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무성, PK ‘자존심’…전주에선 ‘배알도 없나’
[4·13총선] 교묘히 반복되는 ‘지역주의’ 악습
  • 정유담 기자
  • 16.04.0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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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 구도’

 

한국 정치판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자 악습이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지역주의를 꺼내들며 이를 교묘히 악용한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우리가 남이가’는 그 대표적인 예다.

 

많은 이들이 ‘지역구도 타파’를 역설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동서(東西) 구도는 단단해졌고, 양당제는 확고해졌다. 지역구도 타파를 주창하면서도 이면에서는 지역주의를 더욱 부추겼고, 안으로는 결속했다. ‘PK(부산·경남) 자존심’ ‘어려울수록 뭉쳐야 한다’ 등의 구호는 이러한 인식을 잘 반영한다.

 

20대 총선에서도 이러한 ‘지역주의’의 악습은 사라지지 않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6일 전북 전주를 찾아 ‘망국병 제1호’는 지역감정이라고 지적했다. 호남에 출마한 자당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며 한 말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우)와 최경환 의원.(사진=새누리당)


그는 “대한민국 ‘망국병 제1호’인 지역감정이 계속되는 한 우리나라 정치는 미래가 없고, 국가 발전의 미래도 없다”며 “지역감정을 배경으로 하는 정치구도는 깨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당선된 강현욱 전 의원 이후 전북에서는 새누리당(전신인 한나라당 포함) 출신 의원이 단 한명도 없다”며 “전북에서의 당선은 다른 지역의 5명, 10명 이상의 당선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김 대표는 또 정원천 후보(전주을) 지원 유세에서 “전북에서 더민주당에 몽땅 국회의원 만들어주고 배신감 느끼지 않느냐, 배알도 없느냐”며 “전북도민 여러분 정신차리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의 발언은 ‘새누리당 불모지’인 호남에서 자당 후보를 배출시킴으로써 지역구도 타파는 물론 한국정치를 한 단계 발전시켜야 한다는 호소이자 강력한 당부다.

 

그런데 호남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외친 김 대표가 이틀 전인 4일 부산을 찾은 자리에서는 ‘PK의 자존심’을 언급하며 ‘단단히 뭉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창원, 부산, 울산으로 이어지는 낙동강벨트에 새누리당 깃발이 모두 휘날리도록 해 PK(부산·경남)의 자존심을 세우도록 하겠다”며 ‘PK 40석 의석 모두를 새누리당에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한국전쟁 당시 우리 군과 국민이 목숨 걸고 사수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다”며 “낙동강 전선 지키듯 모든 에너지를 다 바치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 텃밭인 영남에서는 자존심 운운하며 ‘PK 싹쓸이’를 호소하면서도, 불모지인 호남에서는 ‘배알도 없냐’며 지역주의 타파를 역설하고 있는 셈이다.

 

친박계 좌장격인 최경환 의원의 지역주의 발언은 더욱 노골적이다. 새누리당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장인 최 의원은 5일 대구지역 유세에서 “만약 이번에 대구 선거가 잘못되면 절단난다”고 지역주의에 기댄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정치적 고향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되거나 새누리당 공천을 못 받은 무소속 후보가 된다든지 한다면 박 대통령이 어찌 되겠느냐”며 “큰일 난다. 한번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야당에서 ‘박 대통령 지(자기) 고향에서도 맥을 못추네’ 그럴게 아닌가”라며 으름장을 놨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사진=더불어민주당)


당리당략에 기댄 ‘소지역주의’ 호남


새누리당이 지역주의를 교묘히 악용하고 있다면 야권은 호남 맹주 자리를 놓고 싸움이 한창이다. 오죽하면 ‘호남 자민련’ 얘기까지 나왔을까. 현재 민심은 “그래도 더민주”와 “이번에는 국민의당”으로 갈려 ‘엎치락뒤치락’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광주를 찾은 자리에서 “광주에서 초·중교를 졸업했고, 뿌리도 호남에 있다”며 ‘호남 대변인’ 역할을 자처했다. 그러자 구민주계 좌장격인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소가 웃을 일”이라며 맞받았다.

 

박 의원은 특히 “김 대표가 광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는 것은 수십 년간 호형호제하며 지낸 저도 몰랐던 사실”이라며 “전두환·노태우 정권에서 고위직을 역임하는 동안 연고를 밝힌 적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호남을 대변한다고 하니 생뚱맞다”고 힐난했다.

 

김종인 대표는 6일 오전 “삼성의 미래차 산업을 광주에 유치해 5년간 일자리 2만개를 창출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인 광주 서구을 양향자 후보의 공약을 중앙당 차원에서 지원한 것이다. 하지만 삼성 측은 “구체적 추진 방안과 투자계획은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장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빌공(空)자 공약을 남발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거를 일주일여 앞둔 가운데 국민의당 일부 유력 인사들은 호남 우위를 자신하며 수도권 지원유세까지 돌입한 상태다. 국민의당 김희경 대변인은 “이제는 수도권이다. 호남에서 시작된 녹색바람이 북상하고 있다”며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호남 선거를 책임지고 있는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은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호남 유권자들이 호주머니에 모두 다 들어왔다는 오만한 태도를 갖고 있다”며 국민의당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커버리지 정유담 기자(media@covera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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