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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산하 기관, 日 식민사관 홍보관 되다
국민 세금으로 자행된 ‘매국사업’…나라 파는 ‘매국사관’
  • 정유담 기자
  • 15.10.0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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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을 비판하는 국내외 목소리가 상당한 가운데 교육부 산하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우리 역사를 의도적으로 왜곡·폄훼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일본의 식민사관을 인정하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동조하는 자료와 지도를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며 미국 의회에 제출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또 한 번 충격을 주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에서 47억원을 들여 만든 동북아역사지도 ‘고구려의 성장 120~300년’. 해당 지도를 보면 서기 300년에도 백제와 신라가 없다. 일본 식민사학자들이 임나일본부설 주장을 위해 삼국사기 초기 기록을 불신한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사진출처=도서출판 만권당)

 

고구려는 ‘고구려현’, 독도는 삭제…日 식민사학 동조

 

지난 2012년 동북아역사재단이 외교부 의뢰를 받아 미(美) 의회조사국(CRS) 요청으로 보낸 지도 및 자료에 따르면 고조선의 영토는 북한과 맞닿아 있는 둥베이 지역 남부인 랴오닝성(遼寧省) 일부로 한정돼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실제 고조선의 영토는 이보다 훨씬 북동쪽인 남만주 일대를 비롯해 길림성, 흑룡강성, 연해주까지 이르는 광활한 영토였다.

 

또 기원전 2333년 고조선이 건국됐음에도 해당 지도에는 아무런 설명 없이 “기원전 3세기 무렵의 고조선 영토”라고 표기돼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건국 연도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도록 하고 있다.

 

이외에도 기원전 108년 중국 한나라 무제가 설치했다는 한사군(진번, 낙랑, 임둔, 현도)이 한반도 일부 지역을 통치했다는 일제 식민사관의 핵심주장을 인정하는 듯한 내용의 지도도 포함돼 있다. 지도에는 한사군의 경계를 표시해 마치 한반도 내 실효적 지배가 있었던 것처럼 표현했다. 하지만 윤내현 단국대 명예교수(역사학)를 비롯해 국내 고조선 역사학의 권위자들은 식민사관에 근거한 기존의 통설을 뒤집고 한사군의 위치를 중국 요동 또는 요서 지역으로 보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이 미 의회에 보낸 기원전 196년 한반도 지도. 고조선의 경계가 대폭 축소된 것은 물론 진번, 임둔 등 한사군을 표기함으로써 우리 영토가 마치 중국의 속국처럼 표기됐다.(사진출처=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실)

 

동북아역사재단의 이 같은 자료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맥을 같이 한다. 중국은 우리 고대사를 자신의 역사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고구려를 중국 변방의 소수 민족으로 왜곡하고 있다. 재단이 보낸 자료에서도 고구려 국명 옆에 ‘고구려현’이라는 한나라의 지역 명을 표기한 것이 확인됐다.

 

서기 676년 신라와 당나라의 영역을 표기한 지도에서는 독도를 제외시키기도 했다. 고려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에는 신라 지증왕(500~ 514년) 시기 장군 이사부가 우산국(울릉도·독도)을 정벌함으로써 신라 영토에 편입시켰다고 기록돼 있다.

 

결국, 우리 역사를 부정하고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제의 식민사관이 만들어낸 역사 왜곡을 담은 자료가 고스란히 미 의회에 제출된 셈이다. 정재정 당시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자료를 전달하는 성의까지 보였다.

 

한반도 유사시 중국의 영토 문제 개입 전략을 분석하기 위한 보고서(‘한반도 영토에 대한 중국의 역사적 주장’)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을 제출할 것을 요청한 미국은 해당 자료를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첨부해 2012년 12월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과 상원의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동북아재단 면면 보니…곳곳이 뉴라이트

 

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국정감사에서 지난달 임명된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의 역사관이 도마 위에 올랐다.

 

뉴라이트 인사로 분류되는 김 이사장은 과거 관련 단체 등과 연계한 학술 활동이나 여러 기고문을 통해 건국절과 교학사교과서를 적극 지지해왔다. 교학사교과서는 그간 친일과 독재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2013년 친일사관 논란을 불러일으킨 해당 교과서를 야당 의원들이 비판하고 나서자 이제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하는데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또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과 건국절 추진세력이 만든 ‘한국현대사학회’ 이사로 활동한 바 있으며, 지난 8월 한 일간지에 실린 기고문에서 “8월15일은 대한민국 건국일”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자처하는 등 구설수에 올랐다.

 

△사진=동북아역사재단 홈페이지 캡처

 

김 이사장의 전임자인 김학준 전 이사장(前동아일보 사장) 역시 뉴라이트 계열 역사학자들이 중심이 된 한국현대사학회의 고문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의 식민사관과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기 위한 정부출연기관이 결과적으로 이에 동조하는 인물로 채워진 셈이다.

 

이에 대해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국제법)는 <커버리지>와 통화에서 “식민지근대화론이나 미화론의 역사관을 지닌 뉴라이트 핵심 인사들이 역사, 대북, 교육 등 우리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포진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인사권자가 시대정신이나 국민 정서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결국은 국민 정서를 더욱더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단 측의 실수인가, 의도된 왜곡인가

 

동북아역사재단은 2008년부터 총 47억원을 들여 <동북아역사지도>를 제작했다. 왜곡된 중국 지도와 일제강점기 우리 역사를 말살하기 위한 조선사편수회 자료가 적극 활용됐다. 고대사가 대폭 축소됐고, 독도는 지도에서 빠졌다.

 

특히, 고려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이어진 100여장의 지도에 독도가 누락된 것이 확인되면서 적잖은 논란이 일었다. 재단 측은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60여명의 역사학자가 참여한 가운데 제작된 100여장의 지도에서 독도가 빠진 것은 ‘의도된 삭제’라는 지적이다.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의 저자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은 동북아역사지도에 대해 ‘치밀하고 의도적으로, 목적의식적으로 만들어진 지도’라고 규정한 뒤 세금으로 자행되는 ‘매국 사업’이자, 식민사관을 넘어 나라를 파는 ‘매국 사관’이라고 질타했다.

 

지난 2013년 재단 측이 미국 하버드대에 의뢰해 영문으로 발간한 ‘한국 고대사의 한나라 영지’에서도 역사왜곡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책자에 기록된 한반도의 고대사는 고조선이 아닌 한사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단군 고조선의 실체를 한낱 ‘신화’ 정도로 치부해 무시한 것이다. 이는 일제가 임나일본부설과 함께 한반도 역사의 타율성을 강조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파괴하기 위해 만든 대표적 식민사관 가운데 하나다.

 

 

동북아역사재단 산하 독도연구소에서 진행하고 있는 온라인상 동해·독도 표기오류 시정활동 역시 매우 저조한 상태다. 최근 5년간 독도연구소에 진행한 2280건의 시정요청 가운데 시정조치가 이뤄진 것은 고작 201건(전체 8.8%)에 불과하다. 25%에 불과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보다 더 저조한 실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의지가 없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독도 문제에 관한 글을 읽다보면 모든 문제는 ‘독도는 우리 땅’ 노래 가사같이 간단명료해 보인다. 마치 신라의 우산국 정벌 이래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말은 ‘주장’이 아니라 ‘진실’인 것처럼 보인다. 독도가 우리 것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독도에 대한 ‘진실’이 얼마나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선입관에 결박돼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동북아역사재단 배성준 연구위원의 ‘독도 문제를 보는 비판적 시각을 위하여’란 글의 일부분이다. 마치 일본의 극우 역사학자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듯한 느낌마저 받는다.

 

동북아역사재단은 한해 예산으로 200억 원이 투입된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식민사관과 중국의 동북공정이 국가의 주도 하에 책정된 세금을 통해 전 세계에 홍보되고 있는 셈이다.

 

커버리지 정유담 기자(media@covera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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