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석연찮은 ‘황 총리’ 내정, 진실은 무엇인가
‘내가 들은 바로는 그 사람이 아니었는데…’
  • 정유담 기자
  • 15.05.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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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이병기 청와대 비서설장이 만나 얘기를 나누는 모습.(사진출처=새누리당)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21일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됐다. 그런데 황 장관 내정에 석연찮은 일이 발생해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관계자 모두 “해프닝”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 주변에선 ‘막판에 후보자가 바뀐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황 후보자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오전 8시쯤 청와대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제가 잘못 들었는지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조금 이상한 일이 있었다”며 고개를 갸웃댔다.

 

유 원내대표의 반응은 총리 후보자로 ‘황교안’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을 통보받았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실제로 그는 이날 오전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총리 후보자에 대한 사전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들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들은 것이냐’고 확인하자, “제가 잘못 들었을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이어 “다시 확인해보고 이야기하겠다. 지금은 그 정도 밖에 말할 수 없다”고 말한 뒤 입을 닫았다.

 

김무성 대표는 논란을 차단했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들에게 “(총리 후보자 물망에 오른 인사들 중) 황씨가 많아 (유 원내대표가) 잘못 들었나보다”라고 했다.

 

김 대표는 ‘청와대로부터 황교안 장관이 총리 후보자라고 들었느냐’는 질문에는 “왜 같은 질문을 하느냐. 하나마나한 질문”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여당의 원내대표가 새로 지명된 총리 후보자의 이름을 잘못 듣거나 착각하는 일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총리 후보자 결정 과정에서 당청 간 혼선을 빚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김무성 대표는 황우여 전 대표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내정 소식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 더욱이 황우여 부총리 내정 발표 전 박근혜 대통령과 김 대표가 오찬을 함께 했다는 점에서 ‘김 대표가 물먹었다’는 말도 돌았다.

 

황교안 총리 내정자 발표 직전 청와대의 모습도 이상했다. 당초 총리 인선 발표는 오전 10시에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발표 3분 전에 관련 브리핑이 취소됐다. 청와대는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 청와대 주변에선 ‘내정 발표가 무기한 연기되는 것 아니냐’ 또는 ‘후보자가 변경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이후 청와대는 “발표 문안이 예정보다 늦어진데 따른 단순한 해프닝이었다”고 해명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또 “발표 문안이 늦게 내려오면서 시간을 맞출 수 없어 연기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딘가 궁색해 보인다.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의 석연찮은 발언과 청와대의 갈팡질팡한 모습에 당청 간 불협화음이 노출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정치권 주변을 감싸고 있다.

 

커버리지 정유담 기자(media@coverag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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