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좋은 사람’ 문재인에게 필요한 것
상황은 그대론데 지도부만 바뀌는 새정치연합
  • 정유담 기자
  • 15.05.2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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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청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정유담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늘 풍전등화와 같다. 불리한 선거지형 속에서 진보는 늘 보수에 패했고, 이는 곧 야당 지도부의 교체로 이어졌다.

 

지난 17대 총선 당시 ‘탄돌이’와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진보는 줄곧 보수진영에 깨져왔다. 대선은 말할 것도 없고, 총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야권은 ‘다 이긴 선거를 졌다’며 모든 책임을 지도부에 지운다. 그리고 어김없이 ‘사퇴 압박’이 가해진다.

 

지난해 7·30재보선 당시 김한길·안철수 두 공동대표가 출범 4개월 만에 사퇴했고, 2012년 19대 총선 패배로 한명숙 대표가 당권을 쥔지 3개월여 만에 평의원으로 돌아갔다. 4·30재보선 패배 이후 책임론에 휩싸인 문재인 대표는 현재 곳곳에서 거취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당 대표가 사람만 심어놓고 물러나는 자리라는 비아냥까지 들린다.

 

성격은 다르지만 책임장관제 형식을 띤 참여정부에서도 이 같은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참여정부는 당청 간 입장이 갈리면 주무장관의 의견을 높이 샀다. 하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컸다.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이 핵폐기물처리장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부안 사태’로 취임 9개월 만에 사퇴했고,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은 화물대란과 철도대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또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와 수능시험 복수정답 파문으로 8개월 만에 자진사퇴했다.

 

지도부 교체는 내부요인에 크게 기인한다. 나무에 올려놓고 흔들어대는 정치권의 부박한 행태도 문제지만, 계파 간 이해와 차기 당권에 따른 득실의 계산도 함께 깔려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계파 수장들은 책임론에 대한 군불을 떼며 지도부 사퇴를 압박한다. 그리고 지도부는 이러한 요구나 주장을 묵살 또는 외면한다. 더욱이 총선을 앞두고선 더더욱 그렇다. 여기에는 제 식구 감싸기도 한 몫 한다.

 

그러다보니 어느 샌가 당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게 된다. 그나마 있던 지지자들도 야권에 등을 돌리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지금의 새정치연합이 ‘호남당’에 멈춰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7·30재보선 직후 대표적 강경파인 정청래 의원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에 대한 사퇴를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공천에 대한 사실상 전권을 휘두른 당대표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 사필귀정”이라고 강조했다.

 

재밌는 사실은 정 의원이 지도부가 된 지금 재보선 패배에 따른 책임론이 거론되자 “지도부를 흔드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더 견디고 더 개혁하는 것이 더 큰 책임이고 더 큰 애당심”이라며 이를 묵살한 점이다.

 

전과 크게 다르지 않는 상황, 하지만 사람은 달라졌다. 정 최고위원이 설득력을 잃은 이유다. 여기에 ‘공갈발언’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정 최고위원, 아니 새정치연합은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쳤다. 선거에서 패할 때마다 매번 지도부 사퇴를 언급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 최고위원에게 ‘자숙’보다 주승용 의원과 ‘동반사퇴’의 용기가 없었던 점도 아쉽다. 하지만 문 대표 역시 미흡하긴 마찬가지다.

 

문 대표는 “‘친노 수장’이란 말이 없어질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당원이나 지지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한 언사였다. 당 혁신과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당의 체질부터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야 했음에도 그저 ‘노력하겠다’는 말로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

 

일각에선 ‘문재인이 문제인’이란 비아냥이 들린다. 본인에게서 문제를 찾으라는 일침이다. 문 대표는 그러나 여전히 밖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허나 안철수 의원은 혁신위원장직을 거부했다. 문 대표 구상은 다시 한 번 일그러졌다.

 

현재 새정치연합은 사람(지도부)만 바뀔 뿐 체질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혁신위를 만들어도 혁신이 없는 것이 새정치연합의 현실이다.

 

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공천권을 내려놓는 것뿐만 아니라 복잡한 계파와 내부 정치세력들이 갖고 있는 오랜 기득권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문재인 대표가 본인의 팔도 잘라야 하겠지만, 남의 팔도 자르고 썩은 분위는 도려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정 최고위원에 대한 ‘출석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 상당수는 이를 읍참마속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문 대표와 국민 정서 간 괴리감이 느껴진다.

 

당원이나 지지자 모두 문 대표가 좀 더 명확하고 분명한 해결책을 제시하길 바란다. 그것이 꼭 지도부 사퇴가 될 필요는 없다. 그간의 행태에서 보듯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돼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을 테니.

 

문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우유부단하지 않은 ‘단호함’이다. 아울러 사람을 솎아낼 줄 아는 ‘결단력 있는 리더’의 모습이다. 여기에 매사 선하게 비치려는 듯한 태도 또한 버려야 한다. ‘좋은 사람’이란 이미지 속에서 사안을 ‘얼렁뚱땅’ 넘기려는 듯한 모습도 리더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매사 선하게 살려고 하는 자는 선량하지 않은 주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반드시 몰락한다’(군주론 中)고 한 니콜라 마키아벨리의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커버리지 정유담 기자(media@covera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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