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양 계파 수장 ‘朴-文’, 왜 ‘분란의 씨앗’ 됐나
‘거부권 정국’에 숨 돌린 ‘내홍’…총선 앞두고 ‘권력 헤게모니 다툼’ 본격화
  • 정찬대 기자
  • 15.06.25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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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시끄럽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대표 때문이다. 대게 한쪽이 시끄러우면 상대 당은 관망자적 자세를 취하며 지지율을 챙기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양당 모두 벌집을 쑤셔놓은 듯 요란하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 모두 당내 최대 계파를 이끌고 있다. 한쪽은 친박근혜, 또 다른 쪽은 친노무현계다. 이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당은 들썩일 수밖에 없다. 반대 진영의 ‘비토’나 ‘반발’ 역시 예삿일이다. 그렇다보니 내부 균열도 쉽게 일어난다.

 

2012년 대선에서 대결했던 두 사람은 행정부 수반과 제1야당 대표로 다시 만나면서 어게인 매치가 이뤄졌다. 하지만 대결구도 회귀 가능성은 ‘공허한 메아리’ 속에 그쳤고, 대신 당내 완력다툼에서 비롯된 분란만 초래했다.

 

20대 총선을 10개월여 앞두고 친박-비박, 친노-비노의 권력 헤게모니 다툼은 본격화됐다. ‘현재 권력’인 박 대통령 입장에선 당내 주도권 싸움에서 밀릴 경우 임기 말 레임덕이 가속화될 수 있다.그런 점에서 20대 총선에서 친박계 의원들의 결집과 원내 입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당내 ‘미래 권력’으로 지목되는 문 대표 역시 20대 총선이 갖는 의미는 크다. 총선을 발판삼아 대권을 준비해야 하는 그로선 당내 패권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존권’ 문제가 걸려있는 비박이나 비노 측도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보니 양 진영 모두 ‘밀리면 끝’이라는 마음으로 한 치의 물러섬이 없는 것이다. 결국 갈등은 격화됐고, 내상 또한 깊어졌다.

 

△‘친박계 수장’인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 맏형’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 모습.(사진=청와대)

朴대통령, 지도부 작심비판…‘유승민 불신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했다. 비록 예견된 수순이었지만, 야당과의 협상을 진두지휘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작심 발언은 ‘핵폭탄’을 투하한 것 처럼 당을 큰 혼란에 빠뜨렸다.

 

박 대통령은 25일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회법 개정안 거부 의사를 밝힌 뒤 “여당 원내사령탑이 정부·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라며 유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또 “배신의 정치” “심판” 운운하며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국회법 개정안 거부에 대한 후속안 마련에 종일 전전긍긍했다. 유 원내대표 재신임 건을 놓고선 친박과 비박이 격돌하면서 ‘공무원연금-국민연금 연계 합의’ 이후 잠시 수면 아래에 있던 계파 갈등이 또 다시 폭발했다.

 

친박계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의 유 원내대표 불신임에 대해 “대통령의 뜻이라면 존중할 의무가 있다”며 “나는 과거 원내총무 때 노동법 파동으로 책임졌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퇴를 종용한 것이다.

 

이에 앞서 친박계 의원들은 전날 모임을 갖고 박 대통령 거부권 행사 후 유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이에 맞서 비박계 의원들 역시 따로 모임을 갖고 ‘유승민 지키기’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갖고 격론을 벌였다. 장장 3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설전이 오갔다.

 

국회법 개정관 관련해선 박 대통령 뜻을 존중해 재의에 부치지 않은 채 자동폐기 하자는 쪽으로 당론이 모아졌다. 다만, 친박계 의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유 원내대표는 ‘재신임’하기로 결정했다. 청와대와 당이 대결하는 모양새로 가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커버리지>와 통화에서 “박 대통령 발언은 원색적으로 당을 흔든 것이며, 대놓고 비박계를 비판한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한 뒤 “박 대통령 얘기가 얼마나 설득력이 없었는지는 오늘 의총이 잘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 발언에 반대하는 의견이 거의 없는데, 오늘 의총에선 그에 반하는 의견이 많았다”며 “유 원내대표 사퇴에 대한 당내 분위기는 그렇다”고 말했다.

 

사태는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하지만 친박 측에선 여전히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김무성-유승민 체제 흔들기는 총선을 앞두고 더욱더 노골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그 선두에는 ‘친박계 수장’ 박 대통령이 서있다.

 

△당 혁신위원회의에 참석한 ‘친노계 수장’ 문재인 대표와 김상곤 혁신위원장.(사진=새정치연합)

새정치연합, ‘최재성 카드’ 후폭풍…“당 깨질 판”

 

당내 갈등과 내홍은 새정치연합이 훨씬 더 심각하다. 특히, 문재인 대표가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최재성 의원을 당 사무총장에 인선하면서 비노 인사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사무총장은 재정과 조직은 물론 공천 실무까지 담당하는 요직이다. 결국,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에서 동료의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지난 4·29재보선 참패 후 제기된 ‘문재인 사퇴’ 요구가 당내 막말 논쟁으로 이어졌고, 결국 ‘최재성 사무총장 카드’로 갈등이 증폭되면서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분당’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비노진영 수장 격인 박지원 의원은 당직 인선 발표 직후인 2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분당의 빌미를 주지 않는 인사가 되길 바랐지만, 실망을 안겼다”고 꼬집었다.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에 반대한 이종걸 원내대표 등 비노 진영 인사들은 24일 최고위원회의에 대거 불참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대표가 분열로 나가는데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최고위에 나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는 입장고수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특히 “뭘 더 어쩌라는 건가. 시간이 필요하다. 잘될 텐데 왜 그렇게 걱정하느냐”며 불쾌한 감정까지 드러냈다.

 

당초 이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사무총장 후보로 우윤근 김동철 노영민 의원을 역제안했다. 이에 문 대표는 ‘최재성 전략홍보본부장’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결국 사무총장 인선을 밀어붙였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최 의원을 직접 설득하라는 문 의원의 답변이 돌아오면서 이 원내대표로선 강한 배신감과 함께 문 대표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떨어지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최 사무총장의 입장변화 역시 비노 측 반발을 키웠다. 최 총장은 당초 20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사무총장 인선 뒤 입장을 바꿨다. 그는 25일 기자회견에서 총선 불출마에 대한 기자들의 물음에 “사무총장 문제와 불출마 문제를 연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 정치적 기준과 정치적 양심으로 선택하고 결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는 문 대표에게 숨 돌릴 틈을 내줬다.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면서 잠시나마 단일대오를 이룬 것이다. ‘정청래 사태’ 당시 황교안 총리 내정으로 내우를 외환으로 돌렸던 것처럼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게 됐다.

 

당무를 거부한 이 원내대표는 25일 의원총회에 참석해 문 대표와 함께 머리를 맞댔다. 그는 박 대통령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내면서도 당직 인선 문제와 관련해선 일절 말을 아꼈다. 문재인 대표도 당내 상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은 국회법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비노 측도 적전분열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런 분위기다. 비노 진영 한 관계자는 <커버리지>와 통화에서 “일단 국회 상황이 먼저”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문 대표를 또 한 번 살렸다’는 기자의 물음에 “그런 것도 있다”며 “다만, 당장은 잦아들 것처럼 보이나,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갈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당 혁신위원회는 당내 계파갈등 중단을 촉구하며, 사무총장을 공천심사위원회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상곤 위원장은 “혁신위 제안이 안 받아들여질 경우 모종의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며 강경한 태도까지 보였다. 혁신위원 전원사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둘러싸고도 비판이 제기된다. 애당초 인선을 안 하면 될 것을, 앉힐 사람 다 앉혀놓고 당내 반발에 따라 ‘땜질식 처방’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이에 앞선 23일 혁신위가 제안한 ‘선출직공직자평가 위원회’ 구성안을 둘러싸고 외부위원 선임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제기돼 비노 측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오는 10·28재보선이 분당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당내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커버리지 정찬대 기자(press@covera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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