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종인-문재인 당·대권 전쟁 막전막후
‘수렴청정’ 원하는 金…‘나홀로 대권’ 노리는 文
  • 정유담 기자
  • 16.06.1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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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전대’는 없다. 1년 후 있을 대선 경선의 전초전일 뿐이다. 오는 8월27일 새 지도부를 꾸리는 더불어민주당 내 얘기다. 명분은 당 혁신과 안정화다. 정권 탈환은 궁극적 목표다. 그러나 복선은 제각각 뒤엉켜 있다. 수렴청정을 원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아바타로 내세울 ‘자기사람’이 없어 고심이고, 문재인 전 대표는 당권을 쥐어야만 대권가도를 순탄하게 밟을 수 있다. ‘김종인 체제’의 또 다른 연장이냐, ‘문재인 체제’로의 체질 복귀냐는 70일 후에 결정된다. 이를 기점으로 대선의 시계추는 더욱더 빨라질 전망이다. <편집자 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좌)와 문재인 전 대표.(사진=더민주)

 

 

당권 향배 따라 대권구도 변화 예고
사활 걸린 8·27大捷…‘金이냐, 文이냐’

 

20대 국회 원(院)구성 협상 이후 정치권의 시선은 일제히 전당대회에 쏠려 있다. 차기 지도부 구성에 따라 1년6개월 후에 있을 대선구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대선주자 대리전’이란 말까지 나온다.

 

새누리당은 8월, 국민의당은 연말까지 현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9월 정기국회 이전인 8월27일 전당대회 날짜를 못 박았다. 지난 1월27일 출범한 비대위 체제를 7개월 만에 끝내고 당을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전당대회 날짜가 확정된 더민주는 본격적인 당권 경쟁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비주류 구심점인 김종인 대표와 범주류(친노·친문) 수장격인 문재인 전 대표의 진검승부는 이번 전당대회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카운터 어택(역습)은 시작됐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의 정면출동은 당내 헤게모니 싸움의 도화선으로 평가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제안한 ‘국회의장 자율투표’ 수용은 이를 강하게 반대해온 김 대표 리더십에 상처를 냈고, ‘범친문’ 우 원내대표의 반격으로 비춰졌다. 결과적으로 김 대표 영(令)이 힘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커버리지>와 통화에서 “의장 선거에서 힘의 역관계가 분명히 드러났다”며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종인, 나름 그림 그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 공신인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요청으로 더민주 비대위 대표를 맡았다. 이후 당을 빠르게 흡수했고, 비주류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허나 총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객(客)’이다. ‘셀프공천’ 파문으로 진정성도 빛을 잃었다.
 
경계심은 커졌고, 의구심은 증폭됐다. 친노·운동권 중심의 이념적 순혈주의(純血主義)를 내려놓을 수 없는 이들로선 어쩌면 당연한 방어기제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당 공헌도와 무관하게 여전히 ‘한나라당 출신’ 딱지를 떼지 못한 것도 당내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세는 약하고, 당 장악력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순순히 물러날 김 대표도 아니다. 그는 자신의 아이콘인 경제민주화 실천을 위해 더민주로 배를 갈아탔다. 온갖 비난과 비판에도 셀프공천을 감행한 김 대표다. 결코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당 핵심 관계자는 <커버리지>와 만난 자리에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름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안다”며 “김 대표가 순순히 뒷전으로 밀리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친노를 비롯한 당 주류에서 토사구팽시키려고 하겠지만 쉽게 물러날 사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당대회를 앞둔 김 대표는 조직정비를 위해 지역위원장 교체 카드까지 꺼내든 상태다. 총선 패배 지역에 대한 ‘솎아내기’ 작업을 통해 ‘친노 물갈이’를 단행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여기에는 김 대표 입맛에 맞는 인사를 통해 전당대회를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복안도 깔려 있다.

 

경남 양산갑 송인배 지역위원장은 지난 31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위원장 교체에 당권이나 대권을 겨냥한 꼼수가 작동하거나 사심이 발동한다면 그것은 대선 패배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도부에 반발해 지역위원장을 사퇴했다.

 

김종인 지도부는 최고위원제·사무총장제 폐지 등을 담은 ‘문재인 혁신안’의 존폐 여부도 논의 중이다. 김 대표 측은 ‘문재인 혁신안’이 일사 불란한 대응이 필요한 대선정국에 맞지 않다며 시행 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친노 측의 반발이 커 향후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문 전 대표의 기획물인 ‘온라인 당원가입 10만명’에 대한 투표권 부여 문제도 뇌관으로 지목된다. 이들 상당수가 문 전 대표 지지층으로 알려지면서 당내 신경전도 커지고 있다. 비주류 측 한 인사는 “온라인 당원을 권리당원에 포함시킬지 여부가 상당히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며 “당대표 경선룰 확정에 앞서 후보 간 공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노 측은 “당비를 내는 만큼 권리당원 자격이 있다”며 투표권 부여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당 안팎에선 김 대표가 자신을 대리할 당권주자를 물색 중이란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를 통해 당 장악력을 대선까지 이어가겠다는 계산이다. 당 핵심 관계자도 “김 대표는 수렴청정을 원하는 것 같다”며 “전당대회 이후에도 뒷배가 되어 당을 컨트롤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바타 찾기’ 고심, 누구 없나

 

현재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는 송영길 추미애 박영선 이종걸 김부겸 김진표 의원 등이다. 김 대표는 이종걸, 박영선 의원 등과 친분이 있다. 김부겸 의원도 “친노가 노무현이라는 강력한 정치적 자산을 독점하려 한다”며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는 등 날을 세우고 있다. 다만, 박 의원과는 불화설이 나돌고 있고, 김 의원은 대선출마로 직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월부터 본격적인 대선행보를 이어간다는 내부 방침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비주류의 가장 큰 고민은 친노와 대적할 마땅한 후보가 없다는 데 있다. 그나마 경쟁력 있는 김 의원이 대선으로 방향을 틀 경우 ‘싱거운 경선’이 될 수도 있다. 이는 김종인 대표의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더민주 한 관계자는 “비주류로 대표되는 이종걸 의원이 당권에 나설 경우 김 대표와 모종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 대표 측과 이 의원 측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교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대표 또한 ‘이종걸 카드’를 적극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대선을 진두지휘할 차기 지도부는 그 어느 때보다 역할이 막중하다. 대선후보 경선룰을 확정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최대 계파를 자랑하는 친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내 비토 역시 강하다. ‘문재인으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한 만큼 친노 입장에서 당권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자리다. 문 전 대표 대선가도가 좀 더 안정화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당권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셈이다.

 

그렇다고 후보를 쉽사리 낼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친노당’이라는 세간의 비판과 함께 대선에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대리전을 통한 당권 장악 시나리오가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카드로 김진표 의원과 추미애 의원 등이 손꼽힌다. 김 의원은 친노를 포함한 범주류에 속한다. 범친노 정세균 신임 국회의장과도 가깝다. 정 의장은 당내 다수파인 친노·친문 진영과 초선 그룹의 지지를 받아 압도적 표차로 국회의장에 당선됐다.

 

추 의원은 DJ(故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딸’로 통한다는 점에서 친노색 빼기에 적합하다. 그는 총선 전 소속 의원들의 잇따른 탈당 러시에 “호적은 함부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며 문재인 당시 대표의 힘을 실어줬다. 또 총선 패배 이후 ‘문재인 책임론’이 거론되자 “셀프공천 파동으로 지지자를 등 돌리게 만든 사람은 김종인 대표”라며 옹호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커버리지>와 통화에서 “문 전 대표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면에 나설 경우 이에 따른 비판과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며 “문 전 대표는 뒤에 선 채 친노 진영이 전략적으로 김 의원이나 추 의원 등을 대리인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당직자들 사이에선 김진표 의원 얘기가 많다”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뒤로 숨은 文…일단 ‘숨 고르기’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의 조기등판으로 문 전 대표 지지율은 큰 폭으로 밀려난 상태다.  한국갤럽 6월 정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결과 줄곧 1위를 지켜온 문 전 대표는 반 총장과 10%p(반기문 26%-문재인 16%)가량 격차를 보이며 2위를 차지했다.

 

리얼미터 6월 2주차 주중집계 역시 반 총장은 문 전 대표를 따돌리고 1위(반기문 25.3%-문재인 22.6%)를 기록했다. 여기에 새판짜기를 내세운 손학규 전 고문의 움직임에 따라 야권의 대선 판도가 요동칠 수 있다. 1년 넘게 지지율 1위 자리를 지켜온 문 전 대표로선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표는 당분간 중앙정치와 거리를 둔 채 숨 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13일 네팔로 떠나는 그가 히말라야 트레킹과 지진피해 구호활동 등을 위해 3주가량 현지에 머무는 것도 이러한 일환이다.

 

안민석 의원은 9일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가 히말라야 트레킹을 간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 본인은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겠다, 나를 현실정치 속으로 엮지 마라, 8·27전당대회에 문심(文心)을 넣지 말라 등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문 전 대표 등판 시기와 관련해 “(전당대회가 끝나고) 정기국회를 마치는 시점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커버리지 정유담 기자(media@covera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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