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D-day 1년, 與-野 수장은 ‘물갈이 준비’ 중
‘살인의 추억’…4월 재보선 이후 본격화
  • 정찬대 기자
  • 15.03.0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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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계파갈등 문제로 시끄럽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당협위원장 교체 건을 두고 정면으로 부딪혔으며,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이 당직 인선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다만, 한쪽은 그간 주류로 활동해온 친박(친박근혜)계를 향한 직접적인 칼날인데 반해, 또 다른 한쪽은 친노(친노무현) 진영을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이란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물갈이’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별반 차이는 없다.

내치려는 자와 새롭게 들이려는 자,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한 2인자들의 적극적인 방어는 20대 총선을 일 년여 앞두고 이뤄졌다. 진용을 갖춘 여야 두 수장이 총선을 염두에 둔 사전 정지작업에 돌입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양당 대표 모두 아직까지는 탐색전 수준이다. 하지만 ‘친박-비박’, ‘친노-비노’ 간 뿌리 깊은 불신은 총선 공천이 본격화될 시 언제든 유혈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을 놓을 수 없다. 그런 만큼 지도부의 현 갈등은 내년 총선 ‘공천전쟁’을 예고한 서막에 불과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가운데 서청원 최고위원(우)과 유승민 원내대표(좌)가 김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출처=새누리당)

 

부실 당협위원장 교체…친박 죽이기? 


지난 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사이에 막말과 고성이 오갔다. 서 최고위원은 서류를 내던지고 책상을 내리치며 김 대표를 향해 욕설까지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부실 당협위원장 8곳에 대한 교체’ 건을 꺼내자, 서 최고위원이 ‘친박 죽이기’라며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서 최고위원을 거들며 강하게 항의했다. 공교롭게도 부실 당협위원장으로 거론된 인사 대부분이 친박계로, 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 서 최고위원을 도왔던 측근들이다.

회의장을 박차고 나온 서 최고위원은 ‘벽치기’를 하던 기자들에게 “여러분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날이 있을 것”이라며 노기를 감추지 못했고,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김 대표는 “민주정당에서 큰 소리가 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 사람은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인선 문제와 100% 여론조사 방식을 통한 사고 당협위원장 선출 건을 놓고 충돌한 바 있다. 그리고 ‘부실 당협위원장 교체’ 문제로 갈등이 깊어졌다.

지역구를 총괄하는 당협위원장은 공천과 직결된 자리다. 이 때문에 대부분 현역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또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선거를 앞두고 후보 경선이 치러질 때 여론조사를 관장한다. 결국, 두 사람 간 갈등의 고리는 ‘공천문제’로 이어진다.

 
‘공천학살 트라우마’…친박 떨고 있나

김 대표는 앞서 당의 인사·재정·조직을 담당하는 사무총장에 친이계 이군현 의원을 임명했다. 또 실무 책임자인 제1사무부총장과 제2사무부총장에 강석호 의원과 정양석 전 의원을 각각 선임했다.

강 의원은 친이계 핵심이며, 정 전 의원은 정몽준 전 의원의 측근이다. 계파를 안배했던 과거와 달리 친박계 모두가 철저히 배제된 것이다. 이 때문에 친박계 의원들은 ‘공천권을 내려놓겠다’는 김 대표 발언을 믿지 않고 있다.

공천학살 최대 피해자인 서 최고위원은 공천과 관련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2007년 대선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인사들은 이듬해 열린 18대 총선에서 대거 물갈이됐다. 이른바 친이(친이명박)계에 의한 ‘공천학살’이 단행된 것이다. 서 최고위원은 공천탈락자들과 함께 탈당 후 ‘친박연대’를 결성했지만, 공천헌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옥고를 치렀다.

또 2012년 대선을 앞둔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에선 친이계 혹은 비박계로 분류된 인사들이 물갈이 대상이 됐다. 김 대표를 비롯해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도 이 시기에 공천에서 탈락했다.

화살은 돌고 돌아 다시 친박계로 향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서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계 인사들은 내년 총선에 있을 ‘공천전쟁’에 벌써부터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새정치민주연합)


탕평인사?…‘친노’로 채워진 공천 실무팀 

새정치민주연합은 당 대표 취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계파 간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친노-비노 간 상호불신의 골은 여지없이 드러났고, 탕평인사를 강조하며 “계파의 ‘ㄱ’도 안 나오도록 할 것”이라던 문재인 대표의 구상은 일그러졌다.

발단은 수석사무부총장에 친노계 김경협 의원을 인선하면서부터다. 수석사무부총장은 각종 선거의 공천 실무를 맡아보는 요직이다. 문 대표는 당내 반발에 부딪히자 “민주정당으로서 정상적인 모습”이라고 일축, 자신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문 대표는 대표 비서살장에 486의원과 가까운 김현미 의원을, 당 대변인에 민평련계 유은혜 의원을 각각 내정한 바 있다. 또 수석대변인에는 박지원계인 김영록 의원을 선임했다. 탕평인사를 하겠다던 그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공천 관련 핵심 요직인 사무총장과 수석사무부총장에 양승조(범친노), 김경협 의원을 각각 내정하면서 비노 측의 반발을 불러왔고, 여기에 사무총장, 수석사무부총장과 함께 공천 실무를 담당하는 조직사무부총장에 친노계 한병도 의원이 검토되자 비노계가 폭발했다. 조직부총장은 전국 246곳의 지역위원회를 총괄하는 자리다.

 

발끈한 주승용 “자네의 대의만이 진리라 생각 말게”

 

상황이 이러자 비노계 대표를 자처한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 대표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과 함께 당무까지 거부했다. 2·8전당대회에서 당내 경선(최고위원 선출) 1위를 차지한 그는 전당대회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친노를 견제하라는 당심이 작용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표와 당 대표를 자리를 두고 접전을 벌인 박지원 의원 역시 “당무 문제는 통합이 잘 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 달라”며 당직 인선과 관련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결국, 비노계의 이 같은 반발에 문 대표는 한 발 물러섰고, 김한길계인 김관영 의원을 조직사무부총장에 임명함으로써 갈등은 진정됐다. 하지만 주 최고위원은 여전히 심드렁한 표정을 내보이며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4일 당무거부 일주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전북도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표를 향해 작심한 듯 쓴소리를 내뱉었다.

주 최고위원은 드라마 ‘정도전’ 대사를 인용, “(정몽주가 옥에 갇힌 정도전에게) ‘나는 단 한 번도 힘이 있어 싸운 적 없었네, 내가 믿는 건 대의이고 힘이 있다면 그것은 대의 때문이네’라고 하자, (정도전이) ‘자네의 대의만이 진리라고 생각하지 말게, 대의 반대편에는 또 다른 대의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며 뼈있는 말을 남겼다.

그는 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하며 “서로를 진정으로 배려하고 존중해야 비로소 통합이 가능하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전운 감도는 여야, 일단 한발 물러섰지만….

 

논란이 확산되자 새누리당은 부실 당협위원장 교체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계의 반대에 부딪힌 김무성 대표가 이들의 의견을 일단 수긍키로 한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조직사무부총장에 김관영 의원을 내정하면서 갈등이 잠시 봉합됐다. 하지만 여야 모두 각 계파 간 불신이 팽배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당내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양당 대표 모두 이번 사안이 계파갈등으로 확전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는 ‘가벼운 잽’만 날리며 숨고르기 중이다. 하지만 4월29일 재보선 성적표에 따라 공천학살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야권 성향이 강한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 중원, 광주 서구을에서 재보선이 열리는 만큼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더욱이 국민모임을 비롯해 천정배 전 의원이 광주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이번 재보선은 문 대표에게 정치적인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양승조 사무총장은 지난달 말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한 석 이상 확보가 최소한 의미 있는 승리라는데 당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지원 의원은 이에 대해 “새누리당이 할 얘기를 야당이 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커버지리 정찬대 기자(press@covera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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