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범법자 대신 ‘도덕적 몰염치’ 택한 洪의 꼼수
‘똥줄 탄’ 홍준표, 안전장치는 무엇인가
  • 정찬대 기자
  • 15.05.1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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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YTN방송 캡처

 

홍준표 경남지사가 어지간히도 똥줄이 탔나보다.

 

홍 지사는 11일 당 대표 경선(2011년 7월4일) 당시 쓰인 출처가 불분명한 1억여원에 대해 “경선자금 1억2천만원은 집사람의 비자금으로 이번에 그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8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홍 지사는 이 돈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못했다. 검찰은 이 돈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청탁성 뇌물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성 전 회장 측은 당 대표 경선 당시 국회 의원회관 주차장에서 홍 지사 측에 1억원을 건넸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검찰은 앞서 6일 국회 의원회관을 압수수색하면서 제시한 영장에 홍 지사 혐의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기재했다. 홍 지사가 받은 돈이 ‘뇌물’이라는데 무게를 둔 것이다. 뇌물수수 액수가 1억원 이상일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특가법)이 적용돼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홍 지사는 “10여년간 변호사 활동을 했고, 그때 번 돈 중 일부를 집사람이 비자금으로 나 몰래 현금화해서 10여년을 모았다”고 강변했다.

또한 “2008년 여당 원내대표를 할 때 국회운영위원장을 겸하기 때문에 매달 국회 대책비로 나오는 4천~5천만원을 전부 현금화해서 쓰고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곤 했다”고 털어놨다.

홍 지사의 발언은 그러나 재산신고를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것은 물론 국회운영비로 나오는 공금을 일부 횡령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홍 지사가 국회운영비를 생활비로 준 것은) 공금 횡령 아니냐”고 반문했다.

검사출신 홍준표의 ‘안전장치’

 

일각에선 홍 지사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을 피하기 위해 가족까지 끌어들이며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올무에 걸리지 않겠다던 그가 스스로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검사출신인 홍 지사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이런 발언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해석도 적지 않다.

홍 지사는 지난 3월 공직자재산신고 발표 당시 아내가 숨겨놨다던 ‘비자금’을 신고하지 않았다. 이는 ‘공직자윤리법’ 위반으로 선관위후보자등록신고 시 재산누락은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한다. 허나 재산신고 누락은 과태료수준에 불과하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은 2008년 교육감선거 당시 부인이 친구 명의로 관리하던 억대의 차명재산을 신고하지 않고 누락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로 검찰에 기소돼 150만원의 실형을 받고 교육감 직을 상실했다.

홍 지사는 아내의 비자금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했다. 결국 이는 고의성 문제로 귀결된다. 조국 교수는 이에 대해 “재산신고를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계산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7·30재보선 당시 경기 수원에 출마해 당선된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중앙선관위로부터 재산 5억3662만원이 축소신고 된 점이 확인됐지만, 검찰은 올 1월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국회 대책비 ‘사적유용’, 문제는 없나

 

홍 지사 발언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공금횡령 부분이다. 그는 국회 대책비 일부를 아내에게 생활비로 줬다고 했다. 국민의 세금을 공적 용도가 아닌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점에서 이는 명백한 공금횡령에 해당한다. 여기에 국회 대책비를 현금화한 것도 문제다.

다만, 공금횡령을 확인하기 위해선 국회 대책비가 직책수당의 돈인지, 아니면 활동비 명목의 돈인지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규정이 딱히 없다는 점에서 해석에 대한 이견이 나올 수 있다. 그의 철두철미한 꼼수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말장난을 통해 요리저리 빠져나가려 한다는 세간의 비판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회 대책비는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에게 지급되는 예산을 의미한다. 일종의 특별업무경비로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지난 2013년 낙마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도 국회 대책비와 비슷한 특별업무경비를 사적으로 쓴 사실이 드러나 결국 낙마했다.

이후 그는 특정업무경비 수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고발당했지만, 검찰은 지난해 12월 ‘혐의가 없다’며 그의 손을 들어줬다.

 

공금횡령의 경우 보통 7년(10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의 경우)의 공소시효가 있다. 물론 특가법이 적용될 경우 10년 이상으로 늘어나지만, 통상의 경우 7년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욱이 ‘5년 미만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0년 이상의 자격정지 및 벌금’에 대해선 5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된다.

홍 지사가 국회 대책비를 사적으로 쓴 것은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인 2008년이다. 공교롭게도 공소시효에 걸린다. 특히, 5년 미만의 징역이라면 그는 공소시효에 해당되지 않는다.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의미다. 검사 출신인 홍 지사도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보듯 홍 지사가 빠져나갈 구멍은 많다. 앞서 사례에서 보듯 무죄도 가능하다.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에 따른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정치인으로서의 도덕적 몰염치를 택했다. 결과적으로 정치적 데미지를 감수하더라도 파렴치한 범법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을 내놓은 셈이다.

 

정찬대 기자(press@covera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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