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 조선왕조실록과 역사교과서
 
  • 김영택 기자
  • 15.10.27 23:09
  • facebook twitter 카카오스토리 구글플러스
  • 글자크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
  • print
  • |
  • list
  • |
  • copy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16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역사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자 우리 세대의 사명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권은 강력 반발했다. 정국은 시계 제로다.

 

나라가 온통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시끄럽다. 국론은 양 갈래로 분열됐다. 민생은 내팽겨졌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조선왕조실록은 승정원 일기를 토대로 다음 왕이 즉위한 초기에 작성된다. 때문에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 일기가 비슷할 것으로 보이지만, 생각보다 다른 부분이 많다. 선대 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역사적 사실을 보기 좋게 포장하고 미화하려는 왕의 의지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역사학계 일각에서는 승정원 일기를 사료로서의 가치가 더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박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친일과 독재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언급한 ‘사명’처럼 보인다. 아버지가 전부였던 딸에게, 최고권력은 사명을 현실로 가능케 하는 수단이 됐다. 

 

역사에는 영광과 치욕이 공존한다. 이는 치욕의 반복을 막고, 영광의 재현을 바라는 현재의 교훈이 된다. 반면 치욕이 영광으로 둔갑하면 현재가 받아들여야 할 교훈은 사라지게 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치욕의 반복을 낳는다. 역사가 사실관계에 기반해야 함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를 사명으로 받아들인 과거 사관들은 목숨을 걸고 날 것을 있는 그대로 기록했다.

 

동시에 역사는 바라보는 이의 가치관과 시각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 국민 절반은 산업화의 공로를, 또 다른 절반은 독재를 먼저 떠올리는 것도 같은 이치다. 어느 한 곳에 강제로 무게중심을 두려 해도 양면을 가진 동전처럼 이면의 사실을 지울 수는 없다. 획일화된 역사관이 존재할 수 없는 이유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후대에 물려줘야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세대의 사명이다. 평가는 또 다른 역사의 몫이다. 자칫 아버지의 독재가 딸의 또 다른 독재로 이어지는 것이야말로 역사의 비극이다. 그 비극을 우리는 지금 눈앞에 두고 있다. 그저 후대에 죄스러울 뿐이다.

 

 

원문: 뉴스토마토

 

김영택 기자

뉴스토마토 탐사보도팀장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구글플러스