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野 정치권력의 기득권화, ‘호남-친노’ 만들다
국민에 의한 정치혁명, 그리고 야당의 균열과 붕괴
  • 정용해
  • 15.12.3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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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왼쪽)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지난 30일 서울 도봉구 창동성당에서 열린 고(故) 김근태 전 의장 4주기 추도미사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안 의원이 지난 13일 탈당한 이후 두 사람 간 만남은 이날이 처음이다. (사진=더불어민주당)

 

‘너무나 놀랍다!’

 

요사이 한국 정치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변화를 가장 간명하게 표현한 말이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적대적 공생관계에 기반한 양당의 기득권 체제가 균열의 파열음을 내며 서서히 붕괴되어 가고 있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지 못한 정치가 국민에 의해 본격적으로 퇴출 명령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치 상황에서 벌어진 일은 국회의원 일인의 탈당뿐이었다. 그러나 이후 벌어진 상황은 엄청난 정치적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연일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나 더불어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의 심각한 내홍은 그 후폭풍의 전주곡이다. 국민은 이참에 아예 정치를 교체하자며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정치가 국민으로부터 왜 외면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십 년간 군사독재를 겪고 1987년 이후 민주화를 만들어냈으며, 두 번의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하지만 민주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삶의 질은 개선되지 않았고, 오히려 격차만 증가했다. 정치가 본질에서 이탈한 때문이다.

 

더욱이 정권교체 이후 민주화 세력의 집권기간은 되레 국민의 정치 불신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물론 나름의 성과도 분명 있었다. 허나 정치의 근본인 국민들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는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10년 집권의 역사는 지금까지도 야권의 문제를 고착화하는 주요인이 됐다.

 

두 번의 집권기간 동안 민주화 세력에게 남겨진 것은 호남기득권과 친노세력으로 지칭되는 두 세력의 기득권화(化)다. 야당이 국민 삶과 직결된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의 유입을 통한 세대교체 내지는 인물교체를 이루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도 기득권화된 정치권력을 스스로 포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시절 민주화 투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권에 입성한 86세대 역시 이미 기득권 정치인으로 대변되고 있다. 물론 그들의 민주화 투쟁 경험을 결코 폄훼해선 안 된다. 하지만 이들이 과연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그간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정치 교체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에서 그들의 역할이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은 정치권의 교체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바람은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현상으로 정치권에 투영됐고, 총선을 앞둔 지금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정치교체를 위한 야권의 새로운 파열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실질적으로 정치권의 전반적인 교체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많은 과제를 남겨놓고 있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기성 정치권은 이러한 변화와 바람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무감각은 국민의 분노를 더욱 촉발시키고 있다.

 

현 야당 정치인들은 지난 10년의 집권기 동안 어떤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권력을 지녔음에도 국민의 삶을 개선시키지 못한 것은 무능했거나 의지가 부족했던 탓이다. 그리고 정치권력을 스스로 기득권화했기 때문이다.

 

반성과 책임 없이 또 다시 지지(표)를 호소하며 ‘국민의 정당’을 내세우는 모습은 참으로 뻔뻔하고 이율배반적이다. 국민의 지지와 성원으로 권력을 누린 그들, 국민 삶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음을 솔직하게 반성하면서 스스로 물러날 수 있는 용기 있는 정치인의 등장이야말로 우리사회 정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정용해(한결미래정치연구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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