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생활
[답사] 서울의 봄, 한양도성 봄꽃길 나들이
 
  • 이강
  • 16.08.2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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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야 무에 꽃 볼 것이 있을까만 하여 미리 마음을 접어두는 것은 옳지 않다. 한양도성길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만났는데, 그의 얼굴에 꽃이 한 가득이다. 길마다 마을마다 피어난 꽃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머무르기를 며칠이라 하였다. ‘도시 꽃들이야 시들하지 않겠어’란 체념을 봄에는 미루어도 좋다. 무르익은 봄, 꽃들이 지천인 한양도성을 둘레둘레 기웃기웃 걸어보자. 한양도성길은 서울도심을 빙 둘러선 남산, 낙산, 인왕산, 북악산 등 내사산 및 4대문을 잇는 18.6km 코스다. 서울의 봄이 오메, 숲을 보고 현재의 서울을 마주하는 것도 어찌 아니 좋은가? 봄의 기운을 머금은 숲은 싱그럽고 길목길목에서 만나는 옛 역사의 풍광은 고즈넉하다. 천천히 걸으며 꽃이 피어나는 봄을 만끽하고 느림과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서울의 봄소풍이다.
 
한양도성 봄꽃 나들이. 사진/이강
 
남산 성곽 소나무 숲길 초입에 병아리 꽃발톱같은 노랑 산수유의 수령은 몇 살이나 되었을까. 백악의 산마루 오르는 와룡의 숲과 북정동 비둘기 언덕부터 흐드러진 벚꽃이 심우장 그늘에도 꽃향을 드린다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서대문 인왕의 산그림자 아랫마을에 개나리지천으로 흐드러져 살살 웃으메, 살만하였다는 것을 어찌 잊겠는가? 인왕산 시인의 언덕에서 청년 동주가 일렁이는 가슴을 어쩌지 못하여 밤을 지새웠던 것을 봄바람이 들려주지 않겠는가?
 
남산, 소나무 숲길 따라 봄소풍
 
남산의 벚꽃이 한창 흐드러지는 참이다. 남산을 오르는 길은 어림잡아 15개 코스에 이른다. 무난한 코스는 충무로 남산한옥마을을 살짝 둘러보고 남산 북측순환길로 올라서 N타워까지 오르는 구간이 편하다. 충무로역에서 남산으로 오르는 순환버스를 이용하면 쉽고, 동대역에서 장충동으로 올라 동국대 후문 방향으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무르익은 봄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남산 벚꽃 나들이. 사진/이강
 
남산의 꽃길은 남산소나무 숲길, 성곽길 구간, 남산 남측포토아일랜드 등을 빙 둘러 걷는 코스다. 어느 방향을 선택해도 남산 북측순환로와 만날 수 있다. 북측 순환로는 울창한 숲길을 따라 한적한 산행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동국대 후문 방향에서 오르는 계단길과 교차되는 구간은 계속 오르면 동봉이라 불리는 참나무 동산이 나타나는데, 일부 남아 있는 한양성벽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성곽 바깥길을 따라 팔각정 휴게소까지 오르는 남산 소나무 숲길은 한가하여 봄풍경을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또 남산 남측 순환로를 따라 남산 아래 성곽 바깥구간을 돌아 내려서면 서울 후암동의 주택가와 서울 남서쪽의 빌딩 숲, 그리고 한강의 모습 등에서 시원한 전망감을 만끽할 수 있다.
 
하산길에는 봉수대, 잠두봉 포토아일랜드로 내려서 백범광장을 지나 힐튼호텔 성곽구간으로 내려올 수 있다. 사방으로 트여있는 남산 정상부에서는 멀리 안산, 인왕산, 가운데로는 북악산과 그 뒤로 북한산, 오른쪽으로는 낙산과 수락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 남산공원 산책로를 따라 내려오면, 안중근의사 기념관, 백범광장이 나타난다. 남산에서 가장 넓은 공간으로 휴식공간이 잘 조성되어 있다.
 
북악산, 창의문에서 삼청공원까지
 
봄이면 가족 및 단체 탐방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다. 한양도성 성곽길은 기점을 창의문으로 잡아 백악마루를 넘어 숙정문을 지나 말바위 전망대에서 삼청공원이나 와룡공원으로 내려서는 코스다. 창의문에서 백악마루 정상까지 1.6km의 급경사 구간이 이어지지만,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백악마루 정상에서 바라보는 장엄한 한양도성의 위용을 마주하는 기쁨이 크다.
 
북악산 코스. 사진/이강
 
내리막 코스는 소나무숲이 깊이 우거져있어 봄이 품은 산풍경을 마주하는 묘미가 으뜸이다. 창의문은 경복궁역에서 버스를 타고 부암동주민센터나 자하문터널, 윤동주 문학관 정류장까지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수월하다. 윤동주 문학관 앞길 횡단보도를 건너 100여미터 걸으면 창의문이 나타난다. 창의문은 ‘자하문’으로도 불리는데, 서울성곽 4대문 사이에 만들어진 4소문 중 하나다. 한양도성의 성문 중에서 옛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 창의문 탐방안내소에서 신분증을 제시하여 출입증을 받아 산행을 마칠 때까지 패찰을 착용하여야 한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오르면 높다란 성벽 아래에 길게 펼쳐진 성곽의 봄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높은 성곽의 건축미와 울창한 소나무숲, 멀리 북한산 능선이 멋지게 펼쳐진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말바위 전망대에 서면 성곽길의 종점이다. 말바위 전망대에서는 나무데크 계단을 내려오면 성바깥마을인 성북동과 북정마을의 봄풍경과 그림처럼 아름답다. 삼청공원 쪽으로 내려오면 산책로와 놀이터가 잘 갖추어져 있고, 와룡고원 쪽으로 내려오면 북촌마을로 내려서는 길이다.
 
낙산, 쉬엄쉬엄 걷는 봄소풍길
 
서울 한양도성길에서 가장 걷기 좋은 코스가 낙산성곽 구간이다. 한성대 입구역에서 내려 혜화문을 돌아보고 건너편 낙산코스로 올라 동대문까지 내려서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낙산은 해발 124.4미터의 낮은 산이다. 때문에 편안히 길을 걸으며 옛 성곽과 어우러진 봄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나들이 코스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어 자녀를 둔 가족동반객들,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산행으로도 알맞다.
 
낙산 코스. 사진/이강
 
혜화문에서 장수마을, 낙산 정상을 거쳐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이화벽화마을, 흥인지문까지 길이 이어진다. 낙산은 예부터 산의 품이 편안하고 물이 맑아 조선시대에는 많은 명사들이 찾았던 명산이다. 산행객들을 위한 쉼터가 마련되어 있으며, 주말이면 작은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낙산 공원은 서울의 몽마르뜨 언덕이라 불릴 정도로 전망이 좋다. 날씨가 좋으면 멀리 아차산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인왕산과 북악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또 해질 무렵이면, 국내외 관광객들과 젊은 연인들이 올라 일몰을 바라보고, 아름다운 성곽의 야경 풍경에 빠져드는 곳이다.
 
낙산성곽 공원 정상에서 흥인지문 방향으로 내려서면 서울관광의 명소로 떠오른 이화벽화마을이 나타난다. 아름다운 벽화와 색다른 카페를 기웃기웃하며 즐기는 길맛이 재미나다. 동네 구석구석의 골목길과 계단길에는 이색적이고 재미있는 벽화들과 조형물들이 발길을 잡는다. 이화마을에는 작은 박물관이 10여개나 숨어 있어 보물찾기하듯 둘러보면 좋다. 성곽 바깥마을인 창신동과 동대문 지역의 오밀조밀한 산동네 풍경도 운치가 있다. 바로 아래에 자리한 낙산정에서 서울도심을 가까이 전망할 있다. 시간이 족하면 흥덕이밭과 청룡사도 찾아보면 좋다.
 
인왕산, 윤동주의 시인의 언덕까지
 
인왕산 코스는 세종마을을 통과해 옥인동 수성동계곡을 둘러보고 인왕산 성곽을 따라 올라 자하문 아래 윤동주 시인의 언덕까지 걷는 코스다. 높이 338m 인왕산은 한양도성 성곽길 중 비교적 가파른 구간이다. 하지만 화강암 암반의 산행코스는 계단코스가 비교적 정비되어 있고, 바위 암반 구간 역시 등산로와 안전로프 길 등이 있어 무리하지 않고 거뜬하게 오를 수 있는 코스다. 정상에 올라 서울 도심과 북악산, 멀리 목멱까지 펼쳐진 내사산의 멋진 풍광을 선물처럼 마주할 수 있다.
 
인왕산 코스. 사진/이강
 
경복궁 2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종로 9번을 타면 수성동 계곡에 다다른다. 수성동 계곡의 절경을 감상하고 천천히 왼편 오르막길로 오르면, 소나무 숲이 울창한 인왕산자연공원이다. 공원이 끝나는 지점에 인왕산 성곽길 출입초소다. 이곳에서부터 계단길을 오르면 범바위다. 범바위에서부터 매바위까지 이어지는 성곽길은 계단의 경사가 상당해 쉬엄쉬엄 올라야하는 코스다. 또 매바위를 거쳐 인왕산 정상까지 오르는 구간 역시 암반 코스와 경사진 계단, 로프구간이 거듭 이어진다. 때문에 초보자의 경우, 매 구간 안전에 유의하고 산행을 하여야 한다. 하지만 춘색이 완연한 마주하는 인왕의 산경은 웅장하고도 아름다워,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인왕산 정상에서 하산하는 코스는 기차바위를 거쳐 홍제동 방향, 부암동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이 있다. 성곽길을 따라 내려서는 코스는 자하문 방향으로 길을 잡아 청운공원에 조성된 윤동주시인의 언덕을 거쳐 윤동주문학관, 창의문까지의 코스이다. 청운공원 뒤편에 조성된 산책로인 ‘시인의 언덕’에는 윤동주 시인의 시비가 서 있고, 그 아래로 이어진 계단으로 내려가면 윤동주 문학관이 나타난다.
 
여행작가 이강의 풍경읽기- 천천히 시인처럼 걷는 봄소풍길
 
길 걷기와 책 읽기는 비슷한 점이 많은데, 봄나들이에 나설 때는 마치 시인처럼 걷기를 추천한다. 서두름없이 천천히 주위를 느끼며 걸으면 마치 시 한편을 읽을 때처럼 여유로움이 깃든다. 아름다운 시의 행간을 거닐듯이, 느리게 걷고 힘들면 멈추고 다시 걷는 방법이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행간이 있고, 하나의 문장에 마침표가 있듯이 길을 걷는 것도 한 걸음 한 걸음씩 천천히 음미하며 걷다 멈췄다 하는 것은 어떨까. 천천히 걸어야 바쁘게 살며 놓친 것들을 볼 수 있고 잠시 멈추어야 감사와 성찰을 통해 자신을 거울보듯 마주 할 수 있다.
 
시인처럼 걷기. 사진/이강
 
이 봄, 시집을 읽듯이 서울로 봄나들이를 나서보자. 너무 빠르게 행군하듯 걷다보면, 아름다운 명문, 아름다운 사람을 보지 못하고 지나칠 지도 모른다. 친구들과 걸어도 좋고, 아이들과 무난한 코스를 잡아 소풍하듯 거닐어도 좋다. 또 시인처럼 근사한 자태로 천천히 걷다가 잠시 멈추어서 시 한 편 같은 꽃풍경을, 그림 한 편 같은 마을풍경을 마음에 들여도 충분하다. 다행히 한양도성 서울성곽 구간은 멀리 떠나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다. 가벼운 트레킹 차림으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출발하면 충분하다. 요소요소에 쉴 만한 쉼터와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카페, 잠시 둘러볼 문화공간 등이 숨어있어 걷다가 지치면 쉬어가면 그만이다. 가슴이 설레는 봄의 풍경이 서서히 마음을 물들일 것이다.
 
가봅시다- 마을 속 숨어 있는 이야기를 찾아서
 
꽃들이 북적북적, 성북동 북정마을
 
성북동 북정마을 코스의 기점은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이다. 최순우 옛집까지 가려면 도보로 15분 이상 걷거나 6번 출구로 나와 버스를 타고 홍익중고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성북동주민센터에서 왼편 경신고교 뒷 편으로 길을 잡으면 한양도성 성곽 잔해를 확인할 수도 있다. 경신고등학교를 빙 돌아가면, 최순우 옛집을 만날 수 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인 혜곡 최순우 선생이 작고할 때까지 머무르던 1930년대식 근대한옥이다.
 
북정마을. 사진/이강
 
성북로를 따라 올라 덕수교회 앞을 지나 오른 편 성북로 26길로 가면 성북구립미술관과 수연산방이 자리하고 있다. 수연산방은 소설가 이태준이 1933년부터 1946년까지 거주하며 정지용, 이상, 김유정 등과 문학적 교감을 나눈 곳이다. 현재 전통찻집으로 운영 중이다.
 
만해 한용운(1879~1944)이 머물렀던 심우장도 있다. 성북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성북 우정공원에 못 미쳐 좌측에 ‘심우장’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좁은 골목길을 오르면 만해 한용운 선생의 동상이 길가에 있고 ‘만해 산책공원’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전망대가 있다. 좁고 오래된 골목길로 들면 만해 한용운이 10여년간 살다 세상을 떠난 심우장에 이른다.
 
심우장을 나와 골목길을 따라 오르면 북정마을과 이어진다. 북정마을은 서울에 몇 남지 않은 달동네로 한양성곽 북악자락 바깥 마을이다. 마을에서는 한양성곽이 한눈에 조망되는데, 암문을 통해 와룡공원 기점으로 들 수도 있다. 시간이 있으면 길상사와 한국가구박물관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꽃피는 산동네, 홍제동 개미마을
 
개미마을은 서울의 몇 안 남은 달동네 중 한 곳이다. 요즘에는 마을벽화가 그려지면서 외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으로 자리잡았다. 가파른 계단과 골목골목 낡은 풍경이 남아 있는 개미마을 정상까지 올라보고, 인왕산 기차바위 능선을 넘어 오르면 서울의 도심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홍제역 2번 출구로 나와 세검정로 4길을 따라 인왕중학교 언덕을 지나 오른쪽 길로 오르면 홍제동 개미마을이 나타난다. 개미마을로 들어설 경우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벽화 담장과 산언저리로 오르는 계단골목길들이다. 마을 골목골목에는 재미있는 벽화가 그려져 있으며, 그 주위로 주민들의 소박한 살림살이와 옛 달동네의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개나리가 만발한 마을풍경과 벽화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개미마을. 사진/이강
 
마을 삼거리에 위치한 동래슈퍼는 마을의 중앙통이다. 이곳에서 뒤편 언덕 쪽으로 오르면 동네 사방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곳에서 가파른 계단길을 조금 올라서다 보면 개미마을의 전경이 발 아래 내려다보인다. 뿐만 아니라 저 멀리 서울도심의 전망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개미마을에서 인왕산으로 산행도 가능하다. 개미마을 노인정을 지나 홍심 약수터 방향으로 올라 가다보면 버스종점의 인왕산 지킴이초소가 나온다. 이곳을 출발점으로 잡아도 인왕산 기차바위로 오를 수 있다. 어느 길을 택하든 기차바위를 지나 인왕상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원문: 뉴스토마토

 

이강 여행작가 /뉴스토마토 여행문화전문위원

ghang@han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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