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안철수-천정배 ‘알력다툼’ 시작되나
비주류의 선상반란…‘안철수, 이건 아니잖아’
  • 정유담 기자
  • 16.06.2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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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이 위기다.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 사건은 내부 갈등의 곪은 정도를 말해준다. 박선숙-이태규 의원 완력 다툼설은 그간 이어온 안철수계 전횡을 단적으로 보여주면서 비주류 측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더욱이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 중심의 당 운영이 천정배 공동대표의 소외론과 맞물리면서 계파갈등 양상으로 치닫는 등 곳곳에서 파열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안철수로 대변되는 주류와 천정배로 대표되는 비주류의 알력 다툼은 ‘김수민 사건’을 계기로 당 헤게모니 싸움의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편집자 주>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우)와 천정배 공동대표.(사진=천정배 대표 SNS)

 

“힘의 균형을 갖춰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 이런 식이면 어떻게 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겠는가”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한 인사의 말이다. 그는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분노가 신당 창당의 원동력이 된 점에 주목하며 힘의 쏠림 현상이 뚜렷한 당내 상황을 꼬집었다.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를 피해 왔더니 친안(친안철수) 패권주의는 더 하다’는 당내 볼멘소리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당이 곧 안철수당’인 상황에서 그간 비주류의 불만은 적지 않았다. 특히,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호남 홀대론’이 제기되는 것에 대한 비토가 상당했다.

 

국민의당 의석수는 38석. 이중 23명이 호남의원, 2명이 서울, 비례의원이 13명이다. 호남 지지세가 뚜렷함에도 비주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호남 지분은 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소수가 다수를 지배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린다.

 

지난달 12일 국민의당은 주요 당직 인선을 마무리했다. 당 사무총장에 김영환 전 의원, 전략홍보본부장에 문병호 전 의원, 국민소통본부장에 최원식 전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박선숙, 이태규 의원이 전임 사무총장과 전략홍보본부장을 지낸 점을 감안할 때 이들 모두 수도권 중심의 안철수계 핵심으로 분류된다. 천정배 대표가 “우리 당 지역구 출신 대부분이 호남 출신이고, 그 점에 관해서 충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주요 당직 인선에서 호남은 철저히 배제됐다.

 

천 대표에 대한 홀대론은 의전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안 의원과 천 의원은 공동대표 역할을 수행하지만 국민의당 내에서의 공식 명칭은 상임 공동대표와 공동대표로 나뉜다. 상임 공동대표가 공동대표보다 의전서열 위라고는 하나, 천 대표 측 표정이 좋을 수만은 없다. 더욱이 현재 당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박인복 전 공보특보는 안철수계 핵심 인물로 지목된다. 이에 대해 비주류 측 한 관계자는 “어차피 친안파가 모든 실권을 장악하고 있지 않느냐”며 “불합리한 상황에서 당내 반발이 없을 수 없다”고 말했다.

 

“1인 지배정당 아냐”vs “사실상 안철수 독무대”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 사건이 박선숙 의원 등 안 대표 측 인사와 깊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주류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김수민 비례의원 공천이 안 대표 측에서 전적으로 이뤄졌음에도 ‘천정배 책임론’까지 거론되는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물귀신 작전 아니냐’는 비판이다.

 

문병호 전략홍보본부장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수민 의원 공천은 안철수-천정배 대표의 정치적 결정”이라고 주장해 비주류의 공분을 샀다. 그는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 사건과 관련, ‘국민의당이 안 대표 1인 정당이라서 갈등 관리가 안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1인 정당으로서 안 대표가 강력하게 지도력을 독점하고 있었다면 오히려 이런 문제가 안 생겼을 것”이라며 “(국민의당 지도체제가) 1인 지배정당이 아니고 느슨한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내부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천 대표와 가까운 정동영 의원은 “측근 정치의 요소가 국민의당에 없다고 할 수 없다. (김수민 의원 사건은) 거기서 파생된 문제”라고 안 대표 측에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측근 정치의 다른 말이 시스템 정치”라며 “문제가 있다면 거기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같은 당 김경진 의원도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 독무대”라며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천정배 대표도 힘을 잃었고, 김한길 전 의원도 힘을 잃었다”며 “안 대표 1인 지배적 영향력을 벗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안철수 사당화’를 문제 삼았다.

 

천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천 대표가 사실상 김수민 의원 공천에 개입한 적이 없음에도 안철수 측에서 의도적으로 공동대표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은 그야말로 물귀신 내지는 물타기 작전”이라고 힐책했다. 그러면서 “천 대표는 주도권도 없고, 주체도 아니다”며 “이런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고 반발했다.

 

安 ‘사전 출당조치 없다’… 千 ‘단호히 책임 물어야’

 

현재 당 안팎에선 김수민·박선숙 의원 등에 대한 출당 및 당직 정지 등에 얘기가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그러나 지난 2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두 사람에 대한 출당조치 요구를 단칼에 거부했다.

 

안 대표는 “사람들이 ‘왜 먼저 (출당 등) 단호하게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스스로 납득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다 자기 판단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선(先) 출당론에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이에 대해 비주류 측은 일제히 ‘이건 아니지 않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비주류 핵심 관계자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감싸 안을 문제가 아니다. 엄정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게 우리 당의 입장이나 취지와도 맞다”고 했으며, 또 다른 인사는 “단호하게 조치를 내려도 시원찮을 판에 감싸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자칫 당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천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드러나는 진실을 바탕으로 우리 당 관계자에게 잘못이 있다면 단호하게 책임을 묻고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임을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린다”고 엄포했다.

 

천 대표는 앞서 지난 16일에도 당 진상조사단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성급한 발표였고, 당 입장 또한 아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천 대표는 “조사단이 관계자를 면담할 내용을 나름대로 판단할 순 있겠지만, 이것을 발표하며 ‘이게 진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냉정하게 말해 조사단 발표는 잠정적인 견해일 뿐 국민의당 의견이라고 간주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돈 진상조사단장은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안다”고 말해 양측 간 묘한 기류를 형성했다.

 

비주류 반전 모멘텀, ‘조기 전대’ 노린다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은 결과적으로 비주류가 반전의 모멘텀을 꾀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당내 비토가 쏟아지면서 ‘당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도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안철수 대표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 한 인사는 “특정 인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경우 그만큼 당의 위험 부담도 커진다는 것을 이번 사건이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사건이 터진 만큼 천 대표 측에서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이후 천 대표 중심의 호남 비주류가 반격의 모멘텀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그 계기가 전당대회 전후가 될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전당대회 일정은 내년 2월 이전에 개최하는 것으로 이미 확정된 상태다. 아직 8개월가량의 시간이 남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4일 기자와 통화에서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 사건이 어떤 양상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전당대회 일정이 당겨질 수 있다”고 했다. 신 교수는 “중앙선관위가 검찰에 고소한 건이다.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며 “향후 사태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조기 전당대회 얘기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안철수가 없으면 국민의당도 없다는 것을 비주류 모두 잘 알고 있다. 지금의 분위기 속에서 비주류가 무리하게 ‘김수민 사건’을 활용하려 들진 않을 것”이라며 “주류-비주류 간 본격적인 경쟁은 전당대회 전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커버리지 정유담 기자(media@covera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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