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성완종 게이트’ 사건, 결국엔 ‘용두사미’
박근혜 정권 실세는 ‘서면조사’…성완종 측은 ‘엄격’
  • 정찬대 기자
  • 15.05.30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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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벌써부터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성완종 리스트’ 명단에 오른 인물 가운데 청와대 전·현직 핵심인사 및 대선자금 관련 용의선상에 오른 친박계 인사 모두가 검찰로부터 서면질의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봐주기 수사’ 논란과 함께 ‘이대로 수사가 종결되는 것 아니냐’는 탄식마저 나온다.

 

△윗줄 좌부터 시계방향으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서병수 부산시장, 이완구 전 국무총리, 이병기 현 대통령 비서실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유정복 인천시장(사진=KBS뉴스 캡처)

 박근혜 정권 실세, 일괄적 ‘서면조사’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29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성완종 리스트’ 8인 가운데 불구속 기소 방침을 정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를 뺀 나머지 6인에게 일괄적으로 서면질의와 자료제출 요청서를 보냈다.

 

검찰로부터 서면질의서를 받은 인물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등 6명으로 이들은 박근혜 정권 핵심 실세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검찰이 수사의 ‘모양새’만 갖추고, 실제 박근혜 정권 연루 인사들에 대해선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생전 인터뷰에서 “홍문종 의원에게 대선자금 2억원을 줬다”고 고백했다. 또한 서병수 시장과 유정복 시장에게도 각각 2억원과 3억원을 건넸다고 쪽지에 기록했다. 이들 세 사람은 2012년 대선 당시 조직총괄본부장(홍문종 의원)과 당무조정본부장(서병수 시장), 직능총괄본부장(유정복 시장)을 맡아 선거조직과 자금을 총괄 관리해 왔다. 하지만 정치자금 수사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계좌추적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정국을 떠들썩하게 한 메가톤급 게이트사건이 터졌음에도 검찰은 2명을 불구속하고, 나머지 6명에 대해서는 서면질의서를 보내는 것으로 수사를 갈무리했다. ‘32억 뇌관’ ‘대선자금 수사착수’와 같은 헤드라인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檢, 지지부진한 수사…의지 있었나

 

특별수사팀이 발족한지 48일이 지났고, 이완구·홍준표 두 사람에 대해 불구속 수사방침을 정한지 9일이 지난 후에야 나머지 인사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다. 이마저도 서면질의서를 통지한 수준에 그쳤다.

 

수사팀은 대선자금과 관련된 여러 진술과 단서를 확보하고도 그간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달 초 성 전 회장의 재무를 관리한 경남기업 한모 부사장으로부터 ‘박근혜 캠프 관계자 김모씨에게 2억원을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았지만, 수사는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진술 한 달여 만인 29일 박근혜 대선캠프 전 수석부대변인 김모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으나, 검찰은 “비밀장부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앞서 지난 15일 충남 서산에 있는 서산장학재단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대선 전후 자금흐름에 대한 첫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곳에서도 로비 의혹을 뒷받침할 단서는 끝내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사진=MBN뉴스 캡처)

성 전 회장 측만 엄한 수사, 이유는?

 

정권 실세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처럼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지만, 성 전 회장 측 인사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 11일 성 전 회장 검찰 수사에 대비해 회계장부 등을 빼돌린 혐의로 경남기업 박모 상무와 수행비서 이씨 등을 구속 기속했다. 또한 경남기업에 대해선 3차례나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앞서 언급했듯 성 전 회장 장학재단인 서산장학재단에 대한 압수수색은 물론 성 전 회장 차량 내비게이션과 하이패스 단말기, 성 전 회장의 국회의원 시절 의원실 방문 기록까지 확보해 분석했다.

 

수사팀은 증거인멸과 관련해 “증거를 은닉하거나 은폐·폐기하는 행위를 발견할 경우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며 경고했다. 하지만 홍준표 지사 측의 증거인멸 시도는 사실상 아무런 제재나 처벌을 받지 않았다.

 

홍 지사 측근들은 핵심 참고인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게 접촉해 회유한 정황이 확인됐고,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김모씨의 경우 윤 전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홍준표 지사가 아니라 보좌진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진술하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한 의혹까지 받고 있다. 홍 지사 스스로도 김씨가 윤씨에게 전화 건 사실은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처럼 증거인멸 의도가 명백함에도 검찰은 이들을 구속하지 않았다. 더욱이 윤씨를 회유하는 대화가 담긴 녹취록까지 확보하고도 별다른 대응을 보이지 않아 세간의 눈총을 받았다.

 

수사팀 관계자는 “홍 지사가 회유 작업에 직접 관여했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즉, 홍 지사가 관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드러나지 않았기에 구속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홍 지사 관여 여부를 밝히기 위해서라도 강제 수사가 이뤄졌어야 했다는 지적이 더 많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커버리지 정찬대 기자(press@covera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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