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갈등은 파국으로…“중재자가 없다”
[효성그룹 사태] 더욱 커보이는 故송인상 회장 빈자리
  • 김기성 기자
  • 15.07.3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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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풀어줄 중재자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한 효성 고위 관계자가 현 사태를 지켜보며 한 말이다. 조현문 변호사가 형 조현준 사장에 대한 검찰 고발도 서슴지 않는 상황에서, 중재자로 나서야 할 부모와의 갈등은 더 극단인 까닭에 내쉰 한숨이다.

 

그나마 집안의 어른 역할을 기대할 수 있었던 외조부 송인상 고문은 지난 3월 별세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삼촌들이라도 나서야 하는데 방치하고 있다”며 “두고두고 아쉬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석래 회장의 동생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과 조욱래 DSDL 회장을 두고 한 말이다.

 

조 변호사는 알려진 것처럼 아버지 조석래 회장과 갈등관계에 있다. 갈등의 원인은 조현준 사장의 횡령을 알고도 묵인한다는 데 있다. 앞서 조석래 회장이 2010년 암으로 고생할 때는 옆에서 애틋하게 간호할 정도로 효성이 깊었다. 이는 효성 관계자들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반대로 조현준 사장은 이때 집중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게 조 변호사 측 주장이다. 형에 대한 씻을 수 없는 반감의 이유다. 물론 효성은 “그 당시 불법행위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실제 아버지에 대한 반감은 조현준 사장이 더 깊고 오래됐다고 조 변호사 측은 주장한다. 한때 재계 4위까지 올랐던 효성의 위상이 30위권으로 추락한 데는 부친의 외길경영 인생이 한몫했다고 믿고 있다. 별칭에 붙는 직함이 ‘대리’일 만큼 섬유·화학·스판덱스에 집착적이고 꼼꼼해, 남들 다 하는 정권과의 유착 등을 통한 큰 경영을 못했다고 원망했다고 한다. 이는 곧 2003년 갤럭시아그룹을 차려 분가하는 일탈로 이어진다.

 

게다가 조석래 회장은 수년 전부터 조현준 사장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고 조 변호사는 주장한다. 어머니인 송광자씨까지 장남을 비호하기 급급했다. 어머니는 평소 “현준이가 효성 회장직에 오르는 것을 보는 게 소원”이라고 할 정도로 큰 아들 조현준 사장에 대한 애정이 깊다. 이는 곧 형에 대한 그 어떤 도전도, 의혹 제기도 용납 못하는 그릇된 모성애로 나타난다. 동생들을 제어하고, 조석래 회장을 압박하는 건 언제나 어머니 몫이었다고 한다. 몇몇 가족회의에서의 어머니 발언을 조 변호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조현문 변호사가 어머니와 형을 “한 몸”으로 규정하고, 질긴 싸움을 이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로는 “저도 아들”이라는 절규도 토해낸다. 특히 절연의 결정적 계기가 된 지라시도, 패륜아 프레임도 어머니에게서 나온 것으로 조 변호사 측은 믿고 있다. 형에 대한 폭로를 이어가는 동생은 어머니 눈에는 걸림돌일 뿐이고, 이는 굴복시켜서라도 입을 다물게 하는 ‘비정’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한편 효성은 “나이 여든이 넘은, 병환 중인 회장님은 생전에 가족들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씀하신다”며 “자식으로서 무엇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원문: 뉴스토마토

 

김기성 기자

뉴스토마토 탐사보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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