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 신경숙의 표절에서 본 한국 언론의 자화상
기자정신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 김기성 기자
  • 15.07.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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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토마토)

 

작가 신경숙의 표절 논란이 한국 문단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신경숙, 개인을 넘어 창작과비평(창비), 문학동네(문동), 문학과지성(문지) 등 90년대 이후 문단을 지배해온 출판 권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대중문학을 앞세운 출판 상업주의가 빚은 필연적 결과라는 지적이다.

 

일찍이 신경숙의 표절에 대한 의혹이 문단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때로는 침묵의 카르텔이, 때로는 권력의 폭력성이 비판의 입을 다물게 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언론은 먹잇감을 만난 냥 사태를 진전시키기에 바쁘다. 그간의 침묵과 호도에 대해선 일말의 책임감도 없어 보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언론의 실체가 문단보다 더 비루하다는 데 있다. 남의 기사를 그냥 가져다, 이름만 바꿔 쓰는 베끼기가 판을 친다. 기초적인 사실관계 확인조차 없이 기사를 쏟아내다 보니 오보가 진실을 덮어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네이버와 다음 등 일부 포털이 뉴스의 유일한 창구가 되면서(권력화) 언론은 상업화에 길들여졌다. 뉴스 유입을 위해 같은 기사를 반복해서 재생산하는가 하면, 기사 본질과는 상관없는 선정적인 문구로 독자들을 유혹한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들어야만 했던 ‘기레기’ 비판도 잠시, 자성은 다시 목구녕이라는 현실에 묻혔다. 스스로 신뢰를 저버렸다.

 

문학 평론가인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작가의식은 어떤 경우에도 작가를 지켜줄 마지막 보루이기에 작가의식이 없는 작가를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신경숙)가 왜 작가가 되려고 했는지, 자신에게 글쓰기의 진정한 동력이 되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물어야 한다”며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작가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다”고 충고했다.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인 1980년 5월20일, 전남매일신문 기자 전체는 “우리는 보았다. 사람이 개 끌리듯 끌려가 죽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신문에는 단 한 줄도 싣지 못했다”며 “이에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기자정신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문단은 자성이라도 하고 있다.

 

 

원문: 뉴스토마토

 

김기성 기자

뉴스토마토 탐사보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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