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토마토
조 전 부사장이 믿고 의지했던 세 사람이 의혹의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조 전 부사장의 계획(그는 형인 조현준 사장의 비리를 입증하려 애썼다)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중 박 대표는 지난 8일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압수수색으로 생사의 기로에 몰렸다. 검찰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에 박 대표가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혐의는 대우조선해양 관련이지만, 실제 막대한 타격을 입은 이는 조현문 전 부사장이다. 검찰 칼날이 조 전 부사장을 향할 수도 있다. 때문에 조 전 부사장 측은 이번 의혹 제기의 배경에 효성이 있다고 믿고 있다. 그간 공들여온 조 전 부사장의 주장들이 신뢰를 잃고 물거품이 될 경우 가장 큰 수혜자는 전선 반대편에 섰던 조현준 사장과 이상운 부회장을 비롯한 효성 수뇌부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가 수사 중인 조현준 사장의 아트펀드 관련 횡령·배임 건도 자연스레 덮일 수 있다. 효성이 이번 의혹에 대해 내심 반가워하면서도 입을 다무는 까닭이다.
다만
, 효성이 이번 의혹 제기 배경에 설 이유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 우 수석이 각종 의혹에도 건재할 경우 그 후폭풍을 감내한다는 것은 공포 자체다
. 효성 고위 관계자는
10일
“누가 봐도 배경에 우리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며
“우 수석을 정면 조준할 만큼 우리는 힘도
, 배짱도
, 전략도 없다
”고 말했다
. 실제 효성은 우 수석의 힘을 두려워했다. 검찰을 장악한 그의 지위와 배경이라면 조현준 사장을 얼마든지 압박해 올 수 있다고 보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었다. 그가 민정수석에 오른 뒤 변호사 시절 주도했던 조현준 사장에 대한 고발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에서 특수4부로 재배당되기도 했다. 이를 이해할 키워드는 우 수석과 조현문 전 부사장의 ‘두터운 친분’이다.
사태의 전말
2015년 7월 어느 날, 조현문 전 부사장을 한 식당에서 만났다. 수개월의 요청 끝에 이뤄진 만남이었다. 뉴스커뮤니케이션즈의 김수미 부사장이 조 전 부사장을 수행했다. 조 전 부사장은 그의 부인과 관련된 좋지 못한 내용의 정보지 내용을 언급하며 배경에 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이라는 얘기를 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얼마나 추악한 일이냐”며 “가족을 보호해야겠다고 결심하고, 효성은 다시는 돌아가서는 안 되는 곳이라 다짐했다. 그래서 박수환 대표를 찾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박 대표를 찾아간 이유는 단 하나다. 명명백백 조현준 사장의 비리를 밝히고, 지라시 날린 분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서”라며 “수소문해서 박 대표를 만났고, 제 얘기를 듣고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떠나세요’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호주로 떠났다. 사실 도망간 것”이라고 털어놨다. 또 “박 대표는 당시 두 가지를 정확히 예측했다. 아버지를 공격하는 패륜아 아들이라는 프레임, 국세청과 검찰 조사에 직면할 경우 제게 모든 범죄를 뒤집어씌울 것이라는 예언을 정확히 했다”며 박 대표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깊은지를 설명했다.
우 수석에 대한 얘기도 그의 입을 통해서 흘러나왔다. 조 전 부사장은 “2013년 10월부터 12월까지 효성이 검찰로부터 비자금 조성 관련해 조사를 받았고, 효성은 검찰과 국세청에 제가 배후라고 지목했다. 효성의 거짓주장은 굴지의 로펌이 논리화시켰다”며 “다행히 자료가 있어서 혐의를 벗어날 수 있었다. 효성에 있었다면 아버지와 어머니의 강압에 제가 모두 뒤집어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장님(그는 아버지 조석래 회장을 회장님이라 지칭했다)의 변호사로부터 우리 우병우 변호사에게 연락이 왔다. ‘홍콩계좌가 발각됐다. 그거 조현문 변호사 것 아니냐’길래 우 변호사가 ‘형님. 말이 되냐. 조현문이 무슨 돈이 있어 홍콩에 100억원이나 되는 계좌를 가지고 있냐. 검찰 가서도 웃음거리밖에 안 된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외에도 조현준 사장의 각종 비리 혐의에 대한 의혹과 함께 아버지인 조석래 회장과 어머니 송광자씨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헤어질 때는 “제가 지금 제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기로에 서 있기 때문에 당분간만 보도를 참아 달라”고 당부했다.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일부분을 발췌하는 이유다.
조 전 부사장은 2011년 6월28일 1차 파문에 이어 그해 9월6일 아버지로부터 2차 파문을 당한다. 2년 뒤인 2013년 2월28일에는 보유하고 있던 효성 지분(7.18%)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다. 결별이다. 그해 5월16일에는 부동산 임대업을 영위하는 동륭실업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며, 변호사에서 사업가로 돌아왔다. 앞서 3월30일에는 박수환 대표를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당시 기타 비상무이사로 함께 선임된 사람은 법무법인 대표를 맡고 있는 김모 변호사로, 김준규 전 검찰총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이 법무법인은 2014년 10월 조 전 부사장이 조현준 사장과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을 업무상 배임 및 횡령 등으로 고발할 때 소송대리인을 맡았었다. 또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소송대리인을 맡으며 롯데가 경영권 분쟁에도 관여하고 있다. 박수환 대표와 김 변호사는 올해 3월30일 동륭실업 사외이사직에서 사임했다. 조 전 부사장도 이날 대표이사에 물러나, 현재 사내이사직만 유지하고 있다.
박수환은 누구?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으로부터 특혜 계약과 함께 함께 연임 로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박수환 대표는 재계는 물론 정·관계에서도 유명한 마당발이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박 대표는 일개 홍보대행사 대표가 아니다”라며 “상당한 인맥을 자랑하며 입지를 굳혀왔다”고 말했다. 효성과 대웅제약 등 오너 리스크 전문으로도 유명하다. 다만, 일반인들에게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2009년에는 6개월여간 효성과 컨설팅 계약을 맺고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이 관여된 해외 부동산 사태 해결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그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복수의 효성 관계자는 “말할 때마다 유력 신문 데스크와 검사장 등 검찰 상층부와의 인연을 강조하고는 했다”며 “실무진 눈으로 볼 때는 신뢰가 들지 않았지만 경영진은 그의 말에 잘 현혹됐다”고 말했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의 이름도 이때 오르내렸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졸 출신임에도 네이티브에 가까운 완벽한 영어실력이 그를 돋보이게 했다”고 말했다.
조현준 사장은 그해 12월30일 횡령 및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로부터 불구속 기소됐고, 2012년 1월5일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9억7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2013년 1월29일에는 특사로 자유의 몸이 됐다. 사돈관계인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배려였다. 조현상 부사장은 2010년 7월16일 불구속 기소에 이어 1심에서 2012년 9월27일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5억2000여만원을 선고받고 되살아났다.
박 대표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총리로 재직시 스스럼없이 전화를 주고받을 정도로 가깝게 지내기도 했다. 이는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을 비롯해 금융권 거물들과의 인연을 더욱 강화시키는 힘이 됐다. 일종의 로비 창구였다. 박 대표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000가 어려움이 있어 총리님께 전화를 드린 적이 있었는데 부담 없이 받아주셨다”며 “아주 소박하고 털털하신 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악연의 전개
박 대표와 효성과의 악연은 그가 조현문 전 부사장 편에 서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13년 효성 홍보실의 안모 전무는 ‘박수환 대표가 부하 직원에게 성 상납을 강요했다’는 허위사실을 일부 기자 등에게 유포한 혐의(명예훼손)로 2014년 1월8일 서울 서부지검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당시 재계 안팎에서는 효성이 조 전 부사장의 최측근인 박 대표를 제거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일을 도모했다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실제 박 대표 등은 기자에게 지라시 배후의 몸통에 조현준 사장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효성은 박 대표의 노련한 공격에 수세에 몰렸다. 박 대표는 조 전 부사장 전담으로 김수미 부사장을 배치하고 일부 언론 등과 자리를 만들어 효성에 대한 배타적 여론 조성에 힘썼다. 2014년 10월27일에는 언론에 조현문 전 부사장 명의의 입장자료를 배포하고 “회장님, 조현준 사장, 조현상 부사장, 그리고 전문경영인들은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본인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우려는 행동들을 서슴지 않았고, 그룹의 홍보실까지 동원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본인을 음해해왔다”고 주장했다. 아버지인 조석래 회장과의 대화내용도 공개하며 “마피아”로 몰아붙였다. 또 “효성이 차후에도 계속해서 사실 왜곡과 거짓말로 저를 음해하고 언론을 호도할 경우, 저는 회장님과의 대화 추가내용 등 더 많은 진실들을 공개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앞서 21일에는 우병우 수석 주도로, 조현준 사장과 효성 임원 8명을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일명 아트펀드 건도 이때 검찰 수사선상에 포착됐다. 그해 6월에 이은 추가 고발이었다. 언론을 통한 공중전과 검찰 고발 병행은 우병우 수석과 김준규 전 검찰총장, 박수환 대표 3인의 기획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효성 측 추론이다.
박 대표는 삼성과도 척을 졌다.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014년6월3일 박 대표의 뉴스커뮤니케이션즈를 국내 홍보대행사로 선정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 건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최종작업 일환인 합병 건이 엘리엇에 의해 제동이 걸리자 삼성은 비상이 걸렸다. 박수환이란 인물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다. 그는 당시 “주위에서 삼성과 대결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모두 말렸지만 제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997년 설립된 뉴스커뮤니케이션즈는 먹튀 논란으로 유명한 론스타의 대언론 창구를 맡는 등 외국계 기업의 국내 홍보대행 업무들을 수행하며 홍보대행업계 수위권으로 성장했다. 지난 9일 NICE신용평가정보가 작성한 뉴스커뮤니케이션즈 자료(2014년 12월31일 기준)를 보면, 대표는 박수환과 김수미, 종업원 수는 41명이다. 매출액은 2012년 61억500만원, 2013년 69억62000만원, 2014년 83억1800만원으로 계속해서 늘었으며, 같은 기간 순이익 역시 6억9900만원, 7억3400만원, 8억1000만원으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