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위기의 삼성] ③계열사 22곳 대표이사 96%가 전자·미래전략실 출신
“중용이 아닌 독점”…여타 계열사는 구조조정에 ‘벌벌’
  • 최병호 기자
  • 15.12.0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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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팀이 올해 9월 기준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22곳의 대표이사 28명 경력을 확인한 결과 삼성전자 출신은 19명(67.8%), 미래전략실 출신은 7명(28.6%)에 달했다.(중복 5명, 비서실·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 출신 포함) 비율로 따지면 96.4%의 절대적 비중이다.

 

지난 2011년 이후 삼성그룹 임원승진 인사 현황을 봐도, 삼성전자 출신이 연도별 승진자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에는 승진자 353명 가운데 165명이 삼성전자 출신으로, 46.7%의 비중을 보였다.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파악된 인원도 16명(4.5%)이었다.

 

삼성전자가 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실적을 고려하면 이는 적정 수준인 동시에 ‘성과’ 중심의 엄격한 신상필벌 원칙에 기준한 인사라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또 “삼성전자의 성공 DNA를 각 계열사에 이식하기 위함”이라고 부연한다.

 

반면 재계 안팎에서는 중용이 아닌 독점 수준이라며, 삼성전자와 미래전략실을 거치지 않고는 삼성 사장단에 명함 한 장 내놓기 어려운 실정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재용 친정체제 구축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 차원에서 측근들을 계열사에 전진 배치했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출신이자 이재용 부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이사, 이선종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는 2013년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전문 분야와는 무관한 금융업에 배치, ‘전자 출신 금융사 CEO’라는 이색 경력을 달았다. 대표적인 이재용 사람인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팀장(사장)도 지난해 5월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이 같은 인사 기조는 1일 단행된 2016년도 사장단 인사에서도 이어졌다. 승진자는 총 7명으로 지난해(4명)보다 늘었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악화됐음에도 분위기 쇄신과 사기 진작을 위해 승진자를 늘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승진자 7명 중 4명이 삼성전자, 3명이 미래전략실 출신(중복 1명 포함)으로 여전히 특정 출신에 대한 인사쏠림 현상은 심했다. 아울러 이번 인사에서는 윤부근·신종균, 두 간판스타를 2선으로 후퇴시키면서 실적에 따른 신상필벌 원칙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자료=삼성그룹

 

문제는 이 같은 방향이 낳을 부작용이다. 윤덕균 한양대 산업공학과 명예교수는 “삼성은 내부거래가 많아 임원의 실적이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다”며 “‘업의 개념’을 무시하고 계열사에 관계없이 전자맨과 미래전략실 출신만 등용하는 것은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인력 양성에 소홀히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성공 경험이 업종을 넘나들면서까지 실현되기 어려운 데다, 이는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는 결과를 낳으면서 장기적 대안의 부재라는 지속성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원진과 사장단을 삼성전자 및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채우는 것과는 달리 계열사 직원들은 이재용 부회장이 추진하는 ‘선택과 집중’에 따른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테크윈 등 다른 그룹으로 매각된 계열사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았다. 삼성맨이라는 자부심은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는 자괴감으로 변모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고된 계열사의 직원들도 동요가 크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희망퇴직 공고가 올라오고 회사 차원에서 설명회와 개별면담이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라며 “제일모직과 합병하면서 구조조정을 예상했으나 사실상 정리해고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원문: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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