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 우리는 왜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가
‘믿어 달라’는 국정원, 그 전에 ‘신뢰’부터 보였어야
  • 정용해
  • 15.07.3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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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정원

 

최근 몇 년, 특히 보수정권이 들어서고 난 뒤부터 부쩍 시중에 떠도는 이상한 소문이 많아졌다. 이런저런 비리의혹 사건은 물론 내용이 좀 더 제대로 밝혀졌으면 하는 의구심 가는 사건이나 사고도 적지 않다. 여기에 이상하게도 뭔가 석연찮은 죽음 역시 계속해서 재연되고 있다.

 

굳이 이러한 사건을 여기서 나열하지 않아도 해당 비리의혹 사건이 무엇인지 대부분의 국민은 잘 알 것이다.

 

여러 정황상 논란이 되고 있고, 의혹이 가는 사건이 그렇게 많은데도 납득할만한 조사와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보니 시중에는 듣기에도 민망한 이상한 소문이 떠돌게 되고, 수군거림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발생한 국정원 직원의 석연찮은 자살도 입방아에 오르면서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국정원 입장에선 억울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국정원 주장대로 민간인에 대한 해킹이 정말로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안했다’는 국정원의 해명을 믿어주기엔 의문점이 너무나 많다.

 

우리는 국정원 전신이 중앙정보부였음을 잘 안다. 또한 중앙정보부가 과거 어떤 기관이었는지도 잘 알고 있다. 멀쩡한 사람도 잡혀가면 간첩이 되어 나오던 그런 기관이다. 오래전 일이지만 소문으로 떠돌던 대통령의 여자 조달이 실제 이뤄졌던 기관이기도 하다. 그것도 대통령이 죽은 후에야 그 소문이 진실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물론, 오래전 일이고 군사독재 시절 있었던 일을 지금 와서 다시 문제 삼는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백번 양보해서 이해한다손 치자(실제 이해는 안 되지만). 그렇다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은 어떤가. 민주화가 된지 25년이 지났고, 두 번의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8대 대통령선거에서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

 

이러한 전력을 가진 기관에서 ‘그냥 믿어 달라’고만 하면 어떻게 그 모든 것을 믿을 수 있겠는가. 거기에다 국정원이 생각하는 ‘종북 좌빨’과 국민이 생각하는 ‘종북 좌빨’의 의미가 다르다는 것이 국정원 대선개입 문건 등에서 엄연히 드러났다.

 

국정원은 4대강 사업을 반대해도, 천안함 사건에 의구심을 가져도, 세월호의 진상규명을 요구해도 모두 종북 좌빨로 치부했다. 국정원이 이야기하는 국가안보라는 것이 이런 범위의 친북 좌빨을 얘기하는 것이라면 우리 사회 건전한 비판의식을 갖는 대부분의 사람마저 그 범주에 포함된다.

 

결국, 이러한 문제의식만으로 ‘종북’을 판단해 분류하고, 그들의 사생활까지 해킹했다면 이건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 문제의 실체를 더욱더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혹시 국정원이 지금도 나를 감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어떤 변명에도 유신독재의 그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 현재 행정부 수반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유신독재(박정희)와 박근혜, 이 또한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결국, ‘국정원 해킹의혹 사건’을 투명하고 철저히 해결해야 하는 숙명과도 같은 업보가 박 대통령에게 드리워져 있는 셈이다.

 

우리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정부를 꿈꾼다. 아울러 현 정부의 성공 역시 바란다. 하지만 그러한 국민적 신뢰와 성공은 정보의 완벽한 공개와 투명성, 그리고 이러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설득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정용해(한결미래정치연구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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