운데 70여명이 포진돼 있다. 반면, 손학규계는 양승조 조정식(4선) 의원을 비롯해 이춘석 이춘열(3선), 이개호 김민기 전혜숙 전현희(재선), 박찬대 김병욱 임종성 강훈식 어기구 고용진(초선) 당선자 등 모두 14명으로 압축된다. 여기에 우원식 설훈 의원 등 민평련 소속 인사까지 감안하면 그 수는 조금 더 늘어난다.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친노·친문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친노 측은 ‘우상호 원내대표號’ 출범이 향후 있을 전당대회에서 문 전 대표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범주류의 영향력이 전당대회에서도 고스란히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오는 8월에서 9월초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되는 새 지도부는 내년에 있을 대선후보 경선룰 등을 확정할 중책을 맡게 된다. 재차 대권을 노리는 친노 측에서 당권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선까지 불과 1년 6개월여 남았다. 문재인 전 대표는 공공연히 차기 대권을 언급했다. 또 한 번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전남 강진의 토굴에 칩거 중인 손학규 전 고문도 대권 출마를 위한 정계 복귀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8~9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012년 대선후보 전국 순회경선에서 손 전 고문은 당원투표에서 1위를 하고서도 번번이 모바일경선에서 문 전 대표에게 고배를 마셨다. 대중적 인기와 지지도가 높은 ‘친노’의 벽을 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손학규 측 핵심 인사는 기자와 통화에서 “주변에서 기대하고 지지하는 목소리를 계속해서 듣고 있다”며 ‘때’를 기다린다는 반응을 보였다. 손학규계는 20대 국회에서 상당수가 생환한 점을 여세로 당내 입지를 강화하고자 했다. 우원식 의원의 원내대표 출사표는 그 첫 번째 단추였다. 그런 점에서 우 의원의 패배는 손 전 고문 측 입장에선 뼈아플 수밖에 없다.

 

커버리지 정유담 기자(media@covera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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