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생활
[답사] 바람 부는 날, 파주평화누리로 소풍 가자
 
  • 이강
  • 15.10.2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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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그리운 건 언제나 바람이다. 종일 바람 한 자락도 불지 않는 날이면, 지루하고 권태롭기만 하다. 바람 불지 않으면 세상살이가 아니다. 저기 언덕 위에도 바람이 불고 꽃이 피고 진다. 바람은 사랑으로 피어 그리움이 되기도 하고, 끝내 한이 되기도 한다. 산다는 것은 바람이 잠자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 바람에 온전히 몸을 맡기는 것이다. 귀를 기울여 보아라. 봄이면 꽃바람이 불고, 여름비가 구름을 거두면, 향긋한 가을을 머금은 바람이 저 언덕을 넘는다. 겨우내 빈 가슴에 불던 바람이 잦아들면, 다시 그 언덕에 다시 푸르른 대지의 봄이 깨어난다.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로 오른다. 오랜 기다림이 한이 되고 다시 간절한 사랑이 꽃으로 피어나는 자리다. 그 언덕에 오르면 언제나 바람이 분다. 홀로 외로운 사람들이 그 언덕에 올라 저 산 너머로 그리운 이를 위해 노래를 부른다. 바람은 외로운 이의 사연을 알고, 함께 슬퍼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바람 부는 날, 부풀어 오르는 가슴을 안고 첫사랑을 만나러 저 언덕으로 달려간다.

 

△평화누리공원(사진=이강)

 

바람꽃이 빛나는 파주평화누리

 

가만히 쭈그리고 앉아 키 작은 팔랑개비를 바라본다. 오래전 떠나간 첫 사랑을 기억하는 한 무리의 팔랑개비들이다. 살짜기 손 내밀어 사랑을 고백하고, 사방 천지에서 바람 일렁이면, 빨강노랑파랑의 바람꽃이 다시 피었다. 사람들은 언덕에 올라 눈을 감고 바람의 소리를 듣고, 향기를 음미한다. 박하향 같은 바람이 분다. 고요히 바람소리를 따르면 이내 그리움은 흩어졌다 다시 가슴으로 불어온다. 빨간 하이힐을 신은 처녀는 바람의 언덕에 올라 빨강 팔랑개비에 손을 내밀고, 까만 눈동자의 아이들은 노랑, 빨강, 파랑색의 팔랑개비 둘레를 돌고 돈다. 봉긋한 처녀 가슴을 방망이질하는 숨결과 더벅머리 총각의 쿵쾅 거리는 풋사랑을 영영 기억하던 것은 언제나 바람이다.

 

이제 사람들은 바람에게 사랑을 배우고 그 자신마저 향기로운 바람이 되고 싶다고 소원한다. 바람(願)이라서, 바람(風) 같아서 간절한 것들을 기도한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눈을 뜨면, 행복과 사랑이 피고 지는 바람의 언덕에 반짝이며 눈이 부시게 팔랑개비가 빛난다. 보이는 것마다 평화로운 사랑의 풍경이다. 꽃이며, 들풀, 나무들 모두가 평화롭다. 바람의 언덕에는 이제 사랑이 가득 피고 진다. 광활한 대지 위에는 자유와 사랑, 행복한 모습들이 하나의 풍경을 이루어 낸다. 빙글빙글 팔랑개비가 자유롭게 돌고, 광장의 아이들은 다시 팔랑팔랑 그 주위를 돈다. 수많은 바람개비가 정신없이 돌아가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지른다. 기다림, 그리움, 홀로 사랑을 소원하던 그 땅 위에 다시 사랑이 피고 진다. 하늘과 맞닿은 바람의 언덕을 거니는 젊은 연인들과 가족들의 실루엣이 아름답다. 평화로운 웃음소리는 온누리를 깨우고, 그 대지 위에 자유로움이 가득하다. 이제 바람 불면 그곳이 어디든 따라 나서고 싶고, 바람 들면 온몸이 저절로 살랑살랑 나부낀다. 그 바람의 따스한 손짓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그 언덕을 찾아가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한국여행 필수코스, 임진각 안보관광지까지

 

자유와 평화, 바람을 담는 파주 평화누리공원은 가을볕이 물드는 이즘의 주말 여행지로 알맞다. 공연장 ‘어울터’에 이르니 부채꼴 모양의 평화누리 공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평화누리공원의 면적은 약 29만km²로 드넓다. 너른 잔디 광장 위에서는 아이들이 연을 날리며 뛰어논다. 탁 트인 전경과 포근한 잔디밭과 언덕 위를 걷고 싶은 맘이 절로 든다. 넓은 광장이 펼쳐진 평화누리공원은 바라보고 있으면, 상쾌해지고 가슴이 열린다. 느리게 걷고 사람들의 모습과 풍경이 그 자체로 평화롭고도 자유롭다.

 

평화누리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은 역시 바람의 언덕이다. 빨강 초록 하양 파랑 노랑 팔랑개비가 소리치는 언덕이 평화롭다. 바람이 부는 언덕 위를 걷는 연연과 가족들의 모습은 아름다운 소풍날의 풍경이 된다. 천천히 여러 곳을 구경하다, 카페에서 잠깐 차 한 잔 하며 노을을 바라보기에도 좋다. 작은 호수 위에 떠 있는 듯한 위에 ‘까페 안녕’의 조형미는 단연 돋보인다. 까페는 연못과 함께 하나의 조형미를 이루는데, 석양 무렵 테라스에 불을 밝히면 더 아름답다. 자유로 드라이브를 즐기고,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적격이다.

 

△임진각(사진=이강)

 

평화누리 공원 바로 왼편으로 파주 임진각공원이 있다. 임진각은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세계적인 안보관광지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7㎞만 가면 민족 분단의 아픔이 서린 휴전선이 위치한다. 공원 광장에 한국전쟁 당시의 유물, 각종 전적기념물들이 전시돼 있다. 또 광장 중앙에 실향민들이 북쪽 땅을 바라보며 제를 지내는 망배단과 통일염원을 담은 통일공원,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자유의 다리, 평화의 종, 임진강 철교이 전시되어 있다. 전망대 오르면, 철책선 너머의 북한땅을 바라볼 수도 등을 있는 곳이다. 남북 분단의 상징물 중 하나인 경의선 철도 장단역 증기기관차의 화통은 곳곳에 포탄 자국이 남아있다. 전쟁의 아픔과 실상을 직접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평화 안보 관광지인 파주에는 이 밖에도 제3 땅굴, 도라전망대, 도라산역, 통일촌 등 둘러볼 곳이 많다. 남북 분단의 접경에서 분단의 현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평일에도 청소년 학생들과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장단콩 마을(사진=이강)

 

1978년에 우연히 발견된 제3 땅굴은 시간당 3만명의 병력 이동이 가능한 규모다. 땅굴까지 왕래하는 셔틀 엘리베이터를 타고 땅굴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민통선 영상관 등이 다양한 볼거리를 갖추고 있다. 도라전망대에서는 북한의 망원경으로 북한땅 개성공단과 개성시의 주변 풍경을 생생하게 마주 할 수 있다. 경의선 남쪽 최북단 역인 도라산 역도 돌아보자. 더 이상 달리지 않는 끊어진 철로를 볼 수 있다. 여행의 마무리는 파주 특산물인 장단콩이다. 장단콩은 예로부터 임금님께 진상하던 특산음식이다. 청정한 자연환경과 큰 일교차, 마사토에서 자란 장단콩은 타 지역 콩에 비해 유기질 2배, 항암 성분인 이소플라본의 함량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구수한 콩의 식감을 살린 장단콩 요리를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슬로푸드 체험마을 장단콩마을에서는 두부 만들기, 장 담그기, 전통문화 배우기 등 정겨운 체험도 가능하다. 파주시 월롱면 영태리 통일로변과 통일촌에도 장단콩전문음식점들이 길가에 늘어서 있다.

 

원문: 뉴스토마토

 

이강 여행작가 /뉴스토마토 여행문화전문위원

gh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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