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내치에 무능 보인 朴대통령…돌파구는 일본인가?
한일 정상회담, 다자회의 통한 안전장치 가능
  • 정찬대 기자
  • 15.06.2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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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한 모습.(사진=청와대)

 

3년간 아껴둔 것이 이를 위해서였나.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박 대통령은 치밀하다. 논리적 측면에서는 적잖은 비판을 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간의 정치 양상이나 업무 스타일을 보면 그 누구보다 치밀하고 또한 꼼꼼하다. 2인자를 키우지 않는 것도 이러한 성격이 배가돼 더욱더 엄밀하다. 마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흡사한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그간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과거사 해결을 내세웠다. 위안부 문제는 그중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선결 과제였다. 하지만 최근 박 대통령의 입장은 “과거사 짐을 내려놓자”고 할 만큼 유연해졌다. 유흥수 주일대사도 일본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가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가 아니다”고 보조를 맞췄다.

 

그간의 강경 입장을 번복할 만큼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절박함이 생긴 걸까? 이는 최근 불어 닥친 국내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재 박근혜 정부로선 어떻게든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에 따른 여론 악화로 박 대통령 지지율은 곤두박질쳤고, 정부의 존재가치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에 이은 메르스 사태에 대한 초동대응 실패는 정부의 존립근거를 상실케 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에게 적잖은 타격이다. 이미 ‘무능정부’라는 딱지가 두껍게 앉았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 카드를 꺼내들었다. 성사될 경우 박 대통령 취임 후 첫 한일 정상회담이다.

 

여기에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 해라는 점에서 상징성 부여도 가능하다. 박 대통령으로선 결코 나쁘지 않은 카드다. 더욱이 그간 ‘외치(外治)’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어서 이번 기회에 국가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다시 한 번 키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와 관련해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23일 <커버리지>와 통화에서 새로운 돌파구로써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뒤 “메르스 등 국내 악재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어쨌든 일정부분 성과를 바탕으로 지지기반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당분간 국정 안정성을 키울 국내 사안은 보이지 않는다”며 “만약, 외치에서 성과를 거둔다면 국가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다시 한 번 획득하는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외치는 단기간에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정상회담 시기는 올 가을이나 연말이 유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종전 70주년을 맞아 8월에 발표될 ‘아베 담화’의 내용과 수위가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만약, 한일 정상회담이 연내 성공적으로 이뤄질 시 박 대통령 조기 레임덕도 당분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내년 4월에 있을 20대 총선에도 ‘지지층 결집 효과’를 보이면서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센터장은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이나 새누리당 모두 총선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외치에서 성과를 거둔다면 지지층의 이완이 완화되는 등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일관계 개선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도 중요하다”며 “남북문제도 전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시도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박근혜 정부가 양자회담에 대한 부담을 느껴 다자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과거사에 대한 해결 없이 양자회담을 추진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국제법)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양자회담은 양국 모두 정치적 부담이나 국민적 압박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다자회의의 일환으로 두 정상이 자연스레 만나 현안을 논의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위안부 문제 등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 대한 해결책 없이 ‘보여주기식’ 정상회담을 추진할 경우 그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 일단 전제조건 없는 만남을 위한 다자회담 형식의 정상회담이 추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이와 관련해 “지난 5월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제2차 세계대전 전승 70주년 기념’ 행사에서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만나 정상회담을 논의했던 것처럼 한일 정상회담도 그런 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유흥수 주일대사는 22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올 가을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다국 간 협의가 있다”며 “그 때는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각종 다자회의를 계기삼아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포석을 미리 깔아놓은 셈이다.

 

커버리지 정찬대 기자(press@covera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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