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두
당신은 지금 ‘베갯머리 독서’를 하고 있는가?
[구병두의 교육에세이] 창의적인 인재양성을 위한 3가지 조건
  • 구병두
  • 16.07.0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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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에게 있어서 아기의 출생은 사랑의 결실이자 축복 그 자체이다. 그래서인지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이 너무 커 가끔 ‘탈’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때도 있다. 자녀을 교육하는데 있어 어떤 부모는 성공하고, 어떤 부모는 실패한다. 이는 부모의 자녀 교육방법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에게 많은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이 자녀교육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유아교육학자들은 나름의 체계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론을 창안하고 창립해 관련 분야의 학문적 발전에 공헌해왔다. 어떤 경우 상반된 이론이 제시되기도 하지만 이들의 공통된 견해는 초기 경험을 중시한다는데 있다. 어렸을 때부터 많은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이 다른 어떤 교육적 행위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여기서 경험이란 많은 것을 보여주고 만지게 하며, 듣게 하는 감각 운동적 행동을 의미한다.

 

일찍이 존 듀이(John Dewey·미국의 철학자이자 교육학자)는 “경험만큼 훌륭한 교사는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경험이 다른 어떤 교육적 행위보다 훌륭한 교사라는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을 미더워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를 부뚜막에 올려놓은 것처럼 매사 걱정이다.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도 방학 때 캠핑을 가기라도 하는 날이면 물가에 들어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이렇게 한들 캠핑 가서 물에 들어가지 않을 자녀가 얼마나 있겠는가. 불안하고 염려되면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가르치면 될 일이다. 감각 운동적인 신체활동은 빠를수록 교육적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부모야말로 자녀교육에 성공할 가능성도 커진다.

 

과거 선조들은 자녀와 손자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곤 했다. 가정교육에 엄격한 유대인들은 퇴근 후 자녀들과 하부르타(일대일 대화교육법)를 습관화했다. 이른바 ‘베드사이드 스토리(bedside story·베갯머리 독서)’를 실천한 셈이다.

 

베갯머리 독서는 아이가 글을 모를 때부터 이뤄진다. 잠자리에 들고 나서 15분내지 30분정도 하루도 빠짐없이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보면 아이는 부모의 글 읽는 소리를 듣지 않으면 허전해서 잠을 이룰 수 없게 된다. 독서는 어휘력과 이해력을 증진시키는 가장 좋은 공부 방법 중 하나다. 이러한 독서가 어렸을 때부터 습관화되면 아이에게는 해를 거듭할수록 독서 중독증세가 일어난다. 독서 중독증세란 독서를 하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것으로 독서를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된 일상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독서 생활화의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베갯머리 독서인 셈이다.

 

유대인의 자녀교육법 중 가장 중시되는 것도 베갯머리 독서다. 이들은 생후 1년 정도 지나면 잠자리에서 아이에게 그들의 종교서적인 토라(Torah)를 들려준다. 물론 우리 아이의 정서에 맞는 좋은 동화들도 얼마든지 있다. 공부는 습관이다. 좋은 습관은 빠르면 빠를수록 그 효과가 크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대화다. 대화는 상대가 있어야 가능하다. 전통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아이가 어린 시기를 부모와 보냈지만, 맞벌이 부부가 대세인 현대사회에서는 어린이집에 맡겨지거나 대리모의 손에 의해서 아이의 일과가 결정되어진다. 그만큼 부모와 상호작용할 기회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적어도 식사시간 만큼은 가족이 한데 모여 밥상머리에서 자유토론이나 특정한 주제를 갖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아이의 지적발달이나 정서발달에 도움이 된다. 부모와 아이의 상호작용 대부분은 대화로 이뤄지는데, 이러한 대화는 아이의 언어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여아가 남아에 비해 언어발달이 빠른 것은 여아가 어머니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유대계 소련출신 심리학자 비고츠키(Vygotsky)는 어른들 및 똘똘한 또래와 어울려 지내는 아이의 언어발달이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상대적으로 빠르다고 역설했다.

 

가족 간 대화가 일상화되어 있는 경우 사춘기가 되어도 부모와의 대화는 단절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화는 자녀의 정서발달에도 큰 도움이 된다. 설령 자녀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대화를 통해 눈치를 챔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든지 최소화할 수 있다.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飛火)되고 있는 학교폭력의 피해학생이 최후 수단을 강구하기까지 부모들은 자녀의 문제를 전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가족 간 대화가 그만큼 없었다는 또 하나의 방증이다.

 

어려서부터 많은 것을 경험하고, 지속적으로 독서하며 대화하는 과정에서 글쓰기(작문)도 자연스레 체득된다. 경험하지 못한 것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경험하지 않고 표현되는 언어는 설득과 감동을 주기에 부족하다. 그래서 독서를 통한 지식 습득과 내공의 축적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내공은 창의성을 길러준다.

 

우리나라 각 급 학교의 공통적인 교육목표는 ‘창의적인 인간’을 육성하는데 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요구하는 인간상은 다름 아닌 창의적인 인재다. 창의적인 인간이 그냥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믿음을 바탕으로 초기경험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며, 인내심을 갖고 베갯머리 독서와 밥상토론, 대화를 생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그 어떤 자녀교육보다 창의적인 인재양성에 효과적인 방법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구병두 교수

서경대학교 교양과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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