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역구도 균열, 4·13총선 ‘신기원’ 만들다
수도권·영남, 정부여당 ‘철퇴’…호남, 제1야당 ‘심판’
  • 정유담 기자
  • 16.04.1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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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YTN뉴스화면 캡처)


모두의 예상을 깼다. 민심은 매서웠고 또한 지엄했다. 국민은 ‘오만한’ 정치에 무거운 회초리를 들었고, 역대 선거에서 전략적 판단을 해온 호남은 ‘야권 교체’를 선택했다. 그 결과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현실화됐다.

 

국민이 뻔히 바라보고 있는데도 ‘보복 공천’에 올인한 새누리당은 제1당 자리를 내줘야 했다. 반면, 수도권을 휩쓸고 불모지인 영남에서조차 상당한 성과를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만년 2등’에서 원내 제1당 자리를 꿰차게 됐다.

 

하지만 더민주는 호남에서 대참패하며 호남 맹주 자리를 물러줘야 했다. 승리했지만 말 그대로 ‘뼈아픈 승리’다. 야권의 심장부 광주에서는 8석 전석을 빼앗겼다. 국민의당은 녹색 돌풍을 일으키며 호남을 완전히 석권했다. 그렇지만 호남 외에서의 참패는 한계로 지적된다. 당장 ‘호남 자민련’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런 것은 호남이 보수정당인 새누리를 뼛속깊이 싫어한다는 점과 국민의당이 진보적인 색채의 호남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경우 언제든 이에 대한 심판을 가할 수 있다는데 있다. 그래서 이들은 ‘호남 자민련’이란 말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20대 총선 결과는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지닌 선거로 간주되고 있다. 먼저 16년 만에 뒤바뀐 여소야대가 그렇다. 4·13총선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 123석(비례 13석 포함), 새누리당 122석(비례 17석 포함), 국민의당 38석(비례 13석 포함), 정의당 6석(비례 4석 포함), 무소속 11석을 차지했다. 새누리당은 원내 과반은 물론이거니와 1당 자리마저 더민주에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지역별로도 적잖은 파란이 일어났다. 여권의 안방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과 분당에 터가 마련됐고, 부산과 경남을 넘어 그간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대구에서까지 야권 후보가 당선되면서 한국정치의 고질병이던 지역구도 역시 유의미한 균열이 새겨졌다.

 

새누리는 영남지역 65개 의석 가운데 48개 의석만을 사수하는데 그쳤다. 나머지 17석은 무소속을 포함한 야권에 넘겨줘야만 했다. 특히, 더민주는 대구에서 김부겸(수성갑) 당선인이 새누리당 유력 대권후보인 김문수 후보를 꺾으면서 대이변을 연출했고, 더민주를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의락(북을) 당선자도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부산에서는 김영춘(진갑), 박재호(남을), 전재수(북강서갑), 최인호(사하갑), 김해영(연제) 당선자가 배출되면서 ‘부산 지킴이 독수리 5형제’란 별칭이 붙었고, 경남에서는 민홍철(김해갑), 김경수(김해을) 서형수(양산을) 당선인이 나오면서 이 지역에서만 무려 9명의 더민주 당선인이 배출됐다.

 

당장 안방 사수도 못한 새누리는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며 선거 다음날인 14일 오전 당 지도부가 줄줄이 사퇴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는 조기 전당대회의 수순을 밟게 됐다. 물론 친박과 비박간의 갈등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이슈 민감도가 가장 높은 수도권에서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민심의 철퇴를 맞아야만 했다. 서울에서는 더민주가 35석, 새누리당이 12석, 국민의당이 2석을 차지했다. 경기도의 경우 총 60석 가운데 더민주가 40석을 차지하면서 이번 선거의 승기를 잡았다.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이 녹색 돌풍을 일으켰다. 28개 지역구 가운데 국민의당은 23개 의석을 차지했다. 광주의 경우 8석 모두를 석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호남 맹주 자리를 놓고 싸운 더민주는 고작 3석을 얻는데 그쳤다. 표의 확장성을 감안할 때 안철수 공동대표가 넘어야할 산이 무엇보다 커보인다.

 

호남은 새누리당에게도 유의미한 성적표를 던져줬다. 이정현(전남 순천) 당선자와 정운천(전북 전주을) 당선자가 그 주인공이다. 이정현 당선자는 2014년 7·30재보선에 이어 또 다시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호남 민심이 변화하고 있음을 입증해냈다.

 

수도권과 영남지역은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을 가했고,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은 제1야당인 더민주를 심판했다. 그리고 각 당이 텃밭으로 여긴 서울 강남과 영남, 호남 모두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니라는 위기감을 가져다줬다.

 

지금까지의 상식을 모두 깬 선거였다. 그동안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여겼던 지역구도가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4·13총선은 또 다른 신기원(新紀元)을 열어냈다. ‘오만한’ 정치와 ‘무능한’ 정치…. 결국 이런 행태는 표에 그대로 반영됐다. 그래서 민심은 천심인 게다.

 

커버리지 정유담 기자(media@covera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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