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 정치혁신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혁신을 위한 또 다른 정치세력화’의 모순
  • 정용해
  • 16.01.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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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천정배 의원의 ‘국민모임’과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이 전격적인 합당을 선언했다.(사진=천정배 의원 공식 트위터)

 

역시 정치혁신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휘몰아치던 한국정치의 혁신바람은 깊은 파장을 만드는데 까지는 성공했으나, 근본적인 변화를 추동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원칙이 무너지고 기본적인 틀을 갖추지 못한데서 오는 실수와 불협화음이 다양한 문제를 야기 시켰고, 이는 정치혁신을 바라는 국민을 다시금 실망으로 몰아가는 요소가 됐다.

 

새로운 정치를 기대했던 국민의 태풍 같던 기대가 잦아든 것은,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요소는 두 가지 모순의 충돌에서 찾을 수 있다. 기득권 정치에 대한 물갈이 요구와 정치적 변화를 위해서는 또 다른 규모의 세력화가 필요하다는 모순적 상황이 현실정치와 충돌하면서 그 변화와 열망을 잦아들게 만든 요인이 된 것이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호남을 중심으로 불어온 정치적 변화의 바람은 호남기득권 정치세력의 교체요구와 함께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어 달라는 두 가지 간절한 요구가 담겨 있었다. 이후 20대 총선을 앞두고 이 같은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고, 안철수 의원 탈당이라는 작은 변화가 변혁의 기폭제로 작용하면서 현실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호남 기득권 정치의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대거 결합해 일정 세를 형성할 순 있지만, 이 역시 정치교체의 열망에서 보면 소속 정당만 바뀔 뿐 ‘같은 얼굴’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는 국민의당이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이는 다시 지지율 정체 현상으로 연결돼 새 인물의 수혈을 어렵게 하는 반작용을 불러왔다.

 

일정한 정치세력으로 존재하기 위해선 현역의원들의 규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정치혁신을 바라는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이들 역시 기성 정치권력의 일부임이 분명하다. ‘혁신을 위한 또 다른 정치세력화’의 모순인 셈이다. 그렇다고 혁신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어느 인물 한명의 리더십으로 순식간에 해결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 또한 참으로 난감하다. 아울러 그런 방식으로는 진정한 정치혁신을 이룰 수도 없다.

 

현재 백가쟁명식 혁신안들이 논의되고 있고, 누구는 혁신대상, 또 누구는 혁신적 인물이라는 평가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정치혁신의 과업을 이행하기 어렵다. 어떤 입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혁신대상도 혁신의 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해법은 한가지로 좁혀진다. 모순을 충돌시키기보다는 빠르게 모순을 딛고 넘어서는 일이다.

 

의미 있는 제3 정치세력의 등장으로 한국정치의 지평을 열어젖히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교섭단체 구성은 그 출발선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타당하다. 정치권의 합종연횡이 구 정치세력의 세탁과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이는 전혀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정치구조의 변화로 보게 되면 내용은 달라진다. 적대적 공생관계를 통한 지역 기반의 양당체제에 근본적인 균열을 불러올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과거 1990년 3당 합당 이후 고착화된 양당구조의 폐해를 우리는 전혀 개선하지 못한 채 모든 문제를 국민의 고통으로 전가시켜왔다. 정치변화의 가장 큰 숙제는 아마도 이렇게 고착화된 양당구조의 문제를 해체시키는 것에서부터 출발이 가능하다.

 

이 높고 두꺼운 벽을 깨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문제들과 어려움에 대해 솔직한 고백과 더 강한 혁신의 실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이다.

 

정용해(한결미래정치연구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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