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선후보 1위?…‘바보야 지금은 총선이야’
‘지지율의 역설’…호남의 반문재인 정서
  • 정유담 기자
  • 16.04.0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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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사진=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지원유세를 두고 당 안팎이 시끄럽다. 문 전 대표가 “언제든 광주에 갈 수 있다”고 하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물론 이철희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까지 난색을 표했다. 급기야 광주지역 선거대책위는 “요청한 적이 없다”며 냉대를 보냈다. 호남 저변에 깔려있는 반문(반문재인) 여론을 의식한 결과다.

 

지지율마저 국민의당에 뒤처지는 상황이다 보니 반문 정서를 부추길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깊게 깔려 있다. 자칫 ‘친노 vs 반노’ 프레임에 빠져 선거 판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광주지역 총선 출마자 8명 모두 문 전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택 광주 선대위 공동위원장은 4일 문 전 대표 지원유세와 관련해 “현재까지 광주에서 지원을 요청한 후보는 없다”고 했다. 이어 “문 전 대표의 광주 방문은 스스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후보들의 방문 요청이 있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는 이상 광주에 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김종인 대표도 “광주 출마자들이 요청하면 갈 순 있겠지만, 과연 그럴 사람이 있겠느냐”며 반감을 드러냈다. 이철희 종합상황실장은 “지금까지는 조율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당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제를 권유할 수도 있다”며 문 전 대표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에서의 지지는 대권가도를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차기를 꿈꾸는 문 전 대표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애써 외면하면서도 문 전 대표 속내가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당 안팎의 지적과 달리 문 전 대표 지지율이 현재까지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 전 대표 측이 호남의 반문 정서에 대해 실체가 궁금하다며 미심쩍은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3월 5주차(3월 28일~4월 1일)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문 전 대표는 20.7%를 기록하며 여야 통틀어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는 오차범위 밖인 5.3%p나 격차를 보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 전 대표는 또 부산·경남·울산(21.3%), 대전·충청·세종(19.1%)에서 선두를 달렸고, 서울(22.7%), 경기·인천(24.9%), 광주·전라(21.6%)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상황이 이러니 문 전 대표 스스로 “호남 민심이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반문 정서와 관련한 물음에 “그렇다면 왜 호남 유권자들이 뽑은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선두권을 유지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어 “호남 민심이 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호남에는 저를 반대하는 정치인들이 많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는 “언제든 광주에 갈 수 있다”고 공언했다. 그는 또 “호남 유세를 특별히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제가 가서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 호남뿐 아니라 다른 어느 지역도 도울 생각을 갖고 있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최근 본지와 만난 한 광주시민은 문 전 대표의 대선 지지율에 대해 “지금은 총선이 아니냐”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아직까지 야권에 뚜렷한 잠룡이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문 전 대표가 높은 지지를 받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며 “중요한 것은 1년 6개월 후에 있을 대선이 아닌 당장 일주일 뒤에 치러질 총선”이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총선과 대선은 별개라는 설명이다.

 

그는 “친노 패권주의니, 반문이니 하면서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이들도 분명 있다”면서도 “문 전 대표에 대한 반감 역시 존재하기 때문에 그의 광주행이 부담스런 측면이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반감도, 호감도 있는 만큼 그의 광주행이 결국은 양날의 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당 유력 인사의 특정지역 선거유세 지원이 이렇게까지 문제시 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이철희 종합상황실장은 “대선 주자라서 그런지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것 같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문 전 대표가 여러 반대를 무릅쓰고 광주행에 욕심을 내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이번 총선이 ‘반문 정서’를 확인하는 좋은 기회임에 분명하다. 이를 통해 ‘문재인 흔들기’의 실체에 좀 더 바짝 다가갈 수도 있다. ‘반문’을 ‘친문’으로 돌릴 수만 있다면 그의 대선 행보 역시 청신호가 켜진다.

 

그런데 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혹시라도 찾아올 데미지가 상당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당 안팎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당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조심스럽다. 그의 광주행에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커버리지 정유담 기자(media@covera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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