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 슬픈 영화, ‘귀향’을 아십니까?
깃대를 들고 나설 국회의원 그 누구 없소?
  • 정운현
  • 15.07.31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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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나고 죽는 것은 정한 이치다. 왕후장상, 영웅호걸도 죽고, 장삼이사도 죽는다. 자연의 법칙이니 어찌 보면 죽음은 슬퍼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작년 봄, 수학여행을 나섰던 단원고 학생 등 304명이 진도 앞바다에서 떼죽음을 당한 참사는 전 국민을 오열케 했다. 근자에 들어서도 이런저런 사고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불귀의 객이 됐다. 전시도 아닌데 생목숨이 너무 많이 희생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어느 죽음이 억울하고 안타깝지 않으리오마는 우리사회에는 진짜 슬프디 슬픈 죽음이 있다. 흔히 ‘위안부’로 불리는 할머니들의 죽음이 그것이다. 나라가 없던 시절,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 군홧발에 정조를 유린당하고 성노예 생활을 한 비극의 여인들이다. 해방이 돼 고국으로 돌아온 그들을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족도, 국가도 그들을 외면하였다. 해방 이전이나 이후나 그들의 삶은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5일 밤 최금선 할머니가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최 할머니는 2007년 이후 노인전문병원에 입원해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다가 마침내 이승의 삶을 마감했다. 지난달에만 김달선, 김외한, 김연희 할머니가 별세했다. 금년 들어서만도 위안부 할머니 7명이 세상을 떠났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생존자는 이제 48명으로 줄었다. 일본 정부는 여태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부인하면서 마치 이들이 다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기라도 하는 눈치다. 가증스런 일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은 그린 영화 ‘귀향’ 포스터

 

위안부들의 슬픈 삶 얘기는 영화로 만들어져도 천덕꾸러기 신세다. 2001년 강일출(87) 할머니가 그린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본 조정래 감독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얘기를 시나리오로 썼다. 13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제작에 어려움을 겪다가 시민들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6억 원가량의 제작비를 모아 지난해 말에야 첫 촬영에 들어갔다. 이후로도 몇 차례의 후원을 받아 겨우 촬영은 마쳤다.


그러나 조 감독 앞에 또다시 벽이 나타났다. 배급사를 찾지 못해 오는 8월 15일에 예정됐던 시사회 및 개봉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조 감독이 배급사를 찾아다니며 부탁했지만 다들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이유는 흥행이 될 가능성을 낮게 본 탓이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귀향’을 배급해달라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으나 배급사가 나타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급기야 지난 4일 2차 모금운동이 시작됐고, 3일 만에 1천여 만원이 모였다. 그러나 이 돈으로 영화를 마무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귀향’은 베를린·칸 등 해외 유명 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인데, CG·색보정·음악 삽입 등 후반부 작업비용으로 대략 9억 원이 든다고 한다.

 

아무리 선한 일에 쓴다고 해도 모금운동이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배급을 외면하는 배급사들을 타박할 일만도 아니다. 이런 영화라면 국민들의 역사교육 차원에서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것도 좋으련만. 깃대를 들고 나설 국회의원 그 누구 없소?

 

 

원문: 서울의소리

 

언론인 겸 작가 정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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