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정성’이 불러온 朴대통령 인사 참사​
‘개혁도 아닌 것이 혼란만’…무엇을 위한 안정성인가
  • 정찬대 기자
  • 15.05.2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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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청와대

 

박근혜 대통령 인사스타일의 핵심 키워드는 ‘안정성’이다. 물론 여기서 말한 안정성이 단순히 국정 안전성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높아진 청문회 문턱을 통과하기 위한 안정성도 포함돼있다.

 

‘수첩인사’로 대변되는 박 대통령 인사는 주위에 사람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좁은 인재풀 내에서 안정성을 기하다보니 ‘회전문 인사’나 친박(친박근혜)계 현역 국회의원 상당수가 입각 또는 청와대로 자리를 옮겨야만 했다. 이 때문에 겸직문제도 불거졌다.

 

이완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무총리에 인선됐고, 최경환 전 원내대표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됐다. 황우여 전 대표는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다. 이를 두고 내각을 이끄는 ‘친박 트로이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도 새누리당 현역 의원이며,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 유일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 역시 친박계 의원이다. 각료의 3분의 1이 지역구 의원으로 구성된 셈이다. 이 때문에 내년 4월 총선까지 ‘시한부 각료’라는 질타도 쏟아졌다.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유기준, 유일호 후보자는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즉답을 피했다. 특히, 유기준 후보자는 “장관에 취임하면 얼마나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 자리에서 총선 출마 여부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해 야당 의원으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친박 핵심인 주호영, 김재원, 윤상현 의원의 청와대 정무특보 인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은 겸직금지 위반 논란이 제기되면서 국회의 ‘겸직심사’를 앞두고 있다. 국회법 제29조는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이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겸직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 박 대통령은 중동 순방을 마친 9일 귀국 이후 예정대로 이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것으로 보여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의 안정성은 아버지 때 사람을 쓰는 ‘고령인사’를 불러왔다. 인재의 참신성과 개혁과는 당연히 거리가 멀어졌다. 물론 나이가 많다고 판단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창의력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상황에서 인사 고령화는 다변화된 사회를 충족하기에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을 새길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신임 비서실장에 이병기 국정원장을 임명하고, 공석이 된 국정원장직에 이병호 전 안기부 제2차장을 내정했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1947년생으로 올해 69세다. 또 이병호 국정원장 내정자는 75세로 정부 각료와 청와대 참모진을 통틀어 가장 고령에 속한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1939년생으로 2013년 임명 당시 74세였다. 또 정홍원 전 국무총리와 허태열 전 비서실장은 임명 당시 각각 69세와 68세였다. 남재준 국정원장도 69세에 직을 맡았다. 핵심 권력 요직에 매번 고령인사가 앉히다보니, 현 정부의 ‘올드보이’ 인선이 입방아에 오르는 것이다.

 

또 이들 출신에서 알 수 있듯 박 대통령은 공안검사나 군 출신 인사를 선호하는 편이다. 안정성의 하나로 충성심을 담보할 수 있고, 2인자를 키우지 않는 자신의 정치 스타일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런 이유로 자신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인사스타일과 닮아있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그랬고, 이병기 신임 비서실장도 마찬가지다. 야권에선 이 비서실장을 박정희 정권의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과 빗대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락 전 중정부장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있다가 주일대사를 거쳐 중정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병기 비서실장도 주일대사와 국정원장을 거쳐 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여기에 현직 인사를 기용했다는 점에서 ‘회전문 인사’라는 질책까지 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유례없는 참 나쁜 인사”라고 꼬집었다. 또 “아버지를 따라 배웠느냐”고 힐난하기도 했다. 그는 “이병기 비서실장은 이후락을 연상케 한다”며 “인사든 정책이든 미래로 가야지 과거로 가면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안정성을 강조하는 박 대통령은 아이러니하게도 창조경제를 국정운영의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 하지만 인사문제에서 알 수 있듯 박 대통령 국정운영 스타일은 과거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 정부 정책에 대해 ‘개혁도 아닌 것이 혼란만 가져왔다’는 비아냥까지 들린다.

 

지금은 안정성보다 개혁의 리더십을 보일 때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사회 곳곳의 적폐를 해소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수술대에 올라갈 여러 적폐는 아직 대기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찰과상 정도의 미비한 수준의 진단을 내린 건지, 아니면 통원치료 정도로 완치될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정부의 의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는 그간 담뱃값 인상, 보육문제, 연말정산 사태, 부동산 정책 등 어느 것 하나 안정적인 정책을 내놓지 못한 채 혼란만 가중시켰다. 결국 이것은 안정성을 기하고자 택한 인사가 불러온 또 다른 참사인 셈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줄곧 지적돼온 인사문제는 집권 3년차에 들어선 지금도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곳곳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해왔고, 이는 남은 임기 내내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커버리지 정찬대 기자(press@covera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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