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포커스] 위기의 아베, 떨어지는 인기에 돌파구도 ‘묘연’
한계 도달한 ‘아베노믹스’…IMF “기업지배구조 개선·규제완화 해야”
  • 김진양 기자
  • 15.08.0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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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3년차를 맞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인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지난달 24~26일 니혼게이자이와 도쿄TV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 비율은 전체의 38%에 그쳤다. 전달보다 9%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아베의 지지율이 40%를 하회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같은 조사에서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0%포인트 오른 50%를 기록하며 지지율을 앞질렀다. 이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의 지지율을 끌어내린 것은 집단자위권 법제화를 골자로 하는 안보 법안을 중의원 소위원회에서 강행처리한 데에 따른 반발심이다. 실제로 이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1%는 안보법안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59%는 집단자위권 행사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가 경제나 외교 측면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한때 그의 지지율을 70%대까지 높였던 경제 정책 ‘아베노믹스’는 초반의 단기 성과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을 포함한 국제 사회에서는 보다 강도높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아베 신조 트위터)

 

2012년 12월 아베 내각 출범과 함께 발표된 아베노믹스는 적극적인 통화정책, 유연한 재정정책, 경제 구조개혁 등 이른바 ‘세 개의 화살’로 구성돼 있다. 오랜 기간 지속된 디플레이션을 끝내고 2년 내에 물가상승률을 2%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아베노믹스는 공격적인 통화완화 정책으로 포문을 열었다. 자산매입규모를 점진적으로 늘려가던 일본은행(BOJ)은 2013년 4월 본원통화 규모를 연간 60조~70조엔으로 늘리는 양적·질적완화(QQE)를 단행했다. 작년 가을에는 이를 80조엔으로 확대했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아베노믹스 시행 초기 달러당 80엔도 채 되지 않았던 환율은 순식간에 100엔 고지를 넘어섰고 현재는 120엔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식 시장에도 볕이 들었다. 닛케이225 지수는 두 배 이상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쓰기도 했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도 대폭 개선돼 엔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그러나 실물 경제에까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물가상승률은 2%를 향해 순항하는가 싶더니 다시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웠고, 경제성장률도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17년만에 소비세를 인상했던 지난해에는 0.1%의 역성장을 하기도 했다. 아베노믹스가 당초 계획대로 잘 시행되고 있는 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배경이다.

 

◇IMF “아베노믹스의 재정비 필요”

 

IMF는 최근 일본과의 연례협의 결과 보고서를 통해 “아베노믹스가 통화정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이 가지 않도록 구조적 개혁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책의 결함이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제가 완만한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저조한 인플레이션, 막대한 규모의 정부 부채 등 일본이 직면한 문제들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보다 심층적인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개혁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부양에 나서봐야 부정적인 파급효과의 가능성만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연례협의에 참석했던 칼파나 코찰 IMF 아태국 부국장은 이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는 여성과 외국인 등 더 많은 인력을 노동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며 노동시장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업과 서비스 분야의 광범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이는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을 위해서도 필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참석자인 지오바니 가넬리 IMF 이코노미스트도 ‘한정정사원’ 제도 도입과 같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방안들이 더 필요함을 언급하며 “현수준에서 2018~2020년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0.65%에 그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디플레이션에 빠져있던 2000~2012년의 평균 성장률인 0.9%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개혁 강도 높여 잠재 성장률을 올려라

 

일본 경제에 대한 IMF의 평가는 모두 ‘개혁 심화’로 수렴했다. 아베노믹스의 최우선 과제인 물가 문제를 두고 일본 정부는 “올 여름까지는 부진하겠지만 유가 하락과 임금 인상의 부정적 여파가 소멸되는 연말을 전후로 강한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며 2016회계연도 상반기까지는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때까지 안정적인 QQE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그러나 IMF는 “국내 수요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처방이 없이는 실현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실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활성화, 규제완화,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구조적인 개혁이 뒤따라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경기 하방 리스크를 줄이고 아베노믹스의 자신감을 높이는 유일한 정책은 구조 개혁 가속화라는 것이다.

 

IMF는 여성, 외국인 등 지금까지 노동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계층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동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동력이 1% 늘어날 경우 일본 정부도 일찍이 이들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지원을 늘렸다. 2014년 10월 기준 4만3000개에 불과한 아동 보호시설을 2017회계연도까지 20만개로 늘리고, 육아 휴직 수당을 제공키로 했다. 이 때문인지 2000년대 중반 이후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일본 여성의 노동참여율은 아베노믹스 실시 후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더 멀다. 워킹맘의 세금 부담과 사회보장 불이익을 줄이는 방안은 논의 중이지만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고, 지난해 의회에 제출된 대기업의 여성 고용 촉진 방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IMF는 지난 2년간 ‘우머노믹스’란 이름을 단 여성 노동참여율 제고 방안이 꾸준히 나타났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간 보육기관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양육을 도울 수 있는 더 많은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잠재 성장률을 0.25% 높이는 효과도 야기한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외국인 노동인력에 대해서도 트레이니 프로그램(Trainee Program) 기한 연장 등의 유인책을 사용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것이 IMF의 평가다. IMF는 노동력 부족이 심한 영역에서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과 같은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아베노믹스 역풍 맞지 않게 주의”

 

기업에 대한 개혁 강도를 높이는 것도 IMF의 주문 사항에 포함됐다. 방점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있다. 물론 일본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작년 2월 일본 정부는 기관 투자자가 배당이나 시세 등 단순 투자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다. 같은해 6월에는 외부이사 선임을 장려하는 기업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원칙준수·예외설명’ 원칙에 의거해 최소 두 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사내 유보금 활용, 이사회 독립성 제고, 경영의 투명성 향상 등 기업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안들이 더 필요하다고 IMF는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들의 경제적 영향을 수치화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개혁들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판단했다.

 

농업과 서비스 분야의 규제 완화 역시 보고서에서 수 차례 언급된 개혁 사항이었다. 농업 분야에 대해 일본 정부는 지분 25% 범위 내에서 민간 기업의 농업 기업 경영 참여를 허용했다. 또한 농업 종사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 폐지를 보류했다. 이에 대해 IMF는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 중이지만 규제 완화의 정도가 낮다고 봤다. 보조금 철폐와 민간 기업의 다수 지분 확보 허용 등 생산성과 경쟁력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MF는 완전한 규제 완화는 농업 생산성을 30% 가량 높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IMF는 이 같은 개혁 작업들을 발판으로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이 원동력을 잃지 않을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제든지 추가 부양에 나설 수 있다는 신뢰감을 심어주되 개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적 개혁을 강화하지 않을 경우 정부 차입비용 감소, 주가 상승, 외국인직접투자(FDI) 확대와 같은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점차 소멸될 것이라고 IMF는 경고했다. 엔저로 인한 수입 가격 상승, 신용 증가를 수반하지 않은 정부 부채 확대 등은 결국 국내 수요를 위축시키는 배경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IMF는 아베노믹스의 세 개의 화살이 통화 정책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줄이고 글로벌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원문: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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