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리플레이’ 황교안 청문회…또 ‘자료제출’ 버티기
봇물 터진 의혹에도 총리 임명은 수순…“다 끝났다”
  • 정찬대 기자
  • 15.06.0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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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과 똑같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한 한 야당 인사의 말이다.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9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열고 도덕성 및 자질 등을 집중 검증했다. 하지만 자료제출이 빈번이 거부되면서 황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2013년 법무부장관 청문회 당시에도 황 후보자는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청문회 당일 내놓는 방식으로 정밀 검증을 피해갔다. 결국, 황 후보자의 행태가 빌미가 돼 ‘황교안법’까지 제정됐지만, 이날 청문회에서 ‘황교안법’은 통하지 않았다.

 

더욱이 황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청문회에서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정작 인사청문회가 시작되자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황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알맹이 없이 청문회가 끝날 것이란 우려는 이런 이유에서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9일 열린 가운데 황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정유담 기자) 

 

봇물 터진 의혹, 전관예우·특별사면 관여 등 논란

 

현재 황교안 후보자에 대한 핵심 의혹 가운데 하나는 전관예우 논란이다.

 

정휘동 청호나이스그룹 회장 횡령사건과 관련해 정 회장 측은 2심에서 패소한 뒤 법무법인을 바꿨다. 하지만 2012년 황 후보자 고교 동창인 김모 대법관이 주심으로 배정되면서 정 회장 측은 황 후보자가 근무한 ‘태평양’으로 법무법인을 다시 바꿔 사건을 맡겼고, 이후 정 회장 사건은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됐다.

 

황 후보자는 “(전관예우라고) 오해받을 행동은 자제했다”고 해명했지만, 어딘가 석연찮다는 지적이다. 야당은 전관예우에 대한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황 후보자가 수임한 119건 가운데 공개된 100건을 제외한 19건에 대한 수임내역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청호나이스그룹 건이 비공개된 ‘19건의 수임내역’ 중 실무진의 실수로 의뢰인의 이름이 공개됐다는 점에서 더더욱 이 같은 주장을 폈다.

 

결국, 야당의 보이콧 선언으로 ‘19건의 수임내역’ 일부가 공개됐고, 황 후보자가 특별사면과 관련된 자문을 해준 것이 확인되면서 또 다른 전관예우 논란이 제기됐다.

 

황 후보자는 2012년 1월4일 대형로펌(태평양)에 있으면서 특정인에게 사면과 관련된 자문을 했다. 실제로 이날 확인된 자료를 보면 ‘2012-1-4 사면(사면관련 법률자문/처리결과 자문진행)’이라고 적혀있다. ‘뉴크리에이션 관련 분쟁해결 법률자문(공정거래법 해당의무 자문)’ 등으로 기록된 여타 사건과 비교하면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다.

 

황 후보자의 특별사면 자문은 같은 해 사면이 시행되기 6일 전에 이뤄졌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일반 형사사범 955명과 건설 분야 행정제재 관련 3천742명을 대상으로 신년 특별사면을 결정했다.

 

대형로펌에서 특별사면과 관련해 자문 등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의뢰인의 이름이 삭제된 불완전한 자료지만, 야당은 사실상 로비가 아니냐며 황 후보자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황 후보자는 “가정을 전제로 명예훼손 해선 안 된다”며 강한 불만을 토해냈다.

 

병역비리·세금 늑장납부 등 ‘도마 위’

 

병역비리 의혹도 검증 대상이다. 황 후보자 병적기록부에 병역면제 사유인 담마진(두드러기) 판정일 (1980년 7월10일)이 입영 면제일(1980년 7월4일)보다 뒤에 적힌 것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다.

 

황 후보자는 “당시 전산화가 안 됐고, 손으로 기입하던 때”라며 행정상 착오임을 강조했지만, 의료기록에 대해선 “보존기간이 지났다”며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

 

총리 내정 뒤 ‘늑장납부’된 세금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황 후보자는 지난달 26일 종합소득세 명목으로 3건에 대해 186만원을 일괄 납부했다. 부산고검장을 마친 후 지난 2011년과 2012년 귀속분 3,500만원의 공무원연금소득에 매겨지는 세금을 뒤늦게 납부한 것이다.

 

황 후보자가 세금을 납부한 날은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접수된 당일이다. 이와 관련해 황 후보자는 “세법을 잘 몰라서 납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밖에도 황 후보자 장남의 군 복무에 대한 특혜의혹도 제기됐다.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은 “장남의 대구 지역 군 복무 기간과 황 후보자의 대구고검장 근무 기간이 겹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 후보자의 장남이 복무 중인 부대 사령관과 황 후보자가 같은 모임에서 활동한 정황을 제시하기도 했다. 황 후보자는 “아들의 자대 배치는 훈련소에서 한 것”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한편, 황 후보자는 지난 2013년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고액의 변호사 수임료(17개월 근무에 16억원 수령)가 문제되면서 전관예우 논란이 일었다.

 

당시 그는 “제가 자꾸 말씀을 드리는 것보다는 행동으로 보여 드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사회 환원을 약속했지만, 이후 1억 3천여만원을 기부한 것이 확인되면서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황 후보자가 ‘십일조’에도 못 미치는 액수를 기부했다는 조롱을 들어야만 했다.

 

△새정치연합 은수미 의원이 9일 황 후보자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한 질의를 하고 있다.(사진=정유담 기자)

 

농락당한 국회, 황교안법도 ‘황교안 입’ 열지 못해

 

황 후보자는 2003년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여러 의혹에 대한 검증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채 ‘버티기 전략’을 구사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국회에선 청문 대상자의 자료제출 의무를 강화한 ‘황교안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이번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황 후보자는 전관예우 논란과 관련, ‘19건의 수임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자문사건이란 이유에서다. 변호사법상 자문사건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의뢰인을 공개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황 후보자는 자문사건을 입증할 자료 또한 제출하지 않았다. 결국, 야당의 보이콧 선언으로 일부 자료가 공개됐지만, 이마저도 의뢰인의 이름은 지워져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 새정치연합 홍종학 의원은 “‘황교안법’도 황교안의 입을 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8일 인사청문회에서 “‘황교안법’은 지난 2013년 법무부장관 청문회 때 황 후보자가 자료제출을 거듭 거부해 만든 것 아니냐”며 “같은 일을 황 후보자가 번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자료 제출이 부실한 상황에서 이 청문회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황교안 후보자로 인해 만들어진 황교안법을 스스로 희롱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자 야당 간사인 우원식 의원은 “청문회 전까지 17%의 자료가 넘어왔고, 청문회 이틀 동안 13건의 자료가 더 온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뒤 “후보자는 검증을 기피하고, 청문회에서 제대로 된 청문을 받지 않으려 한다는 의혹이 들게끔 후보자가 행동한다”며 황 후보자의 자료제출 행태를 강하게 질타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의 이 같은 지적에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법무부가 지난해 말 자문사건도 공개 대상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며 “본인도 개정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법안을 낸 것으로 황 후보자가 직접 개정안까지 낸 입장에서 일부러 자료를 감출 이유는 없다”고 황 후보자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제2의 황교안법’이란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김빠진 인사청문회, 사실상 ‘마무리 수순’

 

황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사실상 끝났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8일과 9일 양일간 황 후보자를 상대로 질의답변을 실시한 뒤 10일 후보자 없이 증인 신문만으로 청문회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9일 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마무리 된다.

 

새정치민주연합 핵심 관계자는 9일 오후 <커버리지>와 통화에서 “황 후보자가 이제와 자료를 제출한다 해도 청문회를 제대로 진행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오늘로써 청문회가 끝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여야는 10일까지 청문회를 실시한 뒤 12일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여당은 ‘적격’, 야당은 ‘부적격’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각각 제출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결과적으로 황 후보자에 대한 총리 임명은 여러 의혹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2013년 법무부장관 청문회 당시에도 야당은 전관예우 논란 등을 이유로 황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한 경과보고 채택에 ‘부적격’ 의견을 냈지만, 그저 의견일 뿐 황 후보자 장관 임명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커버리지 정찬대 기자(press@covera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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