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위기의 LG] ④전문가 10명 중 7명 “LG전자 위기”…원인은 “경영진의 실책”
출입기자·담당 애널리스트 43명 설문…“스마트폰 경쟁력 없고 미래도 어둡다”
  • 김영택·최병호 기자
  • 15.12.1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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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에 대한 외부 진단도 ‘위기’로 요약됐다. 위기의 원인으로는 ‘경영진의 실책’이 가장 많이 지목된 가운데, 스마트폰과 가전을 바라보는 평가도 극명히 엇갈렸다. 미래 또한 어둡게 전망되면서 실적 부진의 시름을 깊게 했다.
 
취재팀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한주간 LG전자 출입기자와 각 증권사의 담당 애널리스트 43명(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72.1%(31명)가 ‘LG전자가 현재 위기’라는 진단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가 아니다’는 답변은 25.6%(11명)에 그쳤으며,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3%(1명)였다.
 
자료/뉴스토마토
 
LG전자가 처한 현실을 위기라고 진단한 이들을 대상으로 부진의 책임 소재(사업본부)를 물은 결과, 무려 90.3%(28명)가 스마트폰 사업을 이끄는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사업본부를 지목했다. TV를 주력으로 하는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는 2명, 생활가전을 영위하는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는 1명이 꼽았다.
 
또 LG전자가 위기라고 답한 31명은 부진의 원인을 책임 순서대로 나열해 달라는 질문에 ‘경영진의 실책’→‘제품의 실패’→‘시장에 대한 대응 부족’→‘조직의 위기감 결여와 느슨한 조직문화’ 순으로 꼽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이중 38.7%(12명)가 부진의 1순위 원인으로 ‘경영진의 실책’을 지목했다.
 
LG전자의 현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는지와 관계없이 LG전자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묻자 ‘글로벌 중위권’이라는 응답이 34.9%(15명)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글로벌 중상위권’이라는 대답이 25.6%(11명), ‘글로벌 상위권’이 23.3%(10명) 차례였다. ‘글로벌 중하위권’이라는 응답도 14.0%(6명)에 달했다. 반면 ‘글로벌 탑’이라는 응답은 2.3%(1명)에 불과했다.
 
현재 LG전자 스마트폰의 경쟁 상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1.2%(22명)가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업체’라고 답했다. ‘소니 등 일본 업체’는 23.3%(10명), ‘삼성전자’는 9.3%(4명)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의 원조이자, 하이엔드급 스마트폰의 대명사로 자리한 애플을 LG전자 경쟁상대로 인식하는 응답자는 단 1명도 없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 원인에 대해서는 32.6%(14명)가 ‘스마트폰 및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을, 30.2%(13명)가 ‘잘못된 시장공략 전략’을 지목했다. 경영진의 실책과 직접 연결되는 대목으로, 부진의 원인에 대한 진단은 동일했다. 이어  21.0%(9명)가 ‘마케팅 역량 부족’을 꼽았고, 16.3%(7명)는 ‘제품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가운데)이 제품 관련 설명회를 하고 있다.(사진=LG전자)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쏟아진 불신은 MC사업본부의 미래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LG전자 스마트폰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어둡다’는 응답이 67.4%(29명)로 집계됐다. 이어 ‘현 상태가 지속될 것 같다’는 대답이 28.0%(12명)로 조사됐다. ‘밝다’는 희망적인 대답이 단 1명도 나오지 않은 가운데, 심지어 앞서 LG전자가 현재 위기라는 진단에 동의하지 않은 11명 중 7명도 LG전자 스마트폰의 미래를 ‘어둡게’ 내다봤다. 
 
반면 LG전자의 가전사업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평가가 많았다. LG전자 가전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글로벌 상위권’이라는 대답이 46.5%(20명)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글로벌 탑’이라는 답변도  37.2%(16명)에 이르렀으며, 16.3%(7명)는 ‘글로벌 중상위권’으로 평가했다. ‘글로벌 중위권’, ‘중하위권’, ‘하위권’이라는 부정적 대답은 없었다. 앞서 LG전자 스마트폰 경쟁력에 대한 평가가 ‘글로벌 중위권’을 기점으로 ‘글로벌 상위권’부터 ‘글로벌 중하위권’까지 넓게 포진한 것과는 달랐다.
 
LG전자 주요 가전 가운데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순서대로 나열해 달라는 요청에는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TV’→‘세탁기’→‘에어컨’→‘냉장고’ 순으로 응답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중 58.1%(25명)는 LG전자의 가전제품 중 TV가 가장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꼽았다. OLED TV 등 세계 시장 1위인 삼성전자에 비해 한발 앞서는 기술력이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LG전자 가전사업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는 낙관도, 비관도 아닌 현상유지(현 상황이 지속될 것 같다) 의견이 58.1%(25명)로 가장 많았다. ‘밝다’는 응답도 25.6%(11명)에 달한 가운데, ‘어둡다’는 비관적 전망은 4.7%(2명)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는 대답은 11.6%(5명)였다.
 
특히 앞서 LG전자가 위기라고 진단한 31명 중 24명이 LG전자 가전사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들 가운데에서도 ‘현 상황이 지속될 것 같다’는 응답이 54.8%(17명)로 가장 많았으며, ‘미래가 밝다’는 대답도 22.6%(7명)로 나타났다. 반면 ‘미래가 어둡다’는 응답은 6.5%(2명)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는 16.1%(5명)였다.
 
LG전자 사업본부 중에서 현재 가장 경쟁력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묻자 37.2%(16명)가 H&A사업본부를, 34.9%(15명)가 HE사업본부를 꼽았다. 이어 LG전자가 차세대 성장사업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VC(자동차부품)사업본부가 25.6%(11명)로 집계됐다. 반면 MC사업본부'를 꼽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무응답 1명)
 
LG전자가 미래를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할 분야로는 41.9%(18명)가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플랫폼'을 꼽았다. 이어 VC 37.2%(16명), 가전 14.0%(6명), 스마트폰 및 웨어러블 기기 4.7%(2명), 기타(브랜드이미지 제고) 2.3%(1명) 순이었다. 아직 LG전자 내에서는 미미한 위치지만 향후 VC사업본부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한편 이번 조사는 총 12개 항목으로 진행됐다. 답변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익명으로 조사했다. 문항은 ▲LG전자가 현재 위기인지에 대한 진단을 시작으로, ▲사업본부 중 가장 부진한 곳 ▲부진의 책임 ▲스마트폰의 경쟁력 ▲스마트폰의 경쟁상대 ▲스마트폰 부진의 원인 ▲스마트폰의 미래 ▲가전의 경쟁력 ▲가전제품별 경쟁력 ▲가전사업의 미래 ▲LG전자가 미래를 위해 중점적으로 노력해야 할 분야 순으로 꾸려졌다.  
 

 

원문: 뉴스토마토

 

김영택·최병호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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