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눈밖에 난 ‘한때 친박’, 살아서 돌아올까
탈박 향한 친박의 복수…돌고 돈 공천학살
  • 정찬대 기자
  • 15.12.1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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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사람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초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이후 당내에선 ‘진박’(진실한 친박근혜)과 ‘가박’(가짜 친박근혜) 논란이 한창이다. 선거의 계절까지 다가오면서 벌써부터 축출 대상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축출의 범위는 정해져 있다. ‘짤박’(짤린 친박근혜) 또는 ‘탈박’(탈 친박근혜)이다. 이른바 ‘한때 친박’으로 불렸던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대표적 인사가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진영 전 보건복지부장관이다.

 

여기에 현역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의원, 서울 강남지역 인사들의 이름도 거론된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TK의 흉흉한 분위기와 달리 김무성 대표의 영향력이 존재하는 PK는 아직까지 관망세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유승민 의원과 진영 의원은 과거 대표적 친박계로 분류됐다. 하지만 항명 파동 등을 겪으면서 박 대통령과 척을 지게 됐고, 이후 끊임없이 ‘표적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들 지역구는 대구 동구을(乙)과 서울 용산으로 물갈이 또한 용이하다. 대구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며, 용산은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인접한 주변 5구(광진·성동·용산·동작·관악)에 포함된 지역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 맏형으로 불리는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

 

‘외롭다’던 유승민, 살아 돌아올까

 

‘표적 공천’ 논란까지 일고 있는 대구는 벌써부터 분위기가 살벌하다.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은 “배신의 정치를 응징하겠다”며 유승민 의원을 직접 겨냥했다. 이 전 청장은 유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앞서 지난 7월 국회법 파동 당시 박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며 유 의원을 에둘러 비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 전 청장을 두고 일각에선 친박계가 유 의원을 견제할 목적으로 전략적으로 배치한 인사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김희국 의원도 운신의 폭이 부담스럽다. 이미 김 의원 지역구인 대구 중·남구에는 박창달 전 자유총연맹 총재와 배영식 전 의원 등이 채비에 나섰다. 박 전 총재는 ‘박근혜 대통령 생가 복원’을 내걸었고, 배 전 의원은 박 대통령 생가터에서 출마 선언을 하는 등 ‘박근혜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들 모두 ‘가짜’가 아닌 ‘진짜’를 자임하고 있다.

 

유 의원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6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보좌한 이채관 경남대 초빙교수의 선거사무소(서울 마포을) 개소식 축사에서 “저 요즘 좀 외롭다. 대구에서 조금 고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힘을 합쳐 좋은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이 자리에는 ‘이회창 키즈’들이 대거 참석해 있었다. 유 의원은 이 전 총재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청와대 키즈’들의 전진 배치

 

‘청와대 키즈’들의 행보도 눈에 띈다.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대구 달성군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박 대통령으로부터 달성 지역구를 물려받은 이종진 의원은 ‘유승민 파동’ 때 어중간한 자세를 취했다가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대구 북구갑에는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 도전장을 내밀었으며, 대구 서구에는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채비를 하고 있다. 대구 서구는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김상훈 의원 지역구다. ‘청와대 키즈’의 특명(?)을 암시하듯 지난 14일 곽 전 수석 출마 기자회견장에 전광삼, 윤두현 두 사람이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대구지역 물갈이’는 지난달 초 유 의원의 부친 고(故) 유수호 전 의원 빈소에서부터 예견됐다. 당시 박 대통령 명의의 조화는 없었고, 방명록에는 청와대 참모들의 이름도 없었다. 여기에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은 유 의원 상가에서 “공천은 과정도 중요하지만, 참신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때와 장소’를 감안할 때 간단히 넘길 수 있는 발언이 아니란 점에서 앞으로 있을 후폭풍을 예고했다.

 

△새누리당 진영 의원.

 

강용석 논란으로 뜨거운 용산

 

서울 용산이 뜨겁다. 터줏대감인 진영 의원의 공천 여부가 관전 포인트지만, 강용석 전 의원의 출마 여부도 관심사다. 여기에 황춘자 도시컨텐츠연구소 대표까지 등판, 세몰이에 나서면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황 대표는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 갈등관리위원을 지낸 친박계 숨은 인사다.

 

진 의원은 2013년 이른바 ‘항명 파동’ 사건으로 박 대통령 눈 밖에 난 대표적 ‘짤박’이다. 박 대통령 기초연금공약 후퇴에 통감하며 보건복지부 장관직에서 하차, 비박계로 돌아섰다. 그의 낙마로 현 정부의 인사·정책 난맥상이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다. 3선의 진 의원이 용산에서 살아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데는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도도맘 스캔들 사건’으로 논란이 된 강 전 의원의 용산 출마설이 나돌면서 이 지역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현재 새누리당 후보로 전략 공천될 수 있다는 당 핵심 관계자발 보도가 나오면서 당 안팎의 부정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강 의원은 이르면 다음 주 삼각지역 부근에 사무실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서 제명된 강 전 의원은 그간 여러 방송을 통해 대중적 이미지를 쌓아올렸다. 그런 그가 ‘도도맘 사건’으로 불륜설에 이어 거짓말 논란까지 불러오면서 또 한 번 대중의 따끔한 시선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강 전 의원 공천 시 여권 내 도덕성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좌)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서초甲, 이혜훈 대항마로 나선 조윤선

 

지난 10월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은 비박계 입장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김 의원의 지역구는 새누리당 강세 지역인 서초갑이다. 초선인데다 올해 60세란 점에서 재선 도전이 충분했지만, 그는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현재 이곳은 이혜훈 전 의원이 출마를 다지는 지역구다. 그는 서초갑에서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또한 대표적 친박 인사인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서초의 딸’을 자임하며 채비를 앞두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원조 ‘유승민계’로 분류된다. 서울대 경제학과 선후배 사이이자, 한국개발연구원(KDI)에 함께 있었다. 그도 한때 친박이었지만, 지금은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사이다. 이 때문에 이 전 의원을 상대하기 위해 친박계에서 조 전 수석을 앞세웠다는 얘기가 나돈다. 비교적 경쟁력이 약한 김회선 의원을 대신해 조 전 수석이 나섰다는 분석이다. 김 의원 불출마에 ‘보이지 않는 기획자’가 있다는 당 안팎의 소문은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조 전 수석은 지명도가 높은데다 박 대통령 측근이란 상징적 의미 또한 지니고 있다.  이 전 의원 역시 당 최고위원을 지낸 여당 내 대표적 여성 정치인이다. 그런 점에서 현 정부 실세인 ‘친박’, 그리고 지금은 갈라선 ‘한때 친박’의 대결은 본선보다 뜨거운 예선 빅매치를 예고하고 있다.

 

커버리지 정찬대 기자(press@covera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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