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람in] 금태섭 “소통 부재가 실패이유…野, 집권능력 없다”
‘총선출마 시사’…“정치권 뛰어든 이상 열매 맺고 싶다”
  • 이순민 기자
  • 15.09.07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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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유력한 대선 후보의 ‘입’이었다. 대선 과정에서 온갖 네거티브 공세를 받아냈다. 대선 후보 사퇴와 창당, 그리고 합당까지 현장에서 지켜보며 열망과 절망 사이를 오갔다.

 

그 전에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뿐이었다. 검사와 변호사로 살아가며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치판에는 뛰어들 줄은 몰랐다고 했다.

 

금태섭 변호사(48)는 지난 2012년 초 현실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안철수의 진심캠프’ 상황실장,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을 지냈다. 결국 무산되긴 했지만, 지난해 재보선에서 서울 동작을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정치를 떠나 1여년간 침묵해온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난 대선의 막전막후를 정리한 책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와 함께 돌아왔다. 그는 책에 “한국 정치의 가장 뜨거운 곳”에 서 있었다고 썼다. 뜨거운 실패의 과정을 써야 새 출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다시 뜨거운 곳을 바라보고 있다.

 
금태섭 변호사. 사진/뉴스토마토
 
-‘한국 정치의 가장 뜨거운 곳’에서 벗어난 기분이 어떤가.

지난해 여름 대변인을 그만두고 변호사 사무실에 계속 나왔다. 특별한 것은 없다. 다만 지난 대선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캠프에 같이 있던 사람들도 허탈해했다. 국민에게 보고를 드려야 한다는 마음도 들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책을 쓰기 시작했다.

 

-책을 보고 캠프 사람들은 뭐라고 했나.

위로가 됐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어떤 분은 애인에게 이유도 모른 채 차이고 몇년 후에 친구로부터 왜 그랬는지 들은 것 같다고도 했다. 이제 좀 홀가분하다. 최소한의 도리를 했다는 느낌이다.

 

-언론에서도 주목했다. 이같은 반응을 예상했나.

반반이라고 봤다. 주목할 수도 있지만, 지난 일이라서 관심이 적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책 제목을 ‘나의 18대 대선 이야기’로 하려고 했다. 그랬더니 출판사에서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면 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독자들이 실패담에는 관심이 없다고도 했다. 단순히 지난 일을 복기하는 것보다 제안을 담자는 얘기였다.

 

-얼마 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언급했다.

주위에선 출마를 생각하면 책을 내지 말라고 말렸다.(웃음) 사실 대답하기 애매한 질문이다. 어쨌든 정치권에 뛰어들었으니까 열매를 맺고 싶은 생각이 있다. 다만 그게 총선 출마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개인적인 일이면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지만, 공적인 일은 다르다. 무엇을 할지, 어떤 게 필요할지 따져 봐야 한다. 그동안 책을 쓰고 나서 생각하자는 마음이었다. 이제 생각해보는 중이다.

 

-이번 책에서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의 ‘소통의 부재’를 지적했다. 메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불투명하고, 충분한 토론 과정이 없었다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안철수 현상’이 생기면서 당선 가능성도 높았다. 당시 안철수 후보가 ‘청춘 콘서트’ 등으로 소통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막상 캠프에 들어가보니 기대와 달랐다. 애매모호한 것이 계속 나오고, 후보가 한마디 하면 경전 해석하듯이 머리를 싸매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새정치연합과 민주통합당의 합당에 대한 불만도 담겨 있다.

대선 후보를 사퇴했을 때도, 합당했을 때도 소통은 없었다. 합당 때까지만 해도 윤여준 전 장관, 김성식 전 의원이 함께하고 있었다. 김 전 의원은 합당 발표하기 전날에도 토론에 나가서 독자 신당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을 때라서 합당을 환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합당 과정이 아쉽고 잘못됐다고 느꼈지만, 비판을 하면 혹시라도 내 생각이 틀려서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대선 때도 마찬가지였다. 선거를 끝내고 고쳐나갈 수 있는데, 괜히 재뿌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대선을 앞두고 그에게 어떤 희망을 걸었나.

정권 교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야당으로는 어렵다고 봤다. 정치가 변하려면 야당 스스로 바뀌어야 하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 비판만 했다. 이런 저런 모임을 하면서 공정한 사회와 복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안 의원이 비슷한 말을 하는 걸 보고 함께 일하면 좋겠다고 봤다.

 

-책에는 준비 없는 합당으로 야당이 경쟁을 통해 혁신을 이룰 기회를 놓쳐서 안타깝다고 썼다. ‘야당은 경쟁해야 한다’는 소신도 내비쳤다. 최근 야권에서 불고 있는 신당 창당 움직임은 어떻게 보고 있나.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 경쟁하려는 것을 나쁘게 볼 수 없다. 하지만 국민들이 믿지 않는다. 어차피 합칠 거라고 생각한다. 새정치연합 창당을 준비할 때 ‘왜 민주당과 같이 가지 않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사실 우리도 머릿속에 언젠가는 합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면서도 따로 간다고 했다. 독자적으로 나아간다는 의지를 보여야만 경쟁이 이뤄진다. 신당이 생겼다가 없어지는 걸 보면서 국민들도 잘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노선 차이가 크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동력을 갖기가 어렵다고 본다.

 

-새정치연합도 민주당과 노선이 비슷하지 않았나.

차이가 없었다. 비슷한 이념 지향을 가진 당이 생기기 어렵다. 우리는 나름대로 대선에서 독자 캠프를 만들었고, 안철수 후보라는 대표 인물이 있었는데도 실패했다. 그런데 지금 신당 추진 세력은 그것도 없다. 우리 잘못이 크다. 이제 신당 창당 카드를 사실상 못 쓰게 됐다. 아무도 믿지 않는다.

 

-책에서 “야당이 매번 지는 이유는 야당에 있다. 야당은 제대로 반성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썼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은 혁신 작업에 한창인데.

아직 진행되는 단계지만,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생각한다. 주변 환경보다 야당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얘긴 혁신위가 부여받은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다. 급한 일을 놔두고 다른 곳을 보는 셈이다. 의원 수를 늘리거나 비례대표를 확대하자는 얘길 꺼내려면 먼저 국회의원들이 잘해야 한다. 비례대표 의원들이 잘하고 늘려 달라고 해야 말이 된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공천이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당 내부에서 나온다. 국민 신뢰를 못 받는 상황에서 늘리겠다고 하면 비웃음을 산다. 혁신위가 인물, 시스템, 문화 등 내부 문제를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춰서 마무리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이 많고, 언론도 정쟁에 초점을 맞추는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잘해도 조명을 받기가 어렵지 않나.

그래서 혁신위를 만든 것이다. 비난을 두려워하지 말고 기득권을 없애야 하는데, 인적 쇄신을 과감하게 못하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들은 내년 총선에 물갈이해야 한다는 말을 꺼내기 어렵다. 혁신위가 그런 역할을 맡아야 한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보다 당원 평균 연령이 높고, 국회의원 교체도 잘 안 이뤄진다. 야당은 참신성이 주무기인데,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내년 총선 공천에서 상당수 물갈이가 돼야 한다는 말인가.

맞다. 뼈와 살을 깎는 인적 쇄신이 있어야 한다. 당을 대표하는 사람들도 물러나고 새 인물이 나서서 간판을 바꿔야 한다. 훌륭한 분들도 많지만 국민은 지겨워 한다. 지금 야당으로는 집권이 어렵다. 집권을 위해선 사람들이 생각하기 힘든 것들까지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혁신위에서 내년 총선 공천에서 20%를 교체한다고 했는데, 많지 않은 숫자다. 지난 총선에서도 37% 정도가 바뀌었다.

 

-선거제도 개혁을 둘러싼 논의도 시끄럽다.

선거구 획정은 이론적인 문제가 아니다. 정치학자들은 국회의원 수가 적다고 하지만 국민은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이 잘해야 하는데, 비례대표 의원들만 봐도 2년 전부터 지역구에 내려가서 선거 준비를 하고 있다. 정치 지망생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럼에도 새정치민주연합 당원을 유지하고 있는데.

1987년에 처음 투표한 이후로 계속 야당을 지지한다. 지금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욕을 많이 먹고, 못난 점도 많지만 좋은 부분도 많다고 생각한다. 잘 가꿔 나가면 한국이 발전하는 데 공헌할 수 있다. 미래로 나아가려면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고 소통이 돼야 한다. 그 가능성과 문제점을 동시에 보여준 것이 참여정부라고 생각한다. 야당이 항상 집권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정권교체 가능성이 있어야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다. 지금은 그게 안 되고 있다. 정부가 노동개혁 문제를 들고 나오는데,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슈를 피해간다. 노동계가 반대한다, 재벌개혁부터 하라고만 할 뿐 의견이 없다. 그것이 집권할 수 있는 능력,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원문: 뉴스토마토

 

이순민·박주용 기자

soonza0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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