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용꿈’ 꾸는 김두관, 새정치-천정배 ‘빅텐트’ 구상
千 ‘러브콜’에 ‘딴청’피는 金, ‘야권 재편 공감하지만…’
  • 김우남 기자
  • 15.11.2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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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추진하는 ‘개혁적 국민정당’이 장고 끝에 닻을 올렸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 윤덕홍 전 교육인적자원부 부총리 등 전직 정·관계 인사들이 포함된 신당 추진위원 32명의 명단도 발표됐다. 하지만 ‘깜짝 인사’는 보이지 않았다.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이다. 이런 가운데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축사’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거물급 인사 영입이 없는 천 의원과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 전 지사가 손잡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한층 더 무게가 실렸다. 더욱이 천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당내 경선에 나선 김 전 지사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김 전 지사에게 머무는 이유다. <편집자 주>

 

천정배 의원이 광주에 입성한 뒤 꾸준히 주창해오던 신당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8일 서울 여성플라자 아트홀에는 새로운 대안정당 건설을 원하는 지지자 700여명이 ‘천정배 신당’의 출현을 연호했다. 특히 이날 출범식에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축사가 예정되면서 신당 합류 가능성이 점쳐졌던 그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렸다.

 

두 사람의 만남을 지켜본 여러 정치권 관계자들은 “손잡는 것 아니냐” “때가 된 것 같다”며 천정배-김두관 간 연대를 예측했다. 심지어 현장에서조차 “천 의원과 함께 해 달라”는 지지자들의 외침이 쏟아졌고, 김 전 지사는 알았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 참석자들 사이에선 “합류하겠네”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와 달리 김 전 지사의 공식 답변은 아직까지 ‘NO!’다. 실제 이날 출범식 축사에서도 천 의원과 김 전 지사 발언은 묘한 차이를 보였다.

 

천 의원은 신당 추진위 추천사에서 “민심은 이미 수명을 다한 정당을 완전히 떠났고, 국민에게 희망을 가져다 줄 새로운 정치 세력과 유능하고 헌신적이며 용기를 갖춘 사람들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총선에서 우리는 국민의 희망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또한 내후년 대선에서는 상생과 협력의 세상을 열어갈 정부를 만드는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당 중심의 야권재편, 나아가 정권교체를 열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천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과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이에 반해 김 전 지사는 야권 재편에 대해선 어떻게든 공감하지만 그것이 꼭 신당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다.

 

그는 “(천정배 신당) 창당이 분열 프레임이 아닌 야권 재편, 나아가 재구성을 통한 정권교체의 몸부림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새정치연합이 몰랐던 야권의 많은 지지자들을 모아내는 지평을 넓히는 과정으로 (신당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는 곧 새정치연합이 개혁하고 변화하며 또한 새 인물을 수혈하는데 있어 신당이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신당을 띄우면서도 친정에 칼을 꽂지 않는 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가운데)과 김두관 전 지사(좌),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18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에서 열린 ‘개혁적 국민정당’(가칭)의 창당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를 하고 있다.

왼손엔 ‘천정배’, 오른손엔 ‘새정치연합’

 

2012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고배를 마신 뒤 당내 활동을 자제해온 김 전 지사는 당으로부터 특별히 이렇다 할 피해를 보지 않았다. 뚜렷한 계파가 없는 탓에 이른바 공천 학살이나 배제 등도 없었다. 그렇다고 큰 이득을 본 것도 없다.

 

다만,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경기 김포에 전략 공천된 것은 정치적 낭인으로 지내온 그가 다시금 중앙정치 무대에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덕이라면 덕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에 대한 적의(敵意)도 없다. 그가 친정에 칼을 꽂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간의 김 전 지사 행보를 보면 새정치연합과는 분명 결이 다르다. 김 전 지사 스스로 “나는 친노이지 친문은 아니다”고 말할 정도로 ‘문재인 사단’과 거리를 뒀다. 친노 측은 그런 김 전 지사를 철저히 배제했다. ‘리틀 노무현’이라고 불리지만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그는 늘 ‘왕따’였다. 그리고 이는 자기 정치를 하는데 있어서 분명 한계점으로 작용했다. 당내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 김 전 지사 김포지역 공천에 회의감을 보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각에선 김 전 지사가 내비친 야권 재편을 두고 천 의원의 신당 창당과 궤를 같이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김 전 지사가 천 의원의 줄기찬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 신당에 합류하지 않는 것은 당내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정치평론가는 기자와 통화에서 “김 전 지사는 현재 새정치연합이 혁신과 통합을 전제로 야권 전체를 끌어안든지, 아니면 문 대표가 끝까지 버텨서 당이 깨질 경우를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상황을 지켜본 뒤 신당행이냐, 당내에 남아있느냐를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당 상황을 봤을 때 문 대표가 지도부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김 전 지사는 총선 이후 비주류가 전면에 나서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결국, 총선 이후 새정치연합과 천정배 신당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김 전 지사 몸값을 올릴 것이란 복안이다. 그의 정치 스케줄이 천정배 신당보다는 새정치연합에 맞춰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새정치연합 지도부 안팎에선 문 대표가 사퇴하고 이종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은 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문 대표가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이종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고 이 원내대표 역시 백의종군의 모습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김 전 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개혁성이나 민주성에서 한 번도 이탈하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비록 새정치연합이 어렵기는 하지만 스스로 혁신하고 변화해서 야권의 대표 정당이 되길 바란다”고 거듭 새정치연합 중심의 야권 재편을 강조했다.

 

그는 또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文-安-朴 공동지도 체제’에 대한 소통 부재를 지적하며, 조기 선대위 출범이나 통합 전대를 통한 차기 지도부 구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김 전 지사의 이 같은 발언이 총선 뒤 자신의 정치 스케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사진=김 전 지사 트위터)

 

당내 상황에 따른 김두관의 선택지

 

새정치연합의 토양은 김 전 지사에게 분명 불리하다. 더욱이 문재인 대표,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 대권 후보들이 즐비한 만큼 존재감을 드러낼 환경 또한 절실하다. 곳곳에서 천정배 신당 합류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두 사람 간 교집합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천 의원은 김 전 지사를 적극 지원했다. 그의 선대위원장을 맡으며 경선의 최일선에 섰다. 지난해 11월 천 의원이 호남정치 복원을 강조하며 광주행을 택했을 때는 김 전 지사가 힘을 보탰다. 정치연구소 ‘호남의 희망’을 개설할 때도 마찬가지다. 천 의원이 “호남 개혁정치를 계승하겠다”며 신당 창당에 대한 로드맵을 그릴 때마다 김 전 지사가 늘 곁을 지켰다.

 

더욱이 지난 4월 재보선 당시에는 막후에서 천 의원을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관계로 정치권 물밑에선 ‘천정배-김두관 연대설’이 끊이질 않았다. 일부에선 김 전 지사가 당에 머물면서 막후에서 천정배 신당을 지원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돌고 있다.

 

창당 목표를 내년 1월로 설정해놓은 천정배 신당 측은 제2, 3차 추진위원단을 공개한 뒤 마지막으로 전·현직 의원을 영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 과정에서 ‘영입 0순위’로 거론되는 김 전 지사에게 계속해서 러브콜을 보낼 것으로 점쳐진다.

 

반면, 김 전 지사는 새정치연합과 신당을 저울질 하며 정치적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거취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계파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봉합이 어렵게 되면 신당 행을, 봉합 국면으로 들어서면 천정배 신당과의 통합 명분 아래 물밑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사진=천 의원 트위터)

 

중앙무대 원하는 金…경남 깃발 원하는 千

 

현재 김 전 지사는 내년 총선에서 경기 김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해 재보선 패배에 따른 설욕전이다. 하지만 천 의원 측에선 전국 정당화를 위해 김 전 지사가 경남에서 출마하길 원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중량감 있는 인사가 새누리당 텃밭에서 깃발을 들어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신당에 몸담고 있는 한 인사는 김 전 지사에 대해 “경남도지사에 당선된 이후 김포로 출마한 것은 정치적으로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내심 김 전 지사 고향인 경남 남해 출마를 바라고 있는 눈빛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지사는 경남 남해보다 중앙무대를 원하고 있다. 김포가 분구가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젊은 층이 많이 사는 이곳에 깃발을 꽂겠다는 계산이다. 아울러 수도권 지역을 교두보 삼아 자신의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복안이다.

 

김 전 지사가 천정배 신당에 합류하기까지 적잖은 장애물이 있다. 양측 간 지역구 조정은 물론 새정치연합 당내 상황에 따른 변수도 크게 작용한다. 결국 당 내부 갈등이 봉합되느냐, 수습 국면으로 들어서느냐에 따라 김 전 지사의 선택지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택의 시계추는 더욱더 빨라지고 있다.

 

커버리지 김우남 객원기자(news@covera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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