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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 모습(사진=커버리지 자료사진) |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양한 정치제도에 대한 논의가 반짝하는가 싶더니 금방 사그라지고 말았다. 현실적으로 거대 양당(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 간 이해득실과 시기 등이 고려된 결과다. 결국, 정치제도의 변화는 다음 선거에서도 큰 변화 없이 치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아울러 지역에 기반한 양당 체제의 존속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현재의 정치제도인 지역에 기반한 양당체제는 한마디로 망국적인 정치제도다. 여당은 민심이 아무리 요동쳐도 영남이 있는 한 원내 제1당의 지위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낮다. 야당 역시 민심을 제대로 대변하지 않아도 호남이 있는 한 제2당의 지위가 보장되는 것이 현 선거구제다.
이렇다보니 정당이 제대로 작동될 리 만무하다. 국민의 요구를 받아 대안의 정책을 내놓아야할 정당은 그런 수고가 필요 없게 됐다. 민주주의 필수적 요소인 정당이 이모양이다보니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고, 국회의원은 국민의 안위를 보살피는 게 아니라 계파 수장의 안위를 보살피는 꼴이 됐다.
정당이 이러니 대통령은 더욱더 절대 권력에 안주하게 된다. 여당 의원도 국민의 대변자인 국회의원인데, 결코 대통령 심기를 거스르지 못한다. 국회의 가장 기본적 권한이 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임에도 불구하고 여당 국회의원의 대정부 비판은 곧 자기정치가 되고 배신의 정치인으로 대통령에 의해 낙인찍히게 된다. 국회의원이 뽑은 원내대표도 대통령 말 한마디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정치권에선 백가쟁명의 정치개혁 방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치 선진국의 좋은 제도를 도입하면 무엇 하겠는가. 결국, 한국의 고질적인 지역 기반의 양당제 앞에선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을.
거대 양당 입장에선 제도와 예산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지금의 제도보다 더 좋은 제도는 있을 수 없다. 아무리 민심을 잃은 여당이라도, 또는 대안 없는 야당이라도 늘 기본적인 의석을 챙길 수 있고, 여기에 원내 제1, 2당에게만 엄청난 국고지원금이 배당되는 현실에서 이들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을 리도 만무하다. 늘 반복적으로 이런저런 논의들만 늘어놓다가 결국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 정치구조의 지속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희망이 없음을 말해준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대의민주주의 체제이며,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정당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정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현 정치상황은 국민들에게 정치 불신을 가중시킴으로써 대중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고 있다.
이것이 바로 현 정치구조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누구도 민주주의를 부정하지 않는다. 어떤 누구도 민주주의를 공격할 수도 없다. 그러나 정치혐오와 정치 불신을 통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바와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민주주의의 후퇴는 인권의 추락과 소외의 가중을 몰고 온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위험스러운 일이다.
정치 불신은 기득권을 가진 이들에게만 이롭게 작용한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좀 더 나은 세상을 살려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해야 가능하다.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다수에 의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정당구조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체제로 유지된다는 것은 앞으로도 세상이 전혀 변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그래서 국민은 오늘도 절망하고 있다.
정용해(한결미래정치연구소장·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