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문수의 대권플랜…TK를 접수하라
그가 대구를 찾는 이유, ‘포스트 박근혜’ 노리는 김문수
  • 정찬대 기자
  • 15.05.3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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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전 경기지사.(사진=김문수 전 지사 홈페이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대구행이 최근 부쩍 잦아졌다. 지난 25일 석가탄신일 대구 동화사를 찾은데 이어 나흘만인 29일 대구 수성갑 당원협의회 관계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폭이 커지고 있는 김 전 지사가 사실상 국회 입성을 염두에 두고 출마지역 다지기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김 전 지사 출마를 적극 권하고 있다. 특히, 대구 수성갑이 지역구인 이 의원이 자신의 모든 조직을 김 전 지사에게 넘기겠다고 선언했다. 수성갑 당원협의회 모임도 이 의원이 직접 주재한 자리였다. 이 때문에 김 전 지사가 공석인 이곳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관측에 더더욱 무게가 실린다.
 
경북 영천 출신이자 수성갑에 속한 경북고등학교를 나온 김 전 지사는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여기(수성갑) 오지 말라는 사람은 없었다”며 “대구경북을 위해 여러 가지 면에서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고향을 위해 일하는 건 당연하다”며 “전 지역구인 경기 부천 소사구는 후배가 열심히 하고 있어 출마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대구 수성갑 출마 가능성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김 전 지사는 올 초만 해도 내년 총선 출마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 왔다. 그는 지난 3월 대구를 찾은 자리에서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날 모임에서는 “딱 잘라 20대 총선에 나오지 않겠다고 한 적은 없다”며 입장을 바꿨다.
 
김문수, 왜 하필 대구인가
 
김 전 지사의 정치적 목표는 ‘대권’이다. 이날 모임에서도 그러한 속내를 과감히 드러냈다. 그는 “객지에서 도지사와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대통령을 하려면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해봐야한다고 주위에서 말한다”며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2016년 총선 출마 후 2017년 대권을 노리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대구 수성갑도 결코 만만한 지역구는 아니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과의 일합을 겨뤄야 하는 부담이 있다. 김 전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과 2014년 지방선거에서 4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지역주의 벽’을 깬 인물이다.
 
그럼에도 김 전 지사는 대구 수성갑 출마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왜일까? 단순히 국회 입성이 목적이라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수도권 출마가 유리하다. 하지만 세간의 비판이나 정치적 데미지를 안고서라도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를 택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대선후보 당내 경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새누리당의 가장 큰 지분을 갖고 있는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에서 당원과 대의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 그간 몇 차례 당내 경선을 치른 김 전 지사도 이를 모를 리 없다.
 
18대 대선 당시 당내 경선룰은 ‘2:3:3:2’(대의원:책임당원:일반국민:여론조사)였다. 비주류 측은 국민의 참여를 대폭 늘러 ‘1:2:5:2’로 하고, 선거인단 규모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한 새정치연합의 선거인단 구성비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대선 때 민주통합당(현 새정치연합)의 예비경선 선거인단은 당원 50%와 국민 50%였다. 투표방식과 세부적인 경선룰은 차치하더라도 책임당원의 선택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리고 오는 19대 대선에서도 이는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대권 전초기지 TK…김무성 견제 등 다목적용
 
김 전 지사 스스로도 언급했듯 그간 ‘객지’에서 활동한 그가 영남지역의 지지를 얻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해당 지역구 의원이 되는 것이다.
 
현재 PK지역은 김무성 대표(부산 영도)가 이미 선점하고 있다. 새누리당 유력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김 대표는 여론조사에서도 줄곧 1위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 부산시당위원장인 박민식 의원(부산 북강서갑)을 비롯해 부산지역 상당수 의원이 친김무성파로 분류되고 있어 향후 그의 정치행보에도 적잖은 힘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결과적으로 영남지역 지지를 이끌어내고 김무성 대표 견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김 전 지사는 자신의 대권 전초기지를 TK로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영남을 발판삼아 대권가도를 확보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여기에 이한구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를 김 전 지사에게 양보하려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의원은 친박계 중진으로 박근혜 대통령 경제교사로 통한다. 친박 핵심인 그가 김 전 지사를 TK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영남지역 내에서 비교적 야성이 강한 PK와 달리 전통적 지지기반인 TK는 친박계 다수가 지역구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친박의 도움 없이 TK의 지지를 얻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의원의 ‘김문수 지지’는 여러 정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2012년 대선후보 당내 경선 과정에서 ‘들러리’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경선에 참여했다. 대선주자 여론지지도나 당내 세를 볼 때 김 전 지사의 경선 참여는 ‘박근혜 띄우기’에 불가하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황우여 당시 당대표는 “경선에서 멋진 승부로 정권 재창출에 기여하면 김 전 지사에게도 향후에 유리할 것”이라며 김 전 지사에게 경선 참여를 요청했다. 친박 진영에서도 계속해서 ‘러브콜’을 보냈다. 그리고 김 전 지사는 당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정확히 말하면 친박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그의 경선 참여를 두고 ‘포스트 박근혜’를 약속 받은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돌았다. 이른바 박근혜와 김문수의  ‘정치적 딜(deal)’이다. 하지만 이를 확인할 길은 없었다. 그저 ‘설’로만 떠도는 얘기였다.
 
어쨌든 박 대통령을 비롯해 친박 측에서는 김 전 지사에게 일종의 ‘부채의식’이 남아 있다. 그리고 이한구 의원은 자신의 모든 조직을 김 전 지사에게 넘기겠다고 했다. 친박 중진의 ‘지역구 양보’와 ‘김문수 지지’는 어쨌든 다양한 정치적 해석을 낳기에 충분하다.
 
커버리지 정찬대 기자(press@covera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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