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 국정원과 민주공화국
유신의 망령, 그리고 역사의 반동(反動)
  • 정용해
  • 15.07.20 11:27
  • facebook twitter 카카오스토리 구글플러스
  • 글자크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
  • print
  • |
  • list
  • |
  • copy

 

△사진=국정원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의심받고 있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인가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불법개입 의혹에서부터 이번에 불거진 국정원 불법 도·감청 의혹까지, 민주공화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있어서도 안 되는 의혹들이 불거졌다.

 

특히, 국민의 핸드폰 속을 들여다봤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국정원의 도·감청 의혹은 선거를 목전에 두고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것이 드러나면서 더욱더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접하는 국민들의 기본 인식은 한마디로 ‘경악’ 그 자체다.

 

많은 국민이 알고 있듯 국정원이 대통령선거를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력을 갖고 있는 국정원이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집중적으로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하기 위한 문의와 실질적 구매를 했다는 사실은 불법 선거개입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국정원은 이러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해킹 프로그램을 간첩용, 또는 대북용으로 구매했다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사실을 은폐하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대북·간첩용이란 국정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톡 해킹 기능은 왜 필요했는지, 국내용 스마트폰인 갤럭시에 대한 해킹 내용은 왜 요구됐는지에 대한 분명한 이유는 밝히지 않고 있다.

 

‘국정원 해킹사태’에서 더욱 놀라운 점은 국정원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사용한 ‘5163부대’라는 명칭이다. 역사적 또는 정치학적으로 5·16은 이미 군사쿠데타로 정의 내려졌다. 그런 역사적 사건을 인용해 부대명칭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국정원은 불법적 또는 시대 회귀적 행위를 하고자 했음을 짐작케 한다. 상황이 이러니 ‘유신의 망령’이란 질타가 곳곳에서 쏟아지는 것이다.

 

군사 독재정권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과 민주주의를 짓밟고 그 위에 세워졌다. 특히, ‘막걸리 보안법’이라고 할 정도로 대통령 비판에 대해 수많은 감시채널을 동원, 국민의 입과 귀를 틀어막았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수차례 정권이 교체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를 답습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그저 감시방법만 바뀌었을 뿐이다.

 

국정원은 6100부대, 6260부대, 5180부대, 4190부대 등 민주화 관련 기념일을 국정원의 부대명칭을 쓰면서 국민의 전화기를 불법 도·감청하기에는 양심이 찔렸던 모양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양심으로 국민인권 탄압의 출발점이었던 5·16쿠데타를 상징적으로 사용한 것은 아닌지 애써 갈음해본다.

 

‘국정원 해킹사태’는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다. 그리고 부정선거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국민적 의혹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정권이 이 문제를 어떻게 밝혀내는지 우리 모두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권 출범 직후부터 ‘정통성’에 대한 의심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 대를 잇는 ‘새로운 독재자’로 역사에 기록될지 여부는 이번 사건의 본질이 어떻게 밝혀지느냐에 따라 귀결될 전망이다. 역사는 박 대통령이 어떤 처신을 내렸는지, 또 어떻게 행동했는지 기록하고 증언할 것이다.

 

정용해(한결미래정치연구소장·정치학박사)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