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 저스티스 객원기자
  • 15.06.1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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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보면 재벌가 3세 귀공자 구준표가 가난뱅이 소녀 금잔디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돈으로 살수 없는 건 없어, 말해봐, 어디 그런 게 있다면 말이야, 정말 이 세상에 돈으로 살수 없는 게 있을까? 그렇게 자신 있으면 어디 한번 대보시지, 서민”

 

이 장면에서 나는 금잔디가 어떤 대답을 할지 정말 궁금했다. 불행히도 금잔디는 별다른 반박을 하지 못했다.

 

그 후로도 꽤 오랫동안 이 질문은 내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나 역시 정답을 생각하기가 쉽지 않았다. 과연 이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TV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시청하게 된 ‘EBS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그 해답을 찾게 됐다.

 

제5회의 말미에서 샌델은 대리모가 낳은 아이의 소유권 분쟁과 관련한 대법원의 판결 내용을 읽어주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리출산계약은 본질적으로 아이의 매매, 혹은 아이에 대한 어머니의 권리에 대한 매매이다. 당사자들이 어떤 이상적인 동기를 가졌든, 이 계약을 장악하고, 채우고, 궁극적으로 지배하는 건 이윤 동기다. 잘못된 정보나 충분한 정보에 대한 논쟁과 관계없이, 문명화된 사회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돈을 매개로 한 대리출산계약은 인간성에 반하는 잘못된 계약이므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 판결문을 마무리한 “문명화된 사회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라는 문구는 내 의문의 답변이 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나는 미국 대법원 판사가 당연하게 생각한 답변을 아주 오랫동안 찾아내지 못했다. 아마도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황금만능주의’를 신봉하는 ‘골수자본주의자’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굳이 남 탓을 해보자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극도의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이 사회는 분명 충분히 문명화되지 못한 사회이며, 난 이 사회에서 태어나 흡수된 채 지금껏 살아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해답을 안다. 세상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적어도 어떤 나라에서는 그게 법리이고 상식이다.

 

PS. 이것이 내 필명을 ‘저스티스(Justice)’로 정한 이유다.

 

 

커버리지 저스티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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