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종인과 친박의 플랜, 총선 후 개헌론 뜬다
김종인과 문재인, 그리고 새누리의 ‘이상동몽(異床同夢)’
  • 정찬대 기자
  • 16.03.2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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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사진=더불어민주당)

 

‘셀프공천’ 파문을 일으킨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의중은 무엇일까?

 

산수(傘壽·80세)에 이른 노정객(老政客)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한시적 대표’에 머물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그는 제1야당을 빠르게 흡수하며 모든 당권을 장악했다. 급기야 대통령으로 직접 나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돈다. 더민주 내 그의 위상을 실감케 하는 반응이다.

 

김 대표의 당 장악력은 총선 이후에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비례대표에 대해 “추호도 생각 없다”던 그는 ‘셀프공천’ 파문 뒤 “총선 이후 내가 딱 던져버리고 나오면 당이 제대로 갈 것 같냐”고 엄포했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당을 핸들링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김 대표는 대선 출마와 관련해 “웃기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킹메이커 역할에 대해서도 “지난 대선을 끝으로 더 이상 안 한다”고 못 박았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은 그의 대권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김종인, 총선 뒤 ‘다른 판’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그의 목표가 대권이 아닌 ‘다른 것’에 있다고 말한다. 김 대표를 잘 아는 당 핵심 관계자는 <커버리지>와 통화에서 “김 대표는 ‘킹이나, 킹메이커가 되지 않겠다’고 확언했다”며 “총선 후 ‘다른 판’을 그리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김 대표는 의원내각제를 지향하는 분”이라며 “자신의 최대 정치 이슈인 경제민주화를 실천하기 위해서도 킹이 아닌 판 전체를 바꾸는 길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방법 중 하나가 개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김 대표는 지난 16일 관훈 토론회에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내각제가 좋다”고 했다. 아울러 “30년 동안 대통령 직선제를 해왔는데, 실질적인 문제를 대통령이 하나도 해결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체제를 바꿀 필요가 있다’ ‘개헌할 시점이 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새누리당 역시 총선 이후 개헌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정권 말 권력기반을 다지고, 정국주도권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을 막기 위해서도 개헌은 유효적절한 카드다. 개헌을 통해 친박(친박근혜)계가 다목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지난해 말 친박계는 한 차례 개헌론을 제기한 바 있다.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은 “5년 단임제는 이미 죽은 제도가 된 것 아니냐, 이제는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는 데 거의 모든 국회의원이 공감대를 갖고 있다”며 이원집정부제를 언급했다. 이어 ‘반기문 대통령+친박총리 조합’에 대해서도 “옳고 그름을 떠나 가능성이 있는 얘기”라고 맞장구쳤다.

 

친박계 신(新)좌장 격인 최경환 의원도 개헌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5년 단임제 정부에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현행 권력구조 문제를 거론했다. 하지만 당내 이 같은 ‘개헌론’은 박 대통령의 ‘시기상조’ 발언에 쏙 들어갔다.

 

새누리당에 정통한 정치권 한 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새누리당의 ‘친박(또는 진박) 공천 혈안’에 대해 총선 이후 개헌과도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박 대통령 퇴임 이후를 위한 대비책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퇴임 후를 위한다고 하기에는 과도하게 친박을 꽂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며 “결국 총선 이후 당을 컨트롤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헌과 같은 정치적 빅이슈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전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더민주, 김종인식 새판은 짜여졌다

 

김종인 대표와 친박 간 ‘개헌 교집합’이 형성되면서 양측이 손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더민주 한 관계자는 “김 대표와 새누리당이 개헌을 놓고 머리를 맞댈 수 있다”며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각 계파를 숙청하며 물갈이된 것도 연정을 쉽게 했다”고 말했다.

 

더민주는 공천 과정에서 당 주류로 통하는 친노·운동권과 정세균계를 과감히 도려냈다. 친노계 좌장격인 이해찬 의원을 비롯해 정청래, 이목희, 강기정 의원 등 상당수 강경파 의원들이 컷오프됐고, 김근태계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 수장인 최규성 의원도 공천에서 배제됐다. 한 당직자는 “모든 계파가 와해될 지경”이라며 현 상황을 토로했다.

 

비워진 자리는 새 인물로 채워졌다. 비례공천에서 드러났듯 김 대표 자신에 대한 ‘비례 2번’은 물론 상당수 인사들이 ‘김종인 사람’으로 물갈이됐다. 여기에는 제자논문 표절의혹 교수, ‘먹튀 논란’의 론스타 옹호 교수, ‘자살로 자신의 과오를 묻어버린 사람’이라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평가한 이도 있다. 더민주 입장에선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들이 비례공천을 받은 셈이다. 이들 대부분은 투쟁적이기보다는 순종적인 인물에 가깝다.

 

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김종인계가 형성됐다는 말이 들린다. 손혜원 홍보위원장, 주진형 정책공약단 부단장,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 진영 의원 등은 김 대표의 복심으로 활동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더민주에 입당한 진영 의원은 이 가운데 특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김 대표의 ‘삼고초려’ 끝에 입당한 진 의원은 대표적인 개헌론자다.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 소속이기도 한 그는 새누리당 내에서도 개헌과 관련해 중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현재 그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개헌에 대한 기사나 자료 등이 상당수 모아져 있다.

 

실세 비대위원을 꼽히는 박영선 의원도 진 의원과 함께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에 소속돼 있으며, 과거 개헌안 발의를 추진하기도 했다. 또 야권의 대표적 개헌론자로 손꼽히는 우윤근 비대위원 역시 지난해 2월 원내대표 시절 국회 내 개헌특위 구성을 제안했을 만큼 개헌에 적극적인 인물이다. 그는 “지금이 개헌의 골든타임”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더민주, 절충점 찾을 수 있을까

 

개헌을 위한 전제조건은 여러 가지다. 유력 대권주자가 없어야 하는 것도 이중 하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커버리지>와 통화에서 “개헌은 주요 대선후보가 없을 때 가능하다. 독보적인 후보가 있다면 개헌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차기 대권을 꿈꾸고 있다. 김 대표는 그런 문 전 대표에게 “대통령감이 아니다”고 했다. 결국 이들의 절충점은 내각제에서 찾을 수 있다. 권력을 의회로 가져오는 대신 문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내세우는 방식이다. 문 전 대표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뿐 아니라 내각책임제까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새누리당(특히 친박)과 더민주당(김종인 대표)의 절충이다. 여야 모두 개헌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양측 간 접점 찾기기 쉽지 않다. 당장 ‘이원집정부제냐, 의원내각제냐’를 두고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친박 측은 ‘4년 중임제’를 원하지만, 김 대표는 “3년만 지나도 ‘언제 그만두나’ 하는 게 여론”이라며 4년 중임제 개헌에 부정적이다.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개헌을 두고 야권은 집권 연장을 노린 정략적 수단이라며 강력 반발할 것이 분명하다.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와 최근 선대위원장에서 물러난 김한길 의원은 “개헌 저지선을 내주는 것은 대재앙”이라며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 전 대표 역시 “친박 측이 주장하는 개헌은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있다”고 의심했다. 김 대표가 개헌에 적극 찬동하면서도 “내각제 개헌이 현실화되기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커버리지 정찬대 기자(press@cover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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