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교조의 불법노조화, 국정원 기획이었나
“전교조 탄압, MB가 기획해서 朴이 결실”
  • 정찬대 기자
  • 15.05.27 22:22
  • facebook twitter 카카오스토리 구글플러스
  • 글자크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
  • print
  • |
  • list
  • |
  • copy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국정원장 재직시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불법화를 추진하고, 민주노총(민노총) 소속 노동조합의 탈퇴를 지시한 정황이 드러난 국정원 내부문건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해당 문건이 ‘교원노조법(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대한 위헌여부 선고(28일)를 목전에 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더더욱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교원노조법 제2조는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된 조항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전교조 불법노조화’ 지시 문건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전교조 등 내부 종북 좌파들부터 정리”

“민노당 가입 교사 징계, 확실히 할 수 있도록…”

 

2011년 2월18일자 ‘(원세훈 국정)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문서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지부장들이 좌파 교육감 같으면 부교육감을 상대해서…(생략)…전교조 자체가 불법적인 노조로 해서 우리가 정리를 좀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교조, 내부 종북 좌파들부터 정리해야 되기 때문에 관계되는 부서는 확실하게 대처 좀 해야 되겠다”고 당부한 뒤 “지난번 판결로 인해 민노당(민주노동당) 가입 교사에 대한 징계 같은 것도 확실하게 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원 전 원장 발언에 앞서 법원은 전교조 일부 조합원들의 민노당 당비 납부가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벌금 30만원~5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원 전 원장은 해당 판결을 필두로 전교조 압박 방법을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전교조 불법화’ 지시는 매달 열리는 부서장 회의에서 나온 것으로, 원 전 원장은 국정원 관여 여부가 외부로 새나가지 않도록 국정원 간부급인 지부장이 직접 보수 교육감 및 교육부 관료들을 앞세워 전교조 교사들을 징계토록 했고, 전교조 불법화에도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결국, 전교조의 법외노조화가 국정원의 공작 하에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로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27일 <커버리지>와 통화에서 “공작에 대한 직접적인 관련성에 대해 저희로선 알 수 없지만, 충분히 연관성은 있어 보인다”고 했다.

 

그는 “어쨌든 원 전 원장이 전교조의 불법노조화를 추진하려 한 것은 맞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원 전 원장 재임기간 중에 전교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런 해석(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화 공작)도 가능하다. 국정원이 내부적으로 작업한 것은 뻔해 보인다”고 성토했다.

 

△사진=전교조 홈페이지

“민노총 소속 노동조합 탈퇴, 좀 더 강하게 하라”

“각 대학에도 우리 조직을 만들고 그러는데…”

 

원 전 원장은 민노총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민노총도 우리가 재작년부터 해서 많은 노동조합들이 탈퇴도 하고 그랬는데, 좀 더 강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국정원이 민노총 소속 노동조합의 탈퇴를 유도하거나 이 과정에 개입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 민노총은 2011년 7월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되면서 민노총 계열 노조 사업장에 어용노조가 잇달아 설립되는 등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더욱이 복수노조 도입과 함께 교섭창구 단일화제도가 시행돼 민노총의 교섭권이 축소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원 전 원장 발언록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된 자료 가운데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현재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된 상태다. 또한 전교조를 ‘종북 좌파 세력’으로 몰았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원 전 원장은 “북한한테 우리가 이기는데 내부 종북 좌파들로부터 정리해야 된다”며 “관계되는 부서와 지부에서는 거기에 대한 것을 확실하게 대처 좀 해줘야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 종북 좌파세력을 “민노총이라든가 전교조”라고 규정했다.

 

원 전 원장은 또 국정원의 별도조직이 대학 내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 각 대학에도 우리 조직을 계속 만들고 있고 그러는데, 그런 것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했다.

 

△사진=전교조 홈페이지

교원노조법 판결 앞두고 구설수 오른 헌재

“뭔가 결론 내놓고 빨리 결정하는 것 같다”

 

원 전 원장 발언이 있기 전인 2010년 3월 고용노동부는 전교조 측에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한 규약을 시정할 것을 명령했다. 이들은 또 원 전 원장 발언 다음 해인 2012년 9월에도 이에 대한 시정 명령을 내렸다.

 

고용노동부의 근거는 ‘현직 교원만 교원노조 가입대상으로 규정한다’는 내용의 교원노조법 제2조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전교조는 9명의 해직교사를 포기할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고, 고용노동부는 결국 2013년 10월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를 내렸다.

 

고용노동부와 함께 민노당 후원 전교조 소속 교사들에 대한 교육부의 압박도 이어졌다. 2011년 2월25일 교육부는 이들 교사에 대해 중징계 방침을 세웠다. 일부 교육청은 곧바로 징계작업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른바 ‘원세훈 원장 지시·강조 말씀’이 있은 지 일주일 후다.

 

지난해 9월, 2심 재판부는 법외노조 통보에 대한 효력정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재판부는 ‘교원노조법 제2조의 규정이 위헌 가능성이 있다’며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고, 내일(28일) 관련 선고가 예정돼 있다.

 

헌재는 이번 판결에서 ‘노조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생길 경우 노조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한다’는 시행령 제9조 2항과 ‘현직교원만 교원노조 가입대상’이라는 교원노조법 제2조의 위헌 여부를 심사할 계획이다.

 

이에 앞선 22일 전교조 측 변호인단은 ‘교원노조법 위헌심판과 관련한 공개변론을 열어 달라’는 내용의 신청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또한 ‘공안검사’ 출신인데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 후임으로 거론된 안창호 재판관에 대한 재판관 기피신청을 냈다.

 

하지만 헌재는 25일 ‘교원노조법 위헌심판재청 사건을 28일 선고하겠다’고 답변한 채 전교조 측 신청을 사실상 무시했다. 특히, 교원노조법 선고기일 통지가 26일 오후에야 전교조 측 변호인단에 전달됐고, 선고사건목록도 그 이후에 부랴부랴 확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헌재가 관련 사건을 서둘러 판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송재혁 대변인은 “뭔가 결론을 내놓고 빨리 결정하려는 것 같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어 “공개변론이나 재판관 기피신청 등의 과정이 헌재로선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송 대변인은 “전교조에 대한 탄압은 이명박 정권에서부터 기획됐고,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낼 경우) 그 결실은 박근혜 정권에서 맺게 되는 것”이라며 “법외노조가 효력이 있다는 판결이 나올 경우 작년과 같은 갈등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해 6월 서울행정법원은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하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또 같은 달 27일 이에 대한 항의성명을 발표한 전교조 위원장 등 36명을 형사고발했다.

 

이밖에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 청와대 게시판에 시국선언을 발표한 교사들이 무더기로 징계조치를 받았으며, ‘세월호 참사 제2차 교사선언’을 발표한 전교자 전임자 등 71명도 형사고발 당하는 등 정부와 전교조 측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커버리지 정찬대 기자(press@coverage.kr)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