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이슈] 심학봉 의원 ‘성폭행 사건일지’ 재구성
경찰조사 열흘 만에 ‘무혐의’…‘부실·봐주기 수사’ 논란
  • 정찬대 기자
  • 15.08.04 18:24
  • facebook twitter 카카오스토리 구글플러스
  • 글자크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
  • print
  • |
  • list
  • |
  • copy

성폭행 사건에 연루돼 새누리당을 탈당한 심학봉 의원(초선·경북 구미갑)이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경찰수사 과정에서 석연찮은 부분이 많아 향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대구지방경찰청은 4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된 심 의원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결론짓고, 이르면 5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심 의원과 피해자 진술이 일치하고 통화 및 문자메시지 내역과 참고인 조사를 통해서도 범죄를 입증할 만한 다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무혐의 처분’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이 심 의원을 늦은 저녁시간 단 한차례 불러 조사한데다, 2시간여 조사 끝에 재빨리 사건을 종결지었다는 점에서 여러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일각에선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부실·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7월13일] 호텔에선 무슨 일이?

 

심 의원 성폭행 관련 사건은 지난달 13일 발생했다. 심 의원은 이날 보험설계사 A씨(48세)에게 수차례 전화해 대구시내 한 호텔로 불러냈다. 심 의원은 전날에도 호텔에 투숙한 뒤 A씨에게 전화를 걸어 호텔로 오라고 요구했지만 A씨는 거부했다.

 

현역 국회의원의 거듭된 재촉에 A씨는 13일 오전 11시께 해당 호텔로 향한다. 그리고 입실 후 50분 만인 오전 11시 50분께 A씨는 호텔을 나섰고, 10여분 후 심 의원도 호텔을 떠났다. 호텔 CCTV에는 두 사람이 시간차를 두고 호텔에 출입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심 의원과 A씨는 2년 전쯤 소개를 통해 알게 됐고, 지난 6월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신 뒤 가까워졌다. 심 의원은 이날 이후 자신을 ‘오빠’라 칭하며 A씨와 안부 문자를 주고받았다.

 

사건이 있기 전날 심 의원은 A씨에게 “오빠다. 얼굴 한번 보자” “보고 싶다” “외롭다” 등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7월24일] 성폭행 혐의로 심 의원 신고

 

사건이 발생한 지 10여일이 지난 24일, A씨는 대구 중부경찰서에 심 의원을 성폭행 혐의로 신고했다. 자신을 호텔로 불러내 강제로 성폭행했다며 심 의원의 처벌을 요구한 것이다.

 

A씨는 “심 의원이 (7월)13일 오전 나에게 수차례 전화해 호텔로 오라고 했고, 호텔에 가자 강제로 옷을 벗기고 성폭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심 의원이 자신을 덮친 뒤 현금 3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현역 국회의원의 성폭행 혐의사건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새정치연합 등 야권에선 ‘성(性)누리당’이라며 일제히 공세를 가했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한 모습이었다.

 

◇[7월26일] 심 의원과 A씨 만남, 왜?

 

심 의원과 A씨는 26일 ‘화해의 술자리’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두 사람이 일행과 함께 26일 식당에서 1시간 30여분에 걸쳐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고 인근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겨 30여분간 술을 더 마신 뒤 헤어졌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노래방까지 간 것으로 볼 때 충분히 화해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 의원 역시 “A씨와 만난 자리에서 대화로 서로 오해를 풀었고, 불미스러운 일에도 사과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A씨는 다음날 진술을 번복한다. 허나 A씨가 진술을 번복한 과정은 여러 의문점을 남긴다. 일각에선 무마조로 금품이 오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금품 등으로 회유 또는 협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심 의원 측은 “오해를 푼 것”이라며 이러한 의혹을 일축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금품이 오갔더라도 그 자체가 범죄로 볼 순 없다”며 “(금품수수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확인된 것은 없다”고 더 이상의 논란을 차단했다.

 

◇[7월27일] 2차 조사에서 A씨 진술번복

 

심 의원의 처벌을 요구한 A씨는 앞서 예고했듯 27일 돌연 진술을 번복했다. 성관계에 강제성이 없었고, 심 의원에 대한 처벌도 원치 않는다며 말을 바꾼 것이다.

 

A씨는 “심 의원이 현금 30만원을 가방에 넣어줬는데 순간적으로 기분도 나쁘고 그 뒤 한동안 아무 연락도 없고 해서 화가나 신고했다”며 “(심 의원을) 좋아하는 마음도 있다”고 해명했다.

 

두 사람이 좋아서 관계를 맺었다면 이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더욱이 간통죄까지 폐지돼 ‘외도’로 인한 법적처벌도 어려운 상태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조사는 했지만, 사생활 문제여서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답했다.

 

◇[8월3일] 심 의원, ‘극비리’ 경찰출석

 

당초 경찰은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성폭행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심 의원에 대해 서면조사를 하려했다. 하지만 논란이 확산되자 직접 조사로 방침을 바꿨다. 여러모로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상식 대구지방경찰청장은 3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심 의원을 조만간 소환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날 밤 9시30분께 심 의원이 극비리에 출두해 조사받은 것이 확인되면서 논란을 빚었다. 이 청장은 “주중 소환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소환을 통보했다’는 말은 하지 않은 상태였다.

 

더욱이 심 의원은 변호사 입회하에 대구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 나와 2시간여 조사받은 것이 전부다. 경찰은 필요할 경우 계좌 추적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마저도 생략됐다. 이 때문에 부실·봐주기 수사 논란이 더욱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8월4일] ‘강경’에서 ‘감싸기’…與 ‘태도변화’

 

새누리당은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한 듯 심 의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더욱이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13일 새누리당 경북도당은 심 의원을 도당 윤리위원장에 임명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됐다.

 

신의진 대변인은 앞서 3일 구두논평을 통해 “심 의원은 당 뒤에 숨어서 보호받을게 아니라 제대로, 떳떳하게 경찰에서 수사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몰아세웠다. 심 의원은 이날 성폭행 사건에 대한 파장이 확산되자 새누리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하지만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새누리당의 태도는 바뀌었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4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떤 게 드러났느냐. 아직 아무것도 드러난 게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아무 근거 없이 무죄가 돼 있는 상태에서 개인의 명예를 짓밟고 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다시는 이런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 차원의 강력한 자정 노력을 해나갈 것이고, 앞으로 어떠한 해당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경찰의 ‘무혐의’ 처분과 함께 새누리당의 태도가 달라진 셈이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심 의원의 제명을 요구하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아울러 “탈당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지역 민심도 들끓고 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성명을 내고 심 의원 성폭행 의혹 사건을 재수사하라고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아울러 구미지역 시민사회단체도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고 심 의원에 대한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현재 구미경실련은 심 의원 지역사무실 앞에서 의원직 사퇴를 위한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커버리지 정찬대 기자(press@coverage.kr)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