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위기의 LG] ①잃어버린 10년…다시 백색가전으로
멈춰버린 성장, 백색가전만 고군분투…해법 없어 미래도 불투명
  • 김기성·김영택 기자
  • 15.12.15 11:29
  • facebook twitter 카카오스토리 구글플러스
  • 글자크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
  • print
  • |
  • list
  • |
  • copy
LG전자의 부진이 깊다. 주력인 스마트폰과 TV 사업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길을 잃어버린 모습이다. 마땅한 대안도 보이질 않는다. 일각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기업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극단적 말까지 나온다.
 
LG전자가 잃어버린 10년을 겪고 있는 사이 글로벌 IT 지형은 크게 변했다. 소니와 노키아가 쥐고 있던 패권은 삼성과 구글, 애플로 넘어갔다. 경쟁사였던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쳐다도 볼 수 없는 위치로 올라섰다. 심지어 시장에서는 구글에 이어 SK에 인수된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LG로서는 자존심이 크게 상했지만 냉정한 현실 앞에 대놓고 반박하기도 힘들어졌다.
 

 

△사진제공=LG전자

 

 

 

최근 5년간 성장 정체…삼성은 비약적 발전
 
LG전자는 최근 5년간 제자리에 멈춰서 있다. 외형의 기준인 매출액을 보면 지난 2010년 IFRS 연결기준 55조7538억원, 2011년 54조2566억원, 2012년 55조1226억원, 2013년 56조7723억원, 2014년 59조408억원 등 성장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였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의 경우 2010년 1765억원, 2011년 2803억원에서 2012년 1조2167억원, 2013년 1조2490억원, 2014년 1조8286억원으로 가파르게 회복했지만, 예전 전성기 때와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지는 성적표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 추이를 비교해 보면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0년 매출액 154조6300억원에서 2014년 206조2050억원으로 5년간 33.35%의 외형 성장을 이룬 반면, LG전자는 고작 5.89% 오르는 데 그쳤다. 금액으로 보면 지난해 기준 무려 150조원 가까이 몸집 차이가 난다.
 
영업이익률을 보면 LG전자가 2010년 0.32%, 2011년 0.52%, 2012년 2.21%, 2013년 2.20%, 2014년 3.10% 등 한 자릿수 초반을 벗어나지 못한 반면, 삼성전자는 2010년 10.75%, 2011년 9.48%, 2012년 14.45%, 2013년 16.09%, 2014년 12.14%로 2011년을 제외하고는 두 자릿수의 높은 수익성을 과시했다. 이는 단연 스마트폰 사업의 성패에서 갈렸다.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 매출액 13조9257억원, 영업이익 24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4%, 60% 가까이 하락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3분기에도 매출액 14조288억원, 영업이익 29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7%, 36.8% 뒷걸음질 쳤다. 2분기 스마트폰 사업을 영위하는 MC사업본부 영업이익이 2억원으로 급전직하하더니, 3분기에는 아예 77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84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5534억원)과 비교해 무려 45.71% 하락했다. 이에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동생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을 지난달 26일 ㈜LG로 이동시켜 그룹 전체의 기업간 거래(B2B) 및 신사업을 총괄케 했다. 사실상의 경질이다. 구본준 체제는 그렇게 끝이 났다.
 
엇갈린 사업본부별 실적…“백색가전이 먹여 살린다”
 
LG전자는 ▲TV 등 영상·음향을 주력으로 하는 HE(Home Entertainment)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 생활가전 중심의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 ▲스마트폰을 이끄는 MC(Mobile Communications) ▲자동차 부품의 VC(Vehicle Components) ▲기타 등 크게 5개의 사업부문으로 나뉜다.
 
자료/LG전자, 뉴스토마토
 
이중 HE(19조3786억원·32.8%), H&A(16조7625억원·28.4%), MC(15조1053억원·25.6%) 등 3개 사업본부는 지난해 기준 LG전자 전체 매출의 86.8%(51조2464억원)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각 사업본부별 매출액과 영업이익 비중 추이를 보면 HE와 MC의 실적이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린 반면, H&A(AE 포함)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이면서 선전했다. 창원공장 출신으로,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조성진 효과’를 실감한 그룹 수뇌부는 지난해 말 AE사업본부를 HA사업본부와 통합시키며 기대감을 이어갔다.
 
올해 들어 사업본부별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올 1분기 H&A사업본부가 229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LG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75.1% 비중을 차지하는 동안 MC사업본부는 729억원(23.9%)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반면, HE사업본부는 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는 전조에 불과했다. 2분기 H&A사업본부가 29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냈지만 HE사업본부가 82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체 실적을 크게 후퇴시켰다. MC사업본부의 수익은 고작 2억원이었다. 3분기 역시 H&A사업본부가 245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이번에는 MC사업본부가 776억원의 적자를 내며 악동 노릇을 했다. HE사업본부는 370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구겼던 체면을 조금이나마 만회했다.
 
이로 인해 LG전자는 시장으로부터 “백색가전 기업으로 도태했다”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애플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화웨이와 샤오미 등 후발주자들까지 스마트폰 사업을 기반으로 글로벌 공룡으로 성장한 것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경영실적 때문이었다.
 
주가도 끝없는 추락…“대안도, 해법도 없다”
 
부진한 실적은 고스란히 주가에 반영됐다. 증권정보업체인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1월30일 기준 LG전자의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62조6343억원, 1조9040억원 안팎이었으나, 11월30일 56조6289억원, 1조1105억원으로 연초 대비 각각 10.60%, 71.45% 떨어졌다.
 
지난 8월말에는 4만원 선마저 붕괴되면서 시장에 공포를 안겼다. 당시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 갈 곳을 잃은 스마트폰과 TV’ 보고서에서 “현재 주가(PBR 0.55배)는 2003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12년 전 주가로 회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PBR 1.0배), 2011년 유상증자(PBR 0.62배) 때보다도 낮다”며 “주가가 맥없이 하락세를 지속하는 이유는 감익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주가가 미래를 먹고 산다는 점에서, LG전자의 미래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얼마나 회의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TV는 삼성에 대한 지나친 라이벌 의식으로 시장 선도만을 강조한 나머지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고, 스마트폰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다시 멀어진 가운데 중저가의 신흥시장은 중국에 가로막혀 진입조차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생활가전이 나름 제 역할을 해내고는 있지만 유럽의 높은 벽과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부진, 경쟁 심화에 따른 과도한 마케팅비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예전의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더해진다. 자동차 부품이 희망으로 제시되고는 있지만 실적 기여는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대안이 없는 부진, LG전자가 당면한 현주소다.
 

원문: 뉴스토마토

 

김기성·김영택 기자 

kisung0123@etomato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