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유승민, ‘결국 탈당’…‘비박연대’ 결성한다
朴대통령 정조준…“어떤 권력도 국민 이길 수 없어”
  • 정유담 기자
  • 16.03.24 13:24
  • facebook twitter 카카오스토리 구글플러스
  • 글자크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
  • print
  • |
  • list
  • |
  • copy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사진=유승민 의원 페이스북) 

 

지루하고도 끈질겼다. ‘유승민 고사작전’은 결국 유 의원의 자진 탈당으로 끝났다. 친박(친박근헤)계는 ‘총선승리’보다 ‘정치보복’을 택했고, 이제야 ‘앓던 이’가 빠진 듯 시원스럽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생각하면 속내는 복잡하다. 유 의원 탈당 파동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친유승민계 의원들이 동반 탈당함으로써 ‘비박연대’ 구성에 나섰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3일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후보 등록 한 시간여 앞두고 내린 결단이다. 선거법상 23일 자정을 넘기면 당적 변경을 통한 총선 출마는 불가하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의 공천 보류에 떠밀리듯 탈당을 택한 것이다.

 

대구 동구을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기자회견문을 발표한 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행간에는 박 대통령에 대한 분노와 원망, 아쉬움이 그대로 묻어났다. 또한 박 대통령과 차별화하겠다는 뜻도 강하게 시사했다. 친박의 복수가 아이러니하게도 유 의원의 정치적 위상은 물론 차기 주자로 지목될 만큼의 영향력을 키워준 셈이 됐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듯 “권력이 나를 버렸다”고 했다. 이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2항을 언급하며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 없다. 오직 국민만 보고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날 당시에도 유 원내대표는 “헌법 1조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유 의원은 자신의 탈당을 압박해온 친박계와 여권 최고위층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공천에 대하여 지금 이 순간까지 당이 보여준 모습은 정의가 아니다. 민주주의, 상식과 원칙이 아니다”며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보복”이라고 날을 세웠다.

 

유 의원이 탈당이 신호탄이 되면서 비박계 공천 배제자들의 연쇄 탈당 사태도 벌어졌다.

 

유 의원과 마찬가지로 탈당 마감시한을 한 시간여 앞두고 비박계 맏형격인 5선의 이재오 의원과 3선 중진의 주호영 의원이 동반 탈당했다.

 

친유승민계 조해진 의원을 비롯해 권은희·류성걸 의원 등도 탈당계를 제출한 상태며, 임태희·강승규 전 의원도 무소속 연대에 대한 논의를 진행, 조만간 이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부분은 지역 내 높은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친유승민계라는 이유로, 또는 친박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컷오프 대상자 상당수가 공관위의 공천 배제 결정을 “학살”이라고 규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 의원도 ‘비박연대’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탈당 기자회견에서 "동지들과 함께 당으로 돌아와서 보수 개혁의 꿈을 꼭 이룰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지지를 부탁드린다”며 ‘비박연대’를 통한 공동 대응 방침을 내비쳤다.

 

한편, 24일 오전 11시 현재, 유 의원의 공식 홈페이지는 일일 데이터 전송자 초과로 접속이 차단된 상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사이트가 폭주한 것이다. ‘유승민 사태’에 대한 대중의 높은 관심을 가늠케 한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의 공식 홈페이지가 접속자 폭주로 차단됐다.(사진=홈페이지 화면 캡처)

 

커버리지 정유담 기자(media@coverge.kr)

 

 

커버리지는 독자들의 후원으로 만들어집니다.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은 있을 수 없지만, 시장경제의 굴레에서 벗어난 언론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횡포로부터 당당히 맞설 수 있도록 커버리지의 힘을 키워주세요. 좋은 미디어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집니다.

<커버리지 후원 바로가기>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